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방미 앞두고 자신감 드러내
대만문제 둘러싼 불만 등 샅바싸움

5월 미·중 정상회담이 끝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양국이 다시 충돌하는 모양새다. 미국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6월 8일 미 국방부는 알리바바·바이두·비야디·창신메모리(CXMT)·양쯔메모리(YMTC)·유니트리 등 중국의 대표적 첨단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반도체·휴머노이드로봇·바이오·전기차·배터리 등 총 188개로 전년 130여 곳 대비 제재기업이 더 늘어났다. 이유는 명확하다. 표면적으로 첨단 민간기업이지만 인민해방군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중국 군사기업이라는 것이다.
중국도 바로 반격에 나섰다. 22일 상무부는 ‘수출통제법’, ‘이중용도품목 수출통제 조례’에 근거해 드론·방산·희토류 관련 기업 10곳을 통제 리스트에 올리며 수출을 전면 금지시켰다. 희토류 개발, 가공하는 MP머티리얼즈, USA레어어스, 군용차량과 장비를 생산하는 오시코시디펜스 등 대부분 자체 공급망 구축을 위해 미국 정부가 지원하는 기업들이다. 이와 동시에 재정부는 록히드마틴을 비롯 46개의 미국 방산 관련 기업을 정부조달대상에서 제외했다.
미국은 중국의 첨단반도체와 AI·양자·바이오 기술굴기를 사전에 차단하는 목적인 반면 중국은 강력한 희토류를 무기로 미국의 방산산업을 정밀 타격한 것이다. 중(重)희토류와 영구자석이 없으면 항공시스템, 미사일 등 첨단무기 제조나 생산이 어렵다. 지난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표면적으로 상호주의에 기초한 건설적·전략적 안정관계로 관리하자는 데 합의했지만 양국 간 첨단기술·자본·공급망 디커플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미국 제재에 맞서는 중국의 반격에 숨어 있는 함의는 무엇일까? 크게 3가지로 귀결된다. 첫째, 미·중 전략경쟁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자 9월 시진핑 주석의 방미를 앞두고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력한 대응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작년 11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1년간 유예된 희토류 수출 통제가 11월 10일 만료된다. 희토류 수출통제가 재개되면 미국 첨단무기 공급망 생태계가 영향을 받게 되고, 이는 11월 중간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조급한 게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다.
둘째, 미국 자체 희토류 공급망 구축을 억제하는 명분이 생겼다. 미 국방부의 중국 테크기업 제재는 어느 정도 영향을 받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중국에는 미국 희토류 공급망 생태계에 타격을 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자체 희토류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미국의 시도를 사전에 억제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 셈이다. MP머티리얼즈는 희토류 광산인 마운틴패스 광산을 운영하는 기업으로 국방부가 15%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USA레어어스는 첨단무기에 필요한 중희토류 광산과 자석 생산망을 구축하고 있는 기업으로 정부가 직접 투자할 것으로 알려진 기업이다.
독자적인 희토류 채굴 및 가공의 핵심적인 두 기업을 제재했다는 것은 희토류 자체 공급망 구축을 이번 기회에 막겠다는 의도다. 단순히 상호 제재한 기업 수만 비교하면, 미국 제재 중국기업 188곳과 중국 제재 미국기업 56곳으로 중국이 3배 이상 많지만, 실제 양국에 미칠 파급력과 영향력에서 미국이 불리한 이유다.
셋째,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에 대한 강한 불만과 중지를 요구하는 메시지다. 미국은 방공 요격 미사일 등 다양한 무기를 판매하며 대만의 방위력을 지원하고 있다. 작년 11월 APEC 정상회담 이후 12월 18일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에 111억540만달러 규모의 무기 판매를 승인했다. 중국은 대만 무기판매는 ‘내정 간섭’이자 ‘레드라인 위반’으로 규정하며 바로 보복 조치를 단행했다. 노스롭그루먼, 깁스앤콕스 등 미국 군수기업 20곳과 경영자 10명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올해도 대만은 120억달러 상당의 미국산 무기구매 신청을 했으나, 중국의 강력한 반발에 정상회담 이후 최종 승인을 미루고 있는 상태다. 5월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는 “대만 무기판매는 좋은 협상 카드로 미국이 팔 수도, 팔지 않을 수도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중국의 미국 46개 방산기업을 제재한 배경에는 대만에 무기를 판매할 경우 더 강력한 보복 조치를 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숨어 있다. 중국 첨단기업 제재라는 미국의 창이 미국 공급망 파괴라는 중국의 방패를 뚫는 게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미·중 간 치열한 수 싸움은 더욱 고도화될 것이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2010년) 및 미주리 주립대학(2023년) 방문학자로 미중기술패권을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한중연합회 회장 및 산하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더차이나>, <딥차이나>, <미중패권전쟁에 맞서는 대한민국 미래지도, 국익의 길>, <알테쉬톡의 공습> 등 다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