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리츠 1조 vs 브릿지론 적체 9조1000억
기관자금도 선순위·본PF만 골라 투자
프로젝트파이낸싱(PF) 건전성 규제가 내년부터 시행되지만 대출을 대신할 자기자본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금융회사 대출 문턱이 먼저 높아지고 리츠·펀드와 기관투자가의 지분성 자금 유입이 늦어지면 신규 착공이 끊기는 ‘공급 절벽’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본지가 국토교통부 주택통계를 집계한 결과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 주택 인허가는 174만7000가구, 착공은 120만8000가구로 나타났다. 누적 격차는 53만8000가구에 달했다. 이를 전부 미착공 물량으로 볼 수는 없지만, 인허가가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는 속도가 둔화했다는 의미다. 수도권 규제지역의 인허가 후 미착공 물량도 32만3000가구에 이른다.
정부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 1조원 규모 PF 개발앵커리츠를 가동했다. 공공·민간 자금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부 회사채를 결합해 토지 매입 단계의 우량 사업장에 최대 1000억원을 투자하는 구조다.
다만 시장에 쌓인 초기 PF 규모와 비교하면 지원 여력은 제한적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경·공매 추진 사업장 잔액 10조6000억원 가운데 9조1000억원이 인허가·착공 전 브릿지론 단계에 몰렸다. 앵커리츠 규모의 9배다. 공적 보증도 빠르게 소진됐다. 중소 건설사의 본PF 전환을 지원하는 HUG 특별보증은 지난 4월 말 전체 한도 2조원의 94.4%인 1조8870억원이 승인됐다. 잔여 한도는 1130억원에 그쳤다.
시행사의 자기자본을 늘릴 대안으로 도입된 프로젝트리츠도 아직 초기 단계다. 국토부가 지난해 12월 처음 승인한 곳은 ‘동탄 헬스케어 리츠’와 ‘천안역세권혁신지구 재생사업리츠’ 두 곳이다. 모두 기존 사업을 리츠로 전환한 사례여서 신규 주택사업의 보편적인 자금조달 통로로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연기금과 공제회도 PF 투자를 재개했지만 초기 위험은 피하는 모습이다. 군인공제회는 1000억원 규모 개발형 블라인드펀드의 투자 대상을 인허가가 끝났거나 관련 위험이 낮아진 사업으로 제한했다. 우정사업본부 우체국예금은 5000억원 규모 부동산 대출펀드에서 토지담보대출과 브릿지론을 제외했다. 건설근로자공제회도 개발 PF 투자를 담보인정비율(LTV) 65% 이하 선순위 대출로 한정했다. 노란우산은 5000억원 규모 부동산 지분펀드에서 개발 중이거나 개발 예정인 자산을 투자 대상에서 뺐다.
운용사 관계자는 "기관자금이 부동산으로 돌아와도 인허가 위험이 낮은 본PF나 담보가 확보된 선순위 대출이 우선"이라며 "정작 시행사의 자기자본을 채울 초기 보통주와 브릿지론을 투자 대상으로 선정하기엔 신중한 단계"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