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지키려는 '안심신탁'…집주인 참여 이끌 수익률이 관건

입력 2026-07-2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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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서울의 아파트 전경. (이투데이DB)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서울의 아파트 전경. (이투데이DB)

정부가 전세사기 예방을 위해 전세보증금을 공적 기구가 관리하는 ‘안심신탁사업’ 도입을 추진한다. 하지만 서울 임대차시장이 월세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상황에서 공적 기구가 월세에 상응하는 수익을 제공하지 못하면 임대인의 참여를 끌어내기 어려워 전세 공급을 지탱하려는 정책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다.

20일 정치권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전세보증금을 임대인이 아닌 공적 기구가 관리해 임차인의 보증금 미반환 위험을 차단하는 '안심신탁사업'을 추진한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는 서민 전세 지원 강화를 위한 전세보증금 안심신탁사업이 포함됐다.

정부 안에 따르면 임차인이 낸 전세보증금은 임대인이 아닌 공적 '전월세안정화기구'가 수취해 직접 관리·운용하게 된다. 이 기구는 발생한 운용 수익을 임대인에게 매달 분배금 형태로 지급한다.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직접 운용하지 않는 대신 운용 수익을 받고 임차인의 보증금 미반환 위험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보증기관에 전세금이 예치될 경우 보증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별도 대위변제 절차 없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즉시 돌려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앞서 정부는 등록임대사업자 보유 주택의 전세금이 반환보증보험 가입 기준인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셋값 비율) 90%를 넘을 경우 등에 전세금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맡기는 방향으로 전세금 신탁 제도를 추진했지만, 적용 대상이 지나치게 제한적이라는 지적 등이 나오면서 시행이 연기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임대인의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낼 유인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공적 기구가 지급하는 수익이 월세 수입보다 낮으면 임대인이 제도에 참여할 이유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미 월세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참여가 저조하면 안심신탁이 전세 공급을 지탱하는 효과도 제한될 수 있다.

실제 월세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가 전세를 앞지르는 현상은 올봄부터 뚜렷해졌다. 3월 월세 거래량은 1만950건으로 전세 거래량(1만789건)을 처음 넘어섰고, 4월에도 월세(9244건)가 전세(9158건)를 웃돌았다. 5월에는 전세(8594건)와 월세(8591건)가 비슷한 수준을 보였지만, 6월에는 월세가 9014건으로 늘어난 반면 전세는 7601건에 그쳐 격차가 1413건까지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전세금을 관리해 임대인에게 운용 수익을 지급하는 신탁 기구의 지속 가능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진장익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 기구가 집주인을 참여시키려면 전세 대신 월세를 선택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연 4~5% 수준의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며 "전세보증금은 원금 손실이 허용될 수 없는 자금인 만큼 기구는 국공채나 예·적금 등 보수적인 자산에 투자할 가능성이 큰데 자체적으로 수익률을 내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이 사유재산의 운용 과정에 개입하는 방식 자체가 임대인의 참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부동산 신탁 방식 사업도 참여율이 4% 미만에 그칠 정도로 제도적 간섭에 대한 임대인들의 부담이 적지 않다"며 "전세의 금융적 이점마저 사라지면 임대인들은 전세보다 월세를 선택할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임대인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정교한 인센티브 없이 공공 관리만 강화하면 전세 공급 부족으로 전셋값이 오르거나 월세 전환이 더 빨라져 서민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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