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나흘 만에 대통령도 “재검토”…정부 해명자료만 29건 [혼란 키우는 오락가락 세제]

입력 2026-08-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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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명 10건 중 7건 ‘부동산 세제’…종부세·1주택 논란 집중
민주당도 13일 세제개편안 논의…정부안 추가 손질 가능성

▲재정경제부가 8월 3일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배포한 해명자료가 29건에 달한다. (재정경제부)
▲재정경제부가 8월 3일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배포한 해명자료가 29건에 달한다. (재정경제부)
정부가 내놓은 '2026년 세제개편안'이 발표 열흘도 안 돼 사실상 재설계 수순에 들어갔다. 발표 나흘 만에 이재명 대통령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핵심 정책의 재검토를 지시했고, 쏟아지는 논란에 정부가 내놓은 해명자료만 29건에 달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세제개편안에 대한 당내 의견 수렴에 나서면서 정부안이 국회 제출 전후로 추가 수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1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달 7일 ISA 개편과 이른바 '주가 누르기' 방지 방안 등에 대해 재검토를 지시했다. 세제개편안 발표 나흘 만이다. 이 대통령은 ISA 개편안에 대해 "정확하게 준비도 하지 않고 왜 그렇게 한 것이냐"며 "전면 재검토를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국내 증시로 장기 자금을 유도하기 위해 '생산적금융 ISA'를 신설하면서 기존 ISA도 손질하기로 했다. 그러나 절세 혜택과 투자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반발이 나왔다. 상속·증여를 앞둔 기업의 고의적인 기업가치 훼손을 막기 위한 '주가 누르기' 방지안도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은 부동산 세제 등 다른 개편안으로도 번졌다. 정부가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12일까지 내놓은 해명자료 29건을 분석한 결과 부동산 세제 관련이 20건으로 69.0%를 차지했다. 그만큼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거주·비거주 1주택, 부부 공동명의, 등록임대주택 등을 둘러싼 논란이 컸다는 의미다.

여당에서도 세제개편안에 대한 재논의가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주택시장 안정화 태스크포스(TF)의 논의 범위를 세제 등 주택시장 전반으로 확대했다. 민주당은 13일 의원총회를 열어 정부 세제개편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대통령이 일부 방안의 재검토를 지시한 데 이어 여당까지 의견 수렴에 나서면서 정부가 국회에 세법 개정안을 제출하기 전부터 세제개편안이 추가로 손질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세제개편안이 발표 이후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수정되거나 철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과 금융투자소득세 등 주요 세제가 발표 또는 입법 이후 수정·유예·폐지되는 일은 역대 정부에서도 반복됐다.

정부는 이를 정책 혼선이 아닌 정상적인 의견수렴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1일 국무회의에서 "정부의 세법(개정)안은 확정안이 아니다"며 "20일까지 국민 의견을 듣고 수정해 국회에 제출한 뒤 국회에서 다시 보완해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세제는 발표 자체만으로 가계의 자산운용과 기업 투자, 부동산 시장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정부가 의견을 받아 정책을 고치는 것은 필요하지만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에 이어 여당 논의와 국회 심의까지 거치며 수정이 반복될 경우 납세자의 혼란이 커지고 정책의 예측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조세는 국가와 국민 사이의 약속"이라며 "약속이 하루아침에 뒤집히는 나라에서 국민은 미래를 설계할 수 없다. 세법의 예측 가능성이야말로 국민이 안심하고 인생을 계획하게 하는 토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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