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부터 운영까지 ‘총체적 부실’⋯신협 곳곳서 드러난 난맥상

입력 2026-07-14 05:00

기사 듣기
00:00 /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본 기사는 (2026-07-13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여신 관리·담보·예산 집행 등 지역 가리지 않고 유사한 규정 위반
징계 불복소송 잇따라⋯이사장-감사 자리 옮기며 조합 운영 지속
내부서는 “사고 뒤 징계만으론 한계”⋯정치권도 제도 개선 목소리

대출은 규정을 어기고, 담보는 방치하고, 조합 돈은 쌈짓돈처럼 썼다. 신협 조합 곳곳에서 대출 취급부터 담보관리, 사후관리, 비용 집행까지 유사한 규정 위반이 반복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임원들은 징계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대부분 사건에서 제재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13일 본지가 2023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전국 신협 조합 임원들이 제기한 징계 처분 무효확인 소송 가운데 법원이 신협중앙회의 제재 처분을 정당하다고 판단한 21건의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대출 취급과 담보관리, 부실채권 매각, 예산 집행 등 유사한 규정 위반이 지역과 조합을 가리지 않고 반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판결문에 드러난 충청권 한 신협은 여신관리 전반이 사실상 무너진 상태였다. 해당 조합은 부실채권(NPL) 5건을 규정을 어겨 NPL 업체에 사실상 헐값에 매각했다. 당초 중앙회에는 경매를 통해 채권을 회수하겠다고 보고했으나, 이를 어기고 회수순위 변경을 위한 이사회 의결도 거치지 않았다. 여기에 매각 차액과 약정이자까지 조합이 부담하도록 매수업체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특약을 체결해 조합에 손실을 초래했다.

채권 관리만 문제가 아니었다. 이들은 선순위 근저당권 탓에 담보 취득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3억3000만원 규모의 주택건설자금대출을 부적정하게 밀어붙였다. 이후 채권 보전 조치도 방치했다. 해당 사업연도 비조합원 대출은 156억원에 달해 법정 한도를 약 49억원 초과하기도 했다. 법원은 올해 5월 이들이 낸 징계 무효 소송을 모두 기각·각하했다.

서울 한 신협에서는 담보 관리에 허점이 드러났다. 해당 조합은 11억5000만원 규모의 경락잔금대출을 취급한 뒤 담보로 잡은 공장의 변동 여부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다. 그 사이 채무자가 공장을 철거하고 토지와 기계·기구를 처분한 사실을 알고도 “돈을 갚겠다”는 말만 믿고 반년 가까이 법적 조치를 미뤘다.

신협중앙회는 담보관리와 사후관리 부실로 약 10억6000만원의 손실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조합 이사장에게 견책, 전무에게 감봉 3개월의 징계를 요구했다. 법원은 지난해 9월 이들의 무효확인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징계를 받은 전무는 2024년 2월 신임 이사장으로 취임했고, 기존 이사장은 같은 날 감사로 선임됐다.

조합 예산을 개인 돈처럼 사용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대전의 한 신협 이사장은 매일 출무비를 지급받고도 같은 날 열린 이사회와 위원회 참석 실비를 별도로 청구해 61차례에 걸쳐 857만원을 중복 수령했다. 업무용 휴대전화를 분실했다며 새 단말기 구입비와 기존 휴대전화 위약금을 조합 비용으로 처리한 뒤, 되찾은 기존 휴대전화에는 가족의 유심을 꽂아 사용했다.

예산 집행 역시 허술했다. 지급 근거가 없는 피복비를 수차례 지급받고, 임원들에게만 수십만원의 생일축하금을 조합 예산으로 지급했다. 중앙회가 직무정지 1개월을 요구하자 이사장은 소송을 냈다. 법원은 지난해 8월 “잘못된 관행을 시정하지 않은 채 답습했다”며 이사장의 청구를 기각했다. 해당 이사장은 2차례 연임으로 12년간 조합을 이끈 뒤 2022년부터 감사를 맡고 있다.

이처럼 징계를 다투는 과정에서도 임원직 복귀가 가능한 이유는 법적 허점 때문이다. 신용협동조합법은 직무정지 이상의 제재를 받은 임원은 종료일부터 4년간 임원 선임이 제한된다. 이 때문에 임원들은 일단 소송을 제기해 확정판결 전까지 시간을 끄는 꼼수를 부린다. 소송을 방패막이 삼아 징계 이후에도 다시 임원으로 복귀하는 악순환이 판을 치는 배경이다.

한 수도권 신협 직원은 “심각한 금융사고로 직무정지를 받으면 임원들은 무조건 소송으로 간다”며 “소송 비용은 조합 돈으로 쓰는 걸로 알고 있다. 최근 들어서야 조합 돈으로 소송비를 쓰지 말라는 공문이 (중앙회로부터) 내려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임원 여비 규정도 각 조합이 알아서 정하는 구조라 얼마든지 쌈짓돈처럼 유용이 가능하다”며 “현장에서 문제 제기가 빗발치자 여비를 기존의 3분의1 수준으로 줄이긴 했으나 여전히 중앙회 차원의 명확한 표준 기준이 없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대출 취급이나 사후관리 부실도 결국 내부통제가 완전히 먹통이 된 결과”라며 “사고가 터진 뒤 징계하는 방식으로는 문제가 절대로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신협에서 반복되는 내부통제 실패와 규정 위반에 대해 자정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며 “관련 입법을 포함한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글로벌 메가 투자자 된 '반도체 빅2'…M&A·PF 판 키운다 [자본시장 '큰 손' 떠오른 삼전닉스]②
  • 무너진 7000피·환율 1500 돌파…美 CPI·TSMC 타고 반도체 넘어 볕 드나
  • '바비' 이어 11호 태풍 '하이선' 등장…예상 경로는?
  • 연준 기준금리 올리나...월러 “근원 CPI 높으면 긴축 검토해야”
  • 미군 “이란 공습 개시...3일 연속 야간 공격” [상보]
  • 대출 규제 안 받는 외국인⋯"토허제는 역부족, 취득세 높여야" [약발 안 통한 외국인 토허제]
  • 7월 초 ‘MS·아이렌·스페이스X’ 담은 서학개미⋯수익률은 무더기 마이너스
  • 식료품값 줄인상, 유통사는 할인 행사 줄여...소비자만 울상(종합)[장바구니 물가 이중부담]
  • 오늘의 상승종목

  • 07.13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2,237,000
    • -3.05%
    • 이더리움
    • 2,621,000
    • -2.6%
    • 비트코인 캐시
    • 348,600
    • -2.63%
    • 리플
    • 1,579
    • -2.53%
    • 솔라나
    • 111,000
    • -3.14%
    • 에이다
    • 233
    • -3.32%
    • 트론
    • 482
    • -2.43%
    • 스텔라루멘
    • 268
    • -3.94%
    • 비트코인에스브이
    • 21,150
    • +8.29%
    • 체인링크
    • 11,640
    • -2.35%
    • 샌드박스
    • 69.83
    • -2.21%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