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한마디에 농산물 유통개혁 판 커지나……정부·농협 역할 변화 주목

입력 2026-07-1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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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도매·도매시장 경쟁 촉진 넘어 비용 투입·‘시스템 참여’ 주문
“농협에 거의 맡겨놔”…공공 역할 확대·농협 경제사업 개편 주목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문제 제기로 정부의 농산물 유통구조 개혁 범위가 한층 넓어질지 주목된다. 지금까지 온라인도매시장 확대와 공영도매시장 경쟁 촉진 등 유통 효율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정부가 비용을 직접 투입하거나 유통 시스템에 참여하는 방안까지 검토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있어서다. 특히 이 대통령이 농협에 의존한 현행 유통체계를 직접 지적하면서 농협의 경제사업과 산지 유통 기능을 손보는 논의에도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농산물 물가와 관련해 “유통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시장 가격과 현지 생산지 가격 간에 괴리가 너무 크고, 생산지 가격은 널뛰는 데 소비 가격은 계속 올라가기만 한다”며 “유통 라인에 대해 민간에 너무 과의존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특히 “지금은 농협에다 거의 맡겨 놓은 상황인데, 정부가 유통구조 개선에 비용을 지출하든, 시스템에 참여해야 하지 않나”라며 “필요하면 투자도 해야 한다. 민간에만 맡겨서 될 일이 아니라”라고 강조했다. 농업을 전략·안보 산업으로 규정하며 시장에만 맡길 수 없는 영역이라는 점도 짚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정부가 추진 중인 농산물 유통개혁에 ‘공공의 역할 확대’라는 새로운 숙제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9월 내놓은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은 온라인 거래 확대와 산지 스마트화, 도매시장 경쟁 촉진 등이 핵심이다. 2030년까지 배추·사과 등 핵심 품목의 가격 변동성을 50% 완화하고 유통비용을 10% 줄이는 것이 목표다. 지난해 1조원을 돌파한 온라인도매시장 거래 규모도 2030년 7조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기존 대책이 민간 유통주체 간 경쟁을 늘리고 산지와 소비지를 직접 연결해 유통단계를 줄이는 데 방점을 찍었다면 대통령의 주문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간다. 정부가 제도를 만들고 민간의 참여를 지원하는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유통구조 개선에 재정을 투입하거나 시스템의 한 축으로 참여하는 방안까지 찾아보라는 의미로 읽힌다.

이에 따라 온라인도매시장의 물류 기능과 산지 유통 인프라를 강화하는 방안이 우선 거론될 수 있다. 정부는 온라인도매시장에서 거래를 체결한 뒤 농산물이 기존 도매시장을 거치지 않고 산지에서 소비지로 직접 배송되는 거래를 확대하고 있다. 산지의 선별·저장·출하를 담당하는 스마트 산지유통센터(APC)도 2030년까지 30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대통령 주문을 계기로 공동 집하·물류망과 저장시설 등 민간이 단독으로 투자하기 어려운 분야에 정부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

산지가격과 소비자가격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유통단계별 정보 공개와 가격 전달체계 개선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 산지가격 하락이 소비자가격에는 늦게 반영되거나 소비자가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반복되는 만큼 생산자 가격부터 도·소매 가격까지 유통 과정의 비용과 마진을 보다 투명하게 들여다볼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7월 7일 서울 강서구 농협강서공판장을 찾아 주요 농산물 출하 동향과 경락시세를 살피고 있다. (사진제공=농협중앙회)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7월 7일 서울 강서구 농협강서공판장을 찾아 주요 농산물 출하 동향과 경락시세를 살피고 있다. (사진제공=농협중앙회)

농협의 역할도 다시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농협에다 거의 맡겨 놓은 상황”이라고 직접 언급한 만큼 정부가 농산물 유통에서 농협에 의존해온 기존 구조가 적절한지에 대한 점검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농협개혁 추진단을 통해 경제사업 활성화를 주요 개혁 과제로 논의하고 있다. 산지 조직화를 기반으로 한 농산물 유통 경쟁력 강화와 온라인 유통 활성화, 조합원의 소득을 높이기 위한 경제사업 구조 개선 등이 논의 대상이다. 그동안 중앙회 지배구조와 선거제도, 내부통제 등에 집중됐던 농협개혁 논의에서 농산물을 얼마나 잘 모아 제값에 팔아주느냐는 ‘본연의 역할’이 한층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정부가 직접 농산물을 사고팔거나 별도의 공공 유통기관을 만든다는 식으로 방향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이 대통령도 구체적인 방식을 제시하기보다 기획예산처가 농식품부와 협의해 방안을 찾아보라고 주문한 단계다.

결국 관건은 대통령이 언급한 정부의 ‘시스템 참여’를 어디까지 구체화하느냐다. 기존 온라인도매시장과 산지 유통시설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수준이 될지, 농협 중심 유통망을 보완하는 새로운 공공 역할까지 마련할지는 후속 검토를 지켜봐야 한다. 다만 대통령이 민간 의존도를 직접 문제 삼고 정부의 비용 투입과 직접 참여 가능성까지 열어둔 만큼 농산물 유통개혁의 범위가 기존의 경쟁 촉진과 디지털 전환을 넘어 정부와 농협의 역할을 다시 짜는 방향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커졌다.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이 농산물 유통구조의 근본적인 개선과 정부의 역할 강화를 주문한 만큼 기존 대책을 점검하면서 정부가 직접 참여하거나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분야가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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