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이주 개시 공고 맞춰 명도소송 진행
"이주 단기간 집중 땐 전·월세 시장 불안"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내년 상반기 이주를 추진하면서 임대차 시장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치동 일대 전·월세 매물이 충분하지 않은 데다 은마보다 전셋값이 높은 단지가 많아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최근 조합원과 세입자들에게 ‘이주계획 안내’ 공문을 배포하며 신속한 이주를 강조했다. 이를 통해 "이주 개시 공고와 함께 세입자 전원을 대상으로 건물 명도소송과 점유이전금지가처분 신청을 선제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송 절차에 수개월 이상 소요되는 점을 고려해 우선 세입자 전체를 대상으로 일괄 소송을 제기한 뒤 이주 의무를 마친 세입자에 대해 소를 취하한다는 구상이다.
1979년 준공된 은마아파트는 총 4424가구 규모로 재건축을 통해 최고 49층, 5850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조합은 내년 상반기 이주를 마무리하고 관리처분계획 인가와 철거 등을 거쳐 2028년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대규모 세입자 이주에 따른 임대차 시장 충격도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은마아파트 전체 4424가구 가운데 세입자가 약 3100가구로 전체의 70%에 달하기 때문이다. 특히 은마아파트는 대치동 학원가를 이용하려는 학부모와 자녀 등 가족 단위 임차 수요가 많은 곳이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은마아파트는 자녀 교육을 위해 들어온 세입자 비중이 높은 단지라 세입자들이 재건축 이주를 계기로 대치동을 떠나기보다는 인근에서 계속 거주하려는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주 수요가 대치동을 비롯해 도곡동·개포동·일원동 등에 집중되면 전·월세 시장은 자연스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변에 은마 이주 수요를 받아낼 비슷한 수준의 전·월세 물건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대치동의 다른 공인중개사는 “은마아파트가 오랜 기간 인기를 유지해온 이유 중 하나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라며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 전세 거래가 8억원 안팎이지만 주변 대치동 주요 단지의 전셋값은 이를 크게 웃도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호갱노노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전용 84㎡의 8월 전세 거래금액 평균은 8억417만원이다. 주변에 있는 대치미도아파트와 대치선경아파트, 대치삼성1차아파트의 8월 전용면적 84㎡ 전셋값은 각각 9억6600만원, 12억원, 13억1000만원으로 은마아파트보다 높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조합이 재건축 사업을 빠르게 추진하기 위해 명도소송 등을 진행하는 것으로 보이는 데 이주가 단기간에 집중되면 대치동과 인근 지역의 전·월세 수요가 크게 늘어나 매물 부족이 심화할 수 있다”며 “특히 기존 생활권을 유지하려는 수요가 많다면 가격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