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허제 전에 살 땅 있나요”…반도체 품는 광주, 외지인 문의 쇄도 [르포] [메가프로젝트 현장을 가다 ①-1]

입력 2026-07-1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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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허제 시행 앞두고 외지인 매입 문의 잇따라
매도자는 매물 거두고 호가 최대 50% 높이기도
군공항은 평탄부지 248만 평·KTX 접근성 입지 강점
주민·상인 “청년 떠나는 도시서 일하러 오는 도시로”

▲정부가 '3대 메가 프로젝트' 중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과 관련해 광주 군 공항 부지에 산단을 조성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12일 전남광주 광산구 광산구청 청사에 반도체 클러스터 관련 현수막이 걸려있다. 고성준 기자 joonko1@ (이투데이DB)
▲정부가 '3대 메가 프로젝트' 중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과 관련해 광주 군 공항 부지에 산단을 조성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12일 전남광주 광산구 광산구청 청사에 반도체 클러스터 관련 현수막이 걸려있다. 고성준 기자 joonko1@ (이투데이DB)

시세 수준이거나 조금 오른 매물이 있으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14일) 전에 사고 싶다는 문의가 옵니다. 그런데 정작 땅 주인들은 내놓았던 물건을 다시 거둬들이고 있어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산구 광주 군공항 A공인중개사)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효력 발생을 이틀 앞둔 12일 찾은 광주 군 공항 인근 A 공인중개사무소에는 매입 가능한 물건을 묻는 전화가 잇따랐다. 단순히 개발 대상지를 묻는 수준이 아니었다. 살 수 있는 물건이 있는지, 어느 가격대에 나와 있는지, 토허제 시행 이전에 계약이 가능한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했다.

과거에도 군 공항 이전 논의가 나올 때마다 개발 가능성에 대한 문의가 간헐적으로 있었지만 이번에는 반도체 생산시설이라는 가시적인 활용 방안이 제시되면서 외지인의 매입 전화가 이어지고 있었다. 규제가 시행되기 전에 매물을 확보하거나 계약을 마치려는 수요가 중개업소로 몰린 것이다.

A 공인중개사는 “어제에 이어 오늘도 광주 밖에서 매입 문의가 들어왔다”며 “토허제 효력이 생기기 전에 시세 수준에서 살 수 있는 물건이 있으면 거래하고 싶다는 사람이 있고 먼저 계약부터 해두려는 움직임도 일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매수 문의가 몰리자 매도자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에 기존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높여 다시 내놓는 사례가 잇따랐다. 새 가격을 정하지 않은 채 일단 광고부터 내려달라고 요청하는 소유주도 적지 않았다.

일부 토지에서는 기존 호가보다 약 50% 높은 가격을 요구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3.3㎡당 1000만원 안팎에 나왔던 일부 토지에는 수백만원의 웃돈이 붙었다. 인근 일반주택과 아파트에서도 매물을 철회하거나 종전보다 5000만~7000만원가량 높은 호가를 제시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인근 B 공인중개사는 “개발 계획 발표 이후 물건을 가진 사람들이 내놓았던 매물을 거의 다 회수하고 있다”며 “가격을 얼마로 올려달라고 하기보다 일단 광고를 내려달라거나 조금 더 생각해보겠다는 소유주가 많다”고 말했다.

다만 치솟은 기대감이 아직 실제 거래 증가로 이어지고 있지는 않았다. 매수자는 규제 시행 전 물건을 확보하려 했지만 매도자는 추가 상승을 기대해 매물을 거두거나 호가를 높이면서 양측의 가격 차이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B 공인중개사는 “호재가 나왔다고 가격을 턱없이 높인 물건까지 굳이 살 필요는 없다는 게 매수자들의 반응”이라며 “소유주는 가격을 올리거나 물건을 거둬들이고 매수자는 높아진 가격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계약이 성사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부가 '3대 메가 프로젝트' 중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과 관련해 광주 군 공항 부지에 산단을 조성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12일 전남광주 광산구의 한 부동산으로 시민이 출입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joonko1@ (이투데이DB)
▲정부가 '3대 메가 프로젝트' 중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과 관련해 광주 군 공항 부지에 산단을 조성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12일 전남광주 광산구의 한 부동산으로 시민이 출입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joonko1@ (이투데이DB)

문의는 몰리지만 매물이 잠겨 실제 거래는 제한적인 상황에서 토허제 시행으로 시장이 더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반도체 산단 발표 이후 관심이 급격히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거래량이 본격적으로 늘기도 전에 규제가 적용됐다는 것이다.

산월동 인근 C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광주 부동산시장은 수년간 미분양과 거래절벽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며 “대규모 개발 발표로 모처럼 시장에 기대감이 생겼지만 실제 거래가 늘기도 전에 토허구역으로 묶이면서 거래가 다시 위축될 수 있다”고 했다.

KTX역 5분·평탄부지 248만 평…광주 군 공항이 낙점된 이유

▲정부가 '3대 메가 프로젝트' 중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과 관련해 광주 군 공항 부지에 산단을 조성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13일 전남광주 나주시에서 바라본 광주 군 공항 전경. 고성준 기자 joonko1@ (이투데이DB)
▲정부가 '3대 메가 프로젝트' 중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과 관련해 광주 군 공항 부지에 산단을 조성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13일 전남광주 나주시에서 바라본 광주 군 공항 전경. 고성준 기자 joonko1@ (이투데이DB)

광주 군 공항 일대가 단숨에 뜨거워진 것은 이전 예정 부지가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로 낙점되면서다.

