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어 열자 현금·수표 10억…국세청·관세청 ‘1조 체납’ 칸막이 깼다

입력 2026-07-2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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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관세 동시 체납자 16명 첫 합동수색…은닉재산 13억원 상당 압류
부친 명의 사업·127차례 해외 출국·위장이혼 혐의…정보교환 정례화

▲강종훈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이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세·관세 동시 체납자 16명을 관세청과 합동수색해 총 13억원 상당의 은닉재산을 압류한 건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국세청)
▲강종훈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이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세·관세 동시 체납자 16명을 관세청과 합동수색해 총 13억원 상당의 은닉재산을 압류한 건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국세청)

국세청과 관세청이 각각 보유해 온 재산·통관 정보를 처음으로 맞춰보자 고액체납자들의 생활 흔적과 은닉재산이 한꺼번에 포착됐다. 부친 명의로 사업을 계속한 체납자부터 5년간 127차례 해외를 오간 체납자, 전 배우자 명의의 대형 아파트에서 생활한 체납자까지 포함됐다. 이어진 합동수색에서는 잠긴 캐리어에 숨긴 현금·수표 10억2000만원 등 총 13억원 상당의 은닉재산이 압류됐다.

강종훈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국세청과 관세청이 국세·관세 동시 체납자 16명을 합동수색해 총 13억원 상당의 은닉재산을 압류했다고 밝혔다. 두 기관이 동시 체납자를 대상으로 합동수색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색 대상은 세금을 낼 능력이 있는데도 재산을 숨긴 채 호화생활을 한 혐의가 짙은 체납자들이다. 지방국세청과 서울·부산세관이 각각 8명씩 선정했다. 두 기관은 10명 안팎으로 구성된 합동수색반 8개를 꾸려 잠복과 탐문을 벌인 뒤 수색 대상자와 장소를 확정했다.

▲합동수색반이 체납자의 거주지를 찾아 강제로 문을 열고 캐리어를 열지 않은 상태로 압류했다. 이후 캐리어를 강제로 개봉하자 안에서 현금다발 5억4000만원과 수표다발 4억8000만원 등 총 10억2000만원이 나왔다. (사진제공=국세청)
▲합동수색반이 체납자의 거주지를 찾아 강제로 문을 열고 캐리어를 열지 않은 상태로 압류했다. 이후 캐리어를 강제로 개봉하자 안에서 현금다발 5억4000만원과 수표다발 4억8000만원 등 총 10억2000만원이 나왔다. (사진제공=국세청)

가장 많은 재산이 발견된 체납자는 액상형 전자담배 무역업자 A씨였다. A씨는 전자담배 액상 수입 과정에서 원재료를 허위 표시한 사실이 적발돼 개별소비세 등을 부과받았다. 매출을 축소 신고한 사실도 드러나 부가가치세 등을 부과받았지만 세금을 내지 않았다. 이후에도 부친 명의를 빌려 전자담배 무역업을 계속했다.

합동수색반이 A씨 거주지를 찾았지만 집 안에 있던 모친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수색반은 2시간 동안 대치한 끝에 경찰 입회 아래 문을 강제로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안방에서는 잠긴 여행용 캐리어가 발견됐다. A씨 측이 잠금장치 해제를 끝까지 거부하자 수색반은 캐리어를 열지 않은 상태로 압류했다. 이후 캐리어를 강제로 개봉하자 안에서 현금다발 5억4000만원과 수표다발 4억8000만원 등 총 10억2000만원이 나왔다.

보험모집 수입과 토지 양도소득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B씨는 고액의 소득이 있었는데도 국세와 관세를 내지 않았다. 최근 5년간 해외로 출국한 횟수만 127차례로 평균 보름에 한 번꼴이었다.

수색반은 경기 화성시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B씨 차량을 확인한 뒤 거주지를 수색했다. 집에서는 캐리어에 숨겨둔 명품가방 5점과 명품팔찌 1점, 시계 8개 등이 발견됐다. 기재 금액이 총 5억원인 금전 차용증 15매도 찾아내 채권증서로 점유·압류했다. 국세청과 관세청은 잔여 채권과 회수기일 등을 확인해 순차적으로 대여금을 추심할 예정이다.

▲합동수색반이 위장이혼을 통해 강제징수를 피한 체납자의 거주지를 강제로 수색해 고급 양주 10여 병과 개인금고에 보관된 외화 등 현금성 자산 900만원, 금반지와 명품 벨트 등 총 2600만원 상당의 재산을 발견했다. (사진제공=국세청)
▲합동수색반이 위장이혼을 통해 강제징수를 피한 체납자의 거주지를 강제로 수색해 고급 양주 10여 병과 개인금고에 보관된 외화 등 현금성 자산 900만원, 금반지와 명품 벨트 등 총 2600만원 상당의 재산을 발견했다. (사진제공=국세청)

자동차 부품 금형업자 C씨는 부가가치세와 출자자의 제2차 납세의무에 따른 법인세 등 국세·관세 23건을 체납했다. 생활실태를 확인한 결과 C씨는 신고된 주소지가 아닌 전 배우자 명의의 58평(약 192㎡) 아파트에서 함께 살고 있었다. 두 기관은 위장이혼을 통해 강제징수를 피한 것으로 의심하고 전 배우자 거주지를 수색 장소로 정했다.

전 배우자는 수색 당일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경찰 입회 아래 강제개문을 시도하자 그제야 문을 열었다. 집 안에서는 고급 양주 10여 병과 개인금고에 보관된 외화 등 현금성 자산 900만원, 금반지와 명품 벨트 등 총 2600만원 상당의 재산이 발견됐다.

전 배우자는 패물 등의 소유권을 주장했지만 수색반은 우선 발견된 재산을 모두 압류했다. 이후 취득자금 출처와 취득 경위 등을 확인해 체납자가 아닌 제3자 소유로 확인된 재산은 압류를 해제해 돌려줄 방침이다.

첫 합동수색이 가능했던 것은 두 기관이 각각 보유하던 정보를 결합했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체납자의 재산은닉 정황과 호화생활 여부, 실거주지 분석자료를 제공하고 관세청은 통관고유부호에 등록된 주소 등 통관 정보를 공유했다. 각 지방국세청과 세관은 이를 토대로 체납자의 실제 생활 근거지를 좁혔다.

강 국장은 “이번 성과는 양 기관이 정보분석 기법, 현장 수색 노하우를 직접 공유하며 이뤄낸 첫 번째 협업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경영난을 핑계로 대며 호화생활을 영위하는 고액·악성체납자에게 부처 간 공조가 효과적인 제재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두 기관의 협업 필요성은 이미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당시 국세청과 관세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국세·관세 동시 체납자는 개인·개인사업자 320명과 법인 378개 등 698명이었다. 이들의 국세 체납액은 3868억원, 관세 체납액은 6267억원으로 총 1조135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당시까지 두 기관이 공통체납자를 별도로 집계하거나 관리한 사례는 없었다.

강 국장은 “은닉재산·생활실태 정보교환을 정례화하고 공동 대응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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