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잡으려다 세수 20조 증발…이젠 출구전략 고민할 때 [네버엔딩 유류세 인하]

입력 2026-07-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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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에너지·환경분야 목적세
재정부담 초래⋯기능회복 과제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또다시 연장한 것은 결국 '물가' 때문이다. 유류세는 휘발유와 경유 가격에 직접 반영되는 세금인 만큼 세율을 정상화하면 곧바로 주유소 판매가격이 오른다. 소비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체감하는 가격인 데다 화물운송과 물류비, 대중교통 비용 등을 거쳐 다른 상품과 서비스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정부가 물가 안정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는 상황에서 유류세를 쉽게 원상 복귀하지 못하는 이유다.

최근 2분기 성장률이 시장 기대를 웃돌며 연간 3% 성장 가능성이 커졌지만 정부는 물가를 더 큰 변수로 보고 있다. 특히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유류세를 정상화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4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최근 중동전쟁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변동성이 높아지는 등 물가와 공급망 측면에서 애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철저히 대비하겠다"며 "이번 달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를 9월 말까지 2개월 더 연장해 국민들의 유류비 부담을 덜어드리겠다"고 밝혔다.

유류세는 다른 세금보다 파급효과가 크다. 소득세나 법인세는 납세자가 직접 부담하지만 유류세는 전국 주유소 가격표를 통해 국민들이 즉시 체감한다. 자동차를 이용하는 국민은 물론 기업의 운송비와 물류비에도 영향을 미쳐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를 동시에 자극할 수 있다. 실제로 국제유가가 오르면 택배비와 식료품 가격, 외식비까지 연쇄적으로 오르는 현상이 반복돼 왔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를 단순한 기름값 대책이 아니라 물가 안정 수단으로 보고 있다. 구 부총리는 "2개월 연속 3%를 상회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월에는 2%대로 낮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유류세 인하 연장도 결국 세수 감소 부담보다 물가 안정을 우선한 정책 판단이라는 의미다.

정치적 부담도 적지 않다. 세금은 한번 내리기는 쉬워도 다시 올리기는 어렵다. 특히 유류세처럼 국민 대부분이 매주 체감하는 세금은 더욱 그렇다. 추경호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재임 당시 기자들과 만나 유류세 인하가 사실상 포퓰리즘 정책이 됐다는 취지로 언급하며, 한번 낮춘 세금을 다시 원상 복귀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한 바 있다. 한시적 대책으로 시작한 유류세 인하가 장기화하면서 정책의 출구를 찾기 어려워졌다는 점을 정부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유류세 인하의 비용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유류세는 교통·에너지·환경세의 핵심 재원이다. 도로와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교통시설 확충 등에 쓰이는 목적세 성격을 갖고 있지만 세율 인하가 장기화하면서 관련 재원도 줄어들고 있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세수 감소를 감수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목적세 기능 약화와 재정 부담 확대라는 과제도 안게 됐다.

결국 정부는 세수 감소를 감수하면서 물가를 안정시킬 것인지, 물가 부담을 감내하고 세제를 정상화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딜레마에 놓여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연장 여부를 반복 결정하기보다 국제유가와 연계한 자동 조정장치나 단계적 환원 방식을 도입해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래야 시장과 국민도 유류세 인하의 시작과 종료 시점을 예측할 수 있고, 정부 역시 물가와 재정 사이에서 반복되는 정책 딜레마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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