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냐 녹지냐…서울 주택공급 뜨거운 감자 ‘용산공원’

입력 2026-08-18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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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한복판 300만㎡ 부지, 수만 가구 공급 잠재력
서울시·용산구·주민 반발…특별법 개정도 ‘산 넘어 산’
“주택·공원 이분법 넘어 공공재 관점서 절충안 찾아야”

▲용산공원 부지 내 주택공급을 둘러싸고 정부와 서울시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8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용산구 용산공원 일대 모습. 고성준 기자 joonko1@ (이투데이DB)
▲용산공원 부지 내 주택공급을 둘러싸고 정부와 서울시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8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용산구 용산공원 일대 모습. 고성준 기자 joonko1@ (이투데이DB)

정부가 서울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용산공원 전체를 후보지로 검토하면서 향후 공급대책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서울 도심에서 수만 가구를 공급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대규모 부지지만 서울시와 용산구, 주민들의 반발이 거센 데다 법 개정과 미군기지 반환, 토양 정화까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주택 공급과 녹지 보존이라는 두 가치 사이에서 정부와 서울시가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18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용산공원 전체를 대상으로 주택 공급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우선 약 30만㎡ 규모의 용산어린이정원이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청년 등을 위한 대규모 임대주택 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이 기존에 언급된 용산어린이정원뿐 아니라 용산공원 전체를 공급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활용 범위가 더 넓어질 가능성도 커졌다. 반면 서울시 등 반대도 거센 가운데 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20일 만나 관련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가 용산공원에 주목하는 것은 서울 핵심 입지에서 대규모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부지이기 때문이다. 약 300만㎡ 규모인 용산공원 가운데 현재까지 미군으로부터 반환된 면적은 76만8000㎡이며, 이 중 용산어린이정원이 약 30만㎡를 차지한다. 업계에서는 용산어린이정원 부지만 활용하더라도 용적률 상향과 고밀 개발 등을 통해 1만 가구 이상을 공급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청년·신혼부부 등을 위한 소형 임대주택 중심으로 고밀 개발할 경우 최대 2만 가구 안팎까지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용산공원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잠재적인 공급 규모는 더욱 커진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2년 대선 후보 당시 용산공원 일부 부지와 주변 반환부지를 활용해 청년기본주택 1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구상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실제 주택 공급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가장 큰 변수는 서울시와 용산구의 반대다. 서울시는 도심의 대규모 녹지공간으로 장기간 추진해온 국가공원의 취지를 유지해야 한다며 주택 공급에 반대하고 있다. 오 시장은 이날 국무회의에서도 “주택의 숫자만큼 중요한 것이 시민의 삶의 질”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용산구 역시 공원 부지를 주택 공급에 활용하는 방안에 반대하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이 커지는 모습이다.

주민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용산 주민들은 용산어린이정원 앞에 근조 화환 수백 개를 세우는 등 주택 공급 계획에 반발하고 있다. 국회전자청원에 따르면 14일 게재된 '용산공원 특별법 개정 반대 및 용산공원 부지 주택 공급 추진 중단에 관한 청원' 동의자는 이날까지 나흘 만에 1만 명을 넘어섰다.

법 개정도 관건이다. 2007년 제정된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은 미군기지 본체부지 전체를 용산공원으로 조성하고 본체부지를 공원 외 목적으로 용도 변경하거나 매각 등 처분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원칙이 20년 가까이 유지돼온 만큼 주택을 공급하려면 관련 법을 손봐야 한다.

현재 국회에는 반환이 완료된 미군부지부터 구역별로 나눠 조성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은 특별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하지만 법 개정 과정에서 야당의 반발이 예상돼 국회 문턱을 넘기까지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토양오염 정화도 주택공급의 걸림돌이다. 아직 용산기지 전체가 반환되지 않은 데다 반환 이후 주택을 공급하려면 환경조사와 오염토양 정화 작업 등을 거쳐야 한다. 장기간 미군기지로 사용된 특성상 정화 범위와 기간을 현재로써는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 업계에서는 토양오염 조사와 정화 과정에만 7~10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처럼 용산공원 주택 공급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만큼 전문가들은 '주택이냐 공원이냐'는 이분법적 접근보다 공공재 관점에서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공원 조성에 따른 개발이익이 인근 주택 소유자에게 집중되거나 용산 일대의 집값 상승이 서울과 수도권으로 확산할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미화 전주대 부동산국토정보학과 교수는 “용산공원의 경우 서울에서 대규모 주택을 공급할 땅이 부족한 만큼 주택 공급의 필요성이 있는 동시에 공원으로서의 가치도 분명하다”며 “용산공원 전체를 공공재라는 관점에서 보고 공원 기능과 공공주택 공급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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