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만 안 하면 ‘생존’…신보 생존율의 맹점 [스타트업 보증의 두 얼굴]

입력 2026-08-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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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기업 1만2132곳 중 936곳 대위변제…653곳 구상채권 보유
업력 3년 미만 7년 생존율 81.6%…대위변제율도 상승
폐업 여부 중심 산정…정상상환·경영 정상화는 반영 한계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받은 뒤 폐업하지 않아 '생존기업'으로 분류됐지만 실제로는 대출을 갚지 못해 신보가 대신 상환한 기업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자등록 유지 여부를 중심으로 산출되는 현행 생존율만으로는 정책보증 기업의 정상상환이나 실질적인 경영 정상화 여부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신보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신규보증 당시 업력이 3년 미만이었던 기업은 1만6373곳이다. 이 가운데 지난해 말 기준 생존기업은 1만2132곳, 폐업기업은 4241곳으로 집계됐다.

생존기업 가운데 936곳에서는 대위변제가 발생했다. 전체 생존기업의 7.7%다. 대위변제는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받은 기업이 금융회사 대출을 상환하지 못할 때 신보가 대신 갚는 것을 뜻한다. 이후 신보가 해당 기업에 대신 갚은 금액을 청구할 권리가 구상채권이다. 대위변제가 발생한 생존기업 가운데 653곳은 지난해 말 현재도 신보가 구상채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신보가 별도로 공개하는 '신규 보증기업 생존율'은 최근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신규보증 당시 업력이 3년 미만인 기업의 7년 생존율은 2021년 55.4%에서 2022년 61.7%, 2023년 67.4%, 2024년 74.3%, 지난해 81.6%까지 상승했다. 4년 사이 26.2%포인트(p) 오른 것이다.

신보는 신규보증을 받은 기업 가운데 일정 기간이 지난 뒤에도 폐업하지 않은 기업의 비율을 생존율로 산출한다. 다만 생존율은 기업의 정상적인 채무상환 여부까지 보여주는 지표는 아니다. 신보에 따르면 폐업하지 않은 상태에서 연체가 발생해 신보가 금융회사에 대출금을 대신 갚고 구상채권으로 관리하는 기업도 사업을 계속하면 생존기업에 포함된다.

반면 대출을 정상적으로 상환했는지, 매출이나 고용이 회복됐는지 등 기업의 실질적인 경영상태는 생존율에 직접 반영되지 않는다. 기업이 법적·통계적으로 존속하는지와 실제 경영이 정상화됐는지는 별개의 문제인 셈이다.

생존율과 별개로 신보의 대위변제 규모도 커지고 있다. 대위변제액을 보증잔액으로 나눈 대위변제율은 2022년 2.0%에서 매년 올라 지난해 3.5%를 기록했다. 2013년 이후 1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보증이 크게 늘어난 데 따른 후행적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신용보증기금의 4대 보증(일반보증·유동화회사보증·소상공인위탁보증·대환보증)의 대위변제액은 총 3조205억원으로 처음 3조원을 넘어섰다. 2023년 2조2872억원, 2024년 2조9583억원에 이어 3년 연속 증가했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생존율과 대위변제는 성격이 다른 지표”라며 “기업의 생존 여부를 행정상 폐업 여부로 판단할 수밖에 있는 만큼 대위변제가 발생한 기업들의 실질적인 경영상태를 보려면 다른 지표도 함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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