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토안팎 인재 발굴해 하나로 묶어
이민 확대로 포용 제도화 서둘러야

2026 FIFA 월드컵은 스포츠 대회이기 전에 인구학적 사건이다. 본선 선수 1248명 가운데 약 24%가 태어난 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의 유니폼을 입었다. 2006년에는 9%에도 못 미쳤다. 정치권이 선거판에서 반이민 정서를 자극하는 동안, 가장 치열한 국가대항전은 이민과 복수국적 위에서 새 판을 짜고 있었다.
이들을 ‘무늬만 국가대표’라 폄하하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대표 자격은 혈통의 순도를 가리는 시험이 아니다. FIFA는 부모나 조부모를 통한 국적 연계를 인정하고, 일정한 조건 아래 대표팀 변경도 허용한다. 각국 협회도 해외에 흩어진 이주 배경 선수들을 일찍부터 찾아 관계를 유지한다. 국가 경쟁력은 영토 안 자원을 잘 조직하는 능력뿐 아니라, 국경 밖 재능을 발견해 공동체의 힘으로 묶는 역량까지 포함한다.
모로코는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유럽에서 태어나거나 성장한 선수들을 주축으로 2022년 아프리카 국가 최초의 월드컵 4강에 올랐다. 외국 출생 선수가 많고 배경이 다양한 팀일수록 성적이 좋았다는 연구도 있다. 선수층이 넓어지고 서로 다른 기술과 경험을 보완하기 때문이다. 물론 다양성이 승리를 보증하지는 않는다. 아르헨티나는 외국 출생 선수 없이 2022년 정상에 올랐다. 관건은 다양성을 공정한 규칙과 훈련, 신뢰를 통해 전력으로 바꾸는 능력이다.
한국의 과제도 여기에 있다. 같은 학교, 같은 지역, 비슷한 문화에서 자란 사람만으로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어려운 시대다. 다른 경험과 기술이 만나야 익숙한 문제에 참신한 답이 나온다. 급속한 고령화와 인구 감소를 경험하는 한국에서, 이민자 수용은 생존 전략이다. 기업이 국적을 가리지 않고 인재를 찾는 시대에, 국가만 출생지를 따져 문을 좁힌다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이민자는 생산가능인구를 보충하는 존재에 그치지 않는다. 새로운 시장과 기술, 지역에 활력을 부여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 연구자와 기술자, 창업가와 돌봄 인력, 이 땅에 정착할 가족까지 아우르는 체계적 설계가 필요하다. 사람을 받아들이고 정착시키는 능력 자체가 산업·교육·도시 정책을 아우르는 경쟁력이다.
그렇다고 이민을 경제적 유용성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그러면 사람을 다시 ‘필요한 이민자’와 ‘불필요한 이민자’로 나누게 된다. 골을 넣은 선수만 환대하는 사회는 강한 공동체가 될 수 없다. 피부색과 출생지를 시민권보다 앞세우는 순간, 다양성은 자산이 아니라 갈등의 불씨가 된다. 경쟁력은 이민 수용의 출발점은 될 수 있지만 종착점은 될 수 없다.
포용을 완성하는 것은 선의보다 제도다. 한국행정연구원의 ‘2025년 사회통합실태조사’에서 개인 책임을 강조하는 집단과 사회 책임을 강조하는 집단은 경제성장과 시민 참여를 둘러싸고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노후와 중병 앞의 경제적 불안은 공통으로 느꼈다. 삶이 불안한 사람에게 새 이웃은 협력자보다 자신의 몫을 다투는 경쟁자로 여겨지기 쉽다.
이민 확대는 내국인의 직업 전환 지원, 노동시장 격차 완화, 주거·교육·의료 안전망 강화와 함께 가야 한다. 이주민에게도 안정적인 체류 자격과 언어 교육,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줘야 한다. 안전망은 포용의 비용이 아니라 공존의 기반이다. 어느 한쪽만 불안한 제도는 결국 양쪽의 불신을 키운다.
월드컵의 교훈은 명확하다. 강한 팀은 같은 혈통의 선수만 모은 팀이 아니라, 서로 다른 배경의 재능을 공정한 규칙과 공동의 목표 아래 하나로 엮어낸 팀이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문을 닫아 경쟁을 피하는 나라보다 문을 열고 사람을 연결하는 나라가 더 발전한다. 이민을 경제와 사회의 틀을 다시 짜는 국가 전략으로 다뤄야 한다. 문은 열고, 권리는 넓히고, 안전망은 더 단단히 해야 한다. 그것이 ‘이주의 시대’를 건너는 대한민국의 생존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