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에 열고 한국에는 닫고⋯NYT “두 얼굴의 트럼프 핵 정책”

입력 2026-07-24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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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18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D.C./AFP연합뉴스
▲2025년 11월 18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D.C./AFP연합뉴스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에 자국 내 우라늄 농축을 허용하는 방향의 핵협정을 추진하면서 한국에 대한 미국 핵 정책의 이중 잣대가 드러났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지적했다. 이번 협정은 사우디 내 우라늄 농축을 허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한국이 수년 동안 요구해 온 사항이다.

NYT는 23일(현지 시간) “수십 년 동안 한국은 핵 비확산에 대한 미국의 단호한 입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였다”며 “하지만 사우디가 자국 영토 내에서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게 될 수도 있는 합의를 체결함으로써 미국은 한국에 ‘왜 사우디는 되고 우리는 안 되냐’는 피할 수 없는 의문을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1970년대 핵 기술을 공유하던 확고한 동맹국인 한국에 비밀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압력을 가했다. 이후 미국은 한국이 자체 원자로 연료 농축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 제한 조치는 한국이 핵확산방지조약에 가입하고 엄격한 안전 조치를 수용하며 세계 최대 규모의 원자력 산업을 구축한 후에도 변함없이 유지됐다. 북한이 한국의 코앞에서 핵무기 전력을 구축했을 때도 이 정책은 흔들리지 않았지만 이제 트럼프 행정부는 그 기준을 명백히 무너뜨린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짚었다.

한국은 오랫동안 미국 측과 농축 권한을 놓고 협상해왔다. 외교부는 미·사우디 협정에 대해 직접적인 논평을 거부했으나 성명을 통해 자국 협상에 미칠 잠재적 영향을 주시하며 원자력 에너지 분야에 대한 미국 외교 정책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NYT는 “이번 협정은 한국과 미국의 협상 진전에 대한 기대를 높여주지만 만약 미국이 계속해서 한국의 요구를 무시한다면 70년 역사의 동맹 관계에 깊은 마찰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NYT는 미국이 사우디가 아직 건설하지 않은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우라늄 농축 권리를 인정하는 길을 열어준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26기의 원자로를 가동 중이며 AI 혁명으로 인한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추가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한국에는 이를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철저한 사찰 대상에서 제외했는데, 한국은 기술이 무기 개발 프로젝트로 전용되지 않음을 국제사회에 보장하기 위해 오랫동안 이러한 사찰을 받아왔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할 경우 사우디도 핵무기를 만들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한 바 있다. 반면 이재명 대통령은 북한이 핵무기 보유량을 확대해 가는 상황에서도 한국이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고 대신 미국의 안보 보장에 의존해 억지력을 확보하겠다고 거듭 약속해 왔다.

레이프-에릭 이즐리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NYT에 “한국은 확장 억제 문제와 관련해 워싱턴과 지속적으로 긴밀히 협력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핵무기를 개발할 위험은 상대적으로 낮을 것”이라며 “한반도에서는 수십 년 동안 대규모 전쟁이 억제돼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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