운항손실 최대 40억원·내빙선 금융 지원…한 차례 운항으로 검증 한계

20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758TEU급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호는 22일 부산항신항을 출발해 북극항로를 거쳐 영국 펠릭스토우와 네덜란드 로테르담, 폴란드 그단스크를 찾은 뒤 10월 5일 부산으로 돌아온다. 국내 선사의 북극항로 운항은 2016년 이후 10년 만이지만 컨테이너선을 투입한 시범운항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극항로의 최대 강점은 거리다. 부산항에서 로테르담항까지 북동항로를 이용하면 약 1만3000㎞로 기존 수에즈운하 항로보다 약 7000㎞ 짧다. 항해 거리가 줄어드는 만큼 운항시간과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게 정부가 기대하는 효과다.
그러나 정부도 출항 단계에서는 경제성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이수호 해수부 북극항로추진본부장은 브리핑에서 “복귀한 이후 전체적인 상황을 분석할 것”이라며 “이번 운항 자체의 경제성 부분을 출항하기 전에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한 차례 운항만으로 정기노선의 채산성을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 본부장도 “1항차만의 운항 경제성을 대표적인 지표로 판단하기에는 불확실하고 부족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해수부는 실제 운임과 연료소모량, 운항비용 등을 토대로 여러 시나리오를 적용해 경제성을 분석할 계획이다.
첫 시험부터 화물 확보는 예상보다 쉽지 않았다. 해수부가 6월께 실시한 사전 수요조사에서는 약 1300TEU의 화물 수요가 확인됐지만 실제 수출화물은 737TEU에 그쳤다. 공컨테이너 100개를 포함해도 837TEU로 2758TEU급 선박의 적재 능력 대비 약 30% 수준이다.
해수부는 선박 준비에 예상보다 시간이 걸리면서 화주를 상대로 한 영업기간이 짧아진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팬스타 측도 “준비 과정에서 일정이 조금씩 지연됐고 화주 영업 활동 기간이 짧았다”며 정기항로가 개설되면 화물 영업 여건에는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컨테이너 정기노선은 일정한 주기로 선복을 채울 물동량이 뒷받침돼야 한다. 거리 단축으로 연료비를 아끼더라도 적재율이 낮으면 채산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해수부가 이번 시범운항에서 운항거리와 연료소모량뿐 아니라 화물 확보 가능성까지 따져보기로 한 이유다.
정부 지원을 제외한 자체 경쟁력도 따져봐야 한다. 이번 시범운항에는 한국해운협회 등을 통해 40억원 범위에서 운항손실 보조금이 지원된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내빙선에 특별금융 프로그램을 적용해 선박담보인정비율(LTV)을 최대 90%까지 높이고 신용등급 등에 따라 금리를 최대 1%포인트(p) 추가 할인한다. 팬스타 아크로호에도 이 프로그램이 적용됐다.
운항 조건도 일반 항로와 다르다. 북극해는 기상과 해빙 상황에 따라 일정이 바뀔 수 있어 컨테이너 정기선의 핵심 경쟁력인 정시성을 확보하는 문제가 있다. 극지 전문교육을 받은 선원과 별도의 통신·안전체계, 보험도 필요하다. 이번 운항의 보험 가입 과정에서도 국내 보험사뿐 아니라 다수의 재보험사와 협의하면서 절차 완료까지 시간이 소요됐다.
정부의 추진 속도를 두고 비판도 나온다. 해수부 전 고위관계자는 “북극항로는 현실적으로 경제성이 없는데 현 정부가 국정과제로 정하면서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수부는 이번 운항을 마친 뒤 거리와 시간, 연료소모량, 운항비용, 화물 확보, 정시성 등을 분석해 후속 운항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정부 스스로 한 차례 운항만으로 경제성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힌 만큼 반복 운항을 통한 추가 검증 필요성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