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급락한 아시아⋯나라별 이색 풍경

입력 2026-07-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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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출산율 저하는 이제 한국과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구 대국인 중국은 물론, 부유한 도시국가와 개발도상국까지 출산율 고민에 빠졌다.

이들 모두 저출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보태고 있으나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나라별로 처한 현실을 조명해 본다.

◇결혼부터 기피⋯작년 싱가포르 출산율 사상 최저

지난해 도시국가 싱가포르 합계출산율은 0.87명에 머물러 사상 최저였다. 출생아도 약 2만7500명으로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적었다.

현금성 출산지원, 아빠 육아휴직 확대, 난자 냉동 허용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음에도 주거비 상승과 육아 스트레스 증가 등이 출산율 하락의 배경으로 꼽힌다. 나아가 여성의 사회 진출이 상대적으로 활발한 만큼, 일과 가정 양립 부담이 가장 큰 벽으로 남았다.

결혼부터 감소세다. 작년 혼인 건수는 2만4688건으로 전년보다 6.2% 줄었다. 3년 연속 감소세인데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이후 가장 적었다. 싱가포르 청년층의 결혼 기피와 만혼 현상은 한국이나 일본과 다를 게 없다.

독특한 점은 전체 출산율은 낮아지고 있는 반면 다섯째 이상 자녀는 증가했다. 스트레이츠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전체 출생아에서 다섯째 자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1.5%에서 2025년 2.1%로 증가했다. 저출산 속 대가족 증가라는 역설이 흥미롭다.

◇태국⋯아이보다 반려동물 더 선호

태국 젊은 세대는 아이 대신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택하고 있다. 높은 주거비용과 양육비, 불안정한 일자리 탓에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청년이 늘어난 탓이다.

방콕포스트는 "태국 젊은 세대가 자녀 대신 개와 고양이를 키우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려동물은 아이보다 경제적 부담이 적고, 정서적 만족감은 충분히 줄 수 있다는 판단이 배경에 깔려 있다. 반려동물을 자녀처럼 대하는 ‘펫 휴머니제이션’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태국의 합계출산율은 인구 유지에 필요한 2.1명을 크게 밑도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아이 울음이 사라진 자리를 반려동물의 울음소리가 채우고 있는 셈이다.

◇다둥이 나라 필리핀⋯한 세대 만에 출산율 60% 추락

한때 동남아시아 대표 다산 국가로 꼽혔던 필리핀도 출산율 하락이 고민이다. 필리핀의 합계출산율은 1993년 여성 1명당 4.1명에서 2025년 1.7명까지 떨어졌다. 한 세대 만에 약 60% 감소한 셈이다.

과거에는 대가족이 자연스러운 삶의 모습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최근 젊은 세대는 결혼과 출산을 신중하게 선택하고 있다. 필리핀포스트는 “여성의 대학 진학과 경제활동 참여가 늘고 피임 접근성이 개선된 점도 출산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아이가 많기로 유명했던 필리핀마저 저출산의 문턱을 넘어서면서 인구 감소는 더 이상 동아시아만의 문제가 아니라 아시아 전역의 공동 과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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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만 낳으라던 베트남, 이제 둘째 낳으면 돈 준다

베트남의 합계출산율은 1.93명으로 아직 동아시아 국가보다 높다. 그러나 이미 인구 대체 수준인 2.1명 아래로 내려갔다.

특히 호찌민시 등 대도시의 출산율이 낮다. 베트남 정부는 두 자녀 중심의 인구정책을 폐기하고 둘째 아이 출산지원금 등 출산 장려책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시기를 놓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싱가포르 매체 CNA 보도에 따르면 한때 아이를 적게 낳으라고 권하던 나라가 이제는 출산을 부탁하는 처지가 됐다.

중국 역시 저출산이 고민이다. 2025년 출생아는 792만명으로 전년보다 17% 감소했다. 인구는 4년 연속 줄었고, 출생률은 인구 1000명당 5.63명으로 사상 최저였다.

중국 정부는 영유아 수당과 임신·출산·시험관 시술 의료비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높은 교육비와 주거비, 청년 고용 불안이 출산을 막고 있다.

한때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인구 탓에 한 자녀 정책을 시행했던, 산아 제한국이었던 중국이 이제 아시아에서 가장 적극적인 출산 장려국으로 전환한 셈이다.

싱가포르 CNA는 세계적인 출생아 감소로 입양 가능한 아동도 줄면서 일부 예비 부모가 불법 알선이나 인신매매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저출산을 ‘아이를 낳지 않는 문제’가 아니라 ‘입양할 아이조차 줄어드는 문제’로 확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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