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재산 이미 증여했으면 자녀가 부양의무 저버려도 못 돌려받아"

입력 2026-07-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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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이투데이DB)
▲헌법재판소 (이투데이DB)
부모가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한 뒤 자녀가 부양의무를 저버리더라도 이미 이전한 재산은 돌려받을 수 없도록 한 민법 규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증여가 완료된 뒤에는 부양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도록 한 현행 제도가 법적 안정성을 위한 합리적인 입법이라고 판단했다.

27일 헌재는 “이미 증여계약이 이행된 부분에 대해서는 부양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증여계약 해제의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한 민법 제558조 중 제556조 제1항 제2호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관 5 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이다.

청구인 A씨는 1984년경부터 아들과 함께 거주했고, 2008년 아들에게 충북 소재 토지를 증여한 뒤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청구인은 증여 후에도 15년간 아들과 함께 거주했다.

그러나 이후 둘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자 2023년경부터 따로 거주했고, A씨는 증여계약을 해제하겠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민법상 ‘부양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한 증여계약 해제’ 등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청주지법 충주지원이 ‘아들이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고, 설령 해제 사유가 있더라도 증여가 이미 완료돼 민법에 따라 해제할 수 없다’는 취지로 기각하자 이번 위헌소원을 제기한 것이다.

민법 제558조는 증여를 해제할 수 있는 조항 근거를 담고 있는데 ‘이미 이행한 부분에 대해서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해제를 제한하는 내용도 함께 명시하고 있다.

헌재는 “우리 민법은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을 둬 이미 이행된 부분에 대해서 해제권 행사의 효과를 제한하고 있다”면서 “이는 증여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해 증여자와 수증자 사이의 법률관계가 복잡하고 불안정하게 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법적 안정성 등을 위해 증여자에 대한 보호를 현저히 경시하는 것은 아닌지가 문제될 수 있으나, 증여자가 규정에 근거해 수증자를 상대로 부양료 청구를 할 수 있는 이상 증여자에 대한 보호가 부족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부담부증여 제도를 활용해 부양의무불이행시 증여자가 증여재산을 반환받을 수 있도록 당사자들이 약정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도 판단 근거로 삼았다.

반면 김상환, 김형두, 마은혁, 오영준 등 4명의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이들 재판관은 “자녀가 부모로부터 증여를 받은 이후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생활을 하면서 생활에 여유가 있음에도 독자적으로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인 부모의 부양을 방기한 경우에,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할 대상이 망은행위로 인해 신뢰관계가 파탄되고 생계유지가 곤란한 상태에 놓인 부모의 법익이 아니라 부양의무를 방기한 자녀의 법익이라고 보는 것은 우리 공동체의 정의관과 윤리관이 허용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다”고 지적했다.

또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프랑스, 중국, 일본 등 여러 국가들은 명문의 규정 또는 판례를 통해 부양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한 증여계약의 해제와 이에 따른 증여재산의 반환을 인정하고 있다"면서 "부양의무관련 해제제한조항은 동일한 규범 체계를 지닌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때 매우 이례적인 입법"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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