광주송정역에서 차량으로 5분가량 달리자 역세권의 건물은 차츰 낮아지고 차창 밖으로 논밭과 비닐하우스가 펼쳐졌다. 공항 청사 주변에는 과수원과 농지가 이어졌다. KTX역에서 멀지 않은 곳이지만 시야를 가리는 높은 건물은 드물었고 주변은 낮고 탁 트여 있었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는 광산구 도산동·신촌동 군 공항 일원을 중심으로 조성된다. 기존 군 공항 이전사업 계획상 확보 가능한 부지는 공항 부지 185만 평과 탄약고 이전부지 24만 평, 안전구역 등 39만 평을 합쳐 약 248만 평이다.

공항 부지는 항공기 이착륙을 위해 이미 넓고 평탄하게 조성돼 있다.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대형 팹뿐 아니라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연구개발·물류시설, 전력·용수 설비가 함께 들어가야 한다. 향후 생산라인 증설까지 고려하면 넓고 연속된 부지가 필요한데 광주 군 공항은 항공기 이착륙을 위해 이미 평탄화된 대규모 부지를 한꺼번에 활용할 수 있다. 여러 필지를 확보하거나 산과 구릉을 깎아야 하는 신규 산업단지보다 초기 조성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이유다.

▲정부가 '3대 메가 프로젝트' 중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과 관련해 광주 군 공항 부지에 산단을 조성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12일 전남광주 서구 영산강 전경. 고성준 기자 joonko1@ (이투데이DB)
▲정부가 '3대 메가 프로젝트' 중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과 관련해 광주 군 공항 부지에 산단을 조성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12일 전남광주 서구 영산강 전경. 고성준 기자 joonko1@ (이투데이DB)

광주송정역과 가까운 점도 강점이다. KTX를 통한 외부 인력의 이동이 쉽고 기존 광주 도심의 주거·상업·교육시설을 배후 생활권으로 활용할 수 있다. 도시 외곽에 산업단지와 정주 기반을 처음부터 함께 조성하는 것보다 인력 확보 측면에서도 유리한 조건이다.

군 공항 인근에는 황룡강이 흐르고 영산강 수계와도 이어진다. 대규모 공업용수를 사용하는 반도체 산업 특성상 수계 접근성 역시 입지 강점으로 거론된다.

군 공항 떠난 자리에 청년 올까…개발 기대감에 지역사회 들썩

KTX가 오가는 광주송정역 앞에는 1913송정역시장과 떡갈비골목, 숙박업소가 모여 있었다. 열차가 도착할 때마다 여행 가방을 끈 승객들이 역사 밖으로 빠져나왔다. 하지만 군 공항 방향으로 몇 블록만 벗어나자 유동인구는 눈에 띄게 줄었다. 낮은 상가와 오래된 주택이 이어지는 거리에는 한산한 기운만 감돌았다.

한산한 거리와 달리 주민과 상인들의 표정에는 기대감이 묻어났다. 이들이 반도체 클러스터에 거는 가장 큰 기대는 청년층 유입이다. 대규모 생산시설과 협력기업이 들어서면 지역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는 흐름을 줄이고, 다른 지역의 인력이 광주로 들어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광산구 한 주민은 “광주는 젊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떠난다는 얘기를 늘 듣는 곳”이라며 “반도체 기업들이 실제로 들어오면 청년들이 광주에 남고 다른 지역에서도 일하러 찾아오는 도시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부가 '3대 메가 프로젝트' 중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과 관련해 광주 군 공항 부지에 산단을 조성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12일 전남광주 광산구 일대 먹자골목 전경. 고성준 기자 joonko1@ (이투데이DB)
▲정부가 '3대 메가 프로젝트' 중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과 관련해 광주 군 공항 부지에 산단을 조성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12일 전남광주 광산구 일대 먹자골목 전경. 고성준 기자 joonko1@ (이투데이DB)

군 공항 주변 지역은 한때 광산구의 중심 생활권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입지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군용기 소음과 고도제한에 막혀 개발이 더뎠다. 광주송정역과 도심을 가까이 두고도 낡은 주택과 낮은 상가만 남은 이유다.

주민들은 군 공항과 맞닿아 있다는 이유로 개발에서 소외됐던 시간이 반도체 산단 조성을 계기로 끝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단순히 땅값이 오르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과 일자리, 젊은 인구가 들어오면서 지역의 생활환경까지 달라지길 바라는 목소리가 컸다.

또 다른 주민은 “그동안 군 공항 때문에 발전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컸다”며 “이제는 소음과 규제로 피해를 보던 동네가 아니라 기업과 사람이 찾아오는 지역으로 바뀌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상인들도 반도체 생산시설과 협력기업이 들어선 뒤 늘어날 유동인구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산단 조성이 시작되면 공사 인력과 기업 관계자가 광주송정역을 오가고 공장 가동 이후에는 상주 근로자와 출장자 수요까지 더해질 수 있어서다.

1913송정역시장에서 30년째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지금은 열차 이용객이나 관광객이 손님의 대부분”이라며 “공장과 협력업체가 들어오면 주말뿐 아니라 평일에도 꾸준히 찾는 사람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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