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판 도톤보리의 꿈…외국인 관광객 300만시대, 광복동에서 완성되는 관광 소비

입력 2026-07-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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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가 깨운 원도심

▲크루즈선 MSC (연합뉴스)
▲크루즈선 MSC (연합뉴스)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서 내린 관광객은 부산역을 지나 초량 차이나타운으로 향한다. 화교 음식과 중국식 만두를 맛본 뒤 40계단 문화거리를 거쳐 국제시장과 부평깡통시장, 자갈치시장을 둘러본다. 부산의 음식과 역사, 원도심 문화를 경험한 관광객이 마지막으로 발길을 옮기는 곳은 광복동이다.

관광의 마지막 단계인 소비가 이곳에서 이뤄진다.

최근 부산시가 부산역·차이나타운 일대를 크루즈 관광 특구로 지정하면서 부산 원도심이 하나의 관광벨트로 연결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취임 직후부터 "원도심을 다시 살리겠다"고 강조해 온 전재수 부산시장의 정책 방향과 맞물리며 원도심 관광벨트가 구체적인 형태를 갖춰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관광객은 걸어야 돈을 쓴다"

그동안 부산 관광은 해운대 중심 구조가 강했다. 관광객들은 해운대를 방문한 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거나 곧바로 귀가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크루즈 관광은 다르다.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을 출발해 부산역과 차이나타운, 국제시장, 깡통시장, 자갈치시장, 용두산공원, 광복동으로 이어지는 동선이 하나의 생활권 안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이동 과정 자체가 관광 콘텐츠가 되는 구조다.

특히 크루즈 관광은 도보 이동 비중이 높다. 관광객이 오래 머무를수록 식당과 카페, 전통시장, 숙박시설, 쇼핑시설로 소비가 확산된다. 관광 전문가들이 크루즈 관광의 핵심 경쟁력을 체류시간에서 찾는 이유다.

결국 중요한 것은 관광객 숫자가 아니다. 얼마나 오래 머무르고 지역경제와 연결되느냐다.

체험·미식·쇼핑이 결합한 원도심 관광벨트

원도심 관광벨트의 경쟁력은 다양성에 있다.

차이나타운의 미식 콘텐츠, 국제시장과 깡통시장의 로컬 먹거리, 자갈치시장의 수산물 관광, 용두산공원과 광복로 문화거리까지 부산만의 콘텐츠가 도보권 안에 집약돼 있다. 여기에 쇼핑 기능까지 결합된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부산의 음식과 역사, 문화를 경험한 뒤 선물과 생활용품을 구매하는 완결형 관광코스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단순 관광지를 넘어 체험과 소비가 선순환하는 체류형 관광 구조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소비의 종착지로 떠오른 광복동

원도심 관광벨트의 마지막 지점은 광복동이다.

숫자가 이를 증명한다.

롯데백화점 광복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외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0% 증가했다. 롯데마트 광복점 역시 같은 기간 외국인 매출이 12% 늘었다.

원도심을 찾은 관광객이 실제 지갑을 열고 있다는 의미다.

▲롯데백화점 광복점 아쿠아몰에 공연을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관람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 광복점 아쿠아몰에 공연을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관람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백화점)

광복동에서는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를 중심으로 한 '롯데타운'이 관광 인프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원도심 관광벨트가 체험과 미식 중심의 관광 콘텐츠라면 광복동은 소비를 담당하는 상업 거점이다.

관광객이 부산의 역사와 문화를 경험한 뒤 실제 소비로 연결되는 마지막 단계가 이곳에서 이뤄진다.

롯데백화점 광복점은 지난 5월 약 70평 규모의 외국인 전용 글로벌 서비스룸을 신설했다. 통역과 환전, 택스리펀드, 물품보관 서비스를 한 공간에 집약해 외국인 관광객의 편의성을 높였다.

최근 15년 만에 리뉴얼한 유니클로 롯데백화점 광복점도 관광객 증가에 대응한 투자로 해석된다. 약 1100㎡(330평) 규모의 대형 매장으로 국제시장과 자갈치시장, 광복로를 연결하는 관광 동선의 중심부에 위치해 원도심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 수요를 흡수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조규장 롯데백화점 광복점장은 "외국인 관광객이 안심하고 쇼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부산판 도톤보리의 가능성

일본 오사카를 찾는 관광객들은 도톤보리와 신사이바시를 둘러본 뒤 쇼핑 공간에서 일정을 마무리한다. 관광과 소비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구조다.

부산 원도심 역시 비슷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차이나타운에서 먹고, 국제시장과 깡통시장에서 즐기고, 자갈치시장에서 부산을 경험한 관광객들이 광복동으로 이동해 소비를 완성하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광복동 롯데타운은 이 과정에서 단순한 유통시설을 넘어 관광객을 수용하고 소비를 연결하는 관광 인프라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부산을 대표하는 쇼핑 거점이자 원도심 관광벨트의 마지막 관문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관광이 체험으로 시작해 소비로 완성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제는 '호스피탤리티' 경쟁이다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얼마나 편안하고 안전하게 머물 수 있도록 하느냐가 관광도시 경쟁력을 결정한다. 세계 관광도시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가치가 바로 '호스피탤리티(Hospitality)'다. 관광객을 단순한 방문객이 아닌 다시 찾고 싶은 손님으로 만드는 서비스 경쟁력이다.

롯데백화점 광복점은 지난 6월 부산중부경찰서와 외국인 관광객 범죄 예방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글로벌 서비스룸을 활용해 분실물 신고 절차와 범죄 예방 정보, 관광 안전 안내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관광객이 안심하고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도시 경쟁력과 직결된다.

원도심 재생의 첫 시험대

크루즈 관광 특구 지정은 단순한 관광사업이 아니다.

부산항에서 내린 관광객이 원도심에서 먹고, 걷고, 머물고, 소비하는 구조를 만드는 원도심 재생 프로젝트에 가깝다. 관광 콘텐츠와 상권, 숙박, 교통, 안전,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관광벨트는 완성된다.

해운대 중심의 관광 지도가 원도심으로 확장되고 광복동이 소비의 종착지로 자리 잡아갈수록 부산 관광의 경쟁력은 방문객 수가 아니라 체류시간과 소비 규모, 그리고 재방문율로 평가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관광객을 오게 만드는 것은 콘텐츠의 몫이고, 다시 찾게 만드는 것은 호스피탤리티의 몫이다."

크루즈가 깨운 원도심이 그 두 가지를 모두 증명해야 할 시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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