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빵·과잣값 올린 전분당업계 담합 철퇴…과징금 역대 최대 7476억

입력 2026-07-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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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분·전분당 제조·판매 4사, 7년 5개월에 걸쳐 장기간 담합
원가 오를 땐 빠르게, 원가 내릴 땐 느리게 판매가에 반영
러우전쟁 땐 판매가 최대 73% 인상해 영업이익 하락 최소화

▲공정거래위원회 (이투데이DB)
▲공정거래위원회 (이투데이DB)

대상, 사조CPK, 삼양사, CJ제일제당 등 전분·전분당 제조·판매 4사가 과자·빵 등 먹거리는 물론 제지·철강 등 산업용 원재료로 쓰이는 전분당 판매 가격을 담합한 사실이 적발돼 총 7400억 원대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그간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사건에 부과한 과징금 중 역대 최대 규모다.

공정위는 이들 4사에 대해 법 위반행위 금지명령, 독자적 가격 재결정 명령 등의 시정 명령과 과징금 총 7475억 7800만 원을 부과했다고 7일 밝혔다. 이는 지난 5월 밀가루 가격을 밀약한 7개 업체에 매긴 6710억 원을 뛰어넘는다. 공정위의 담합 제재 사상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 사건은 과점 구조가 장기간 유지된 시장에서 가격 담합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중대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동일 공정위 부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내 전분 및 전분당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가진 전분사들은 담합 행위를 통해 옥수수 가격이 상승하는 동안 영업이익의 하락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며 "담합으로 인한 피해는 후방산업을 영위하는 실수요처와 대리점, 나아가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됐다"고 설명했다.

4개 전분당 업체는 정부의 정책적 보호를 받고 있는데도 밀약해 경쟁 질서를 왜곡했다. 이들은 전분당의 주원료인 수입 옥수수를 공동으로 수입한다. 정부는 전분당이 국민 물가, 산업 경쟁력 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2021년 4월부터 매년 200만t 내외의 가곡용 옥수수에 할당관세(0%)를 적용하고 있다.

그런데도 4개 전분당 업체는 2018년 5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옥수수 가격이 인상·인하되는 시기에 총 13차례에 걸쳐 판매가격을 합의하고 실행했다. 이 과정에서 전분사들은 가격 인하를 강하게 요구하는 대형 실수요처의 가격은 인하해주면서 소규모 실수요처나 대리점 등은 최대한 판매가격을 유지해 이윤을 극대화했다. 또한 이들 업체는 가격 변경 폭과 시기, 가격 변경의 근거, 공문 발송 시기 등 세부적인 내용도 합의했다.

특히 4개사는 전분당 품목별 목표 가격을 합의한 뒤 전분사별로 그보다 높은 금액을 차례로 거래처에 통보해 거래처가 목표 가격을 최대한 수용하도록 압박·유도했다. 이들은 가격 합의대로 거래처에 공문을 발송하면서 이행 여부도 철저하게 점검했다. 실수요처에 공문을 발송하기로 한 날짜에 4개사 관계자들이 서로를 찾아가 공문에 품목별 인상 폭, 인상 시기, 공문 수신처 주소 등이 제대로 기재됐는지 꼼꼼히 살폈다. 이후 우체국까지 따라가 공문이 발송되는지 확인하기도 했다.

특히 전분사들은 전체 거래처에 가격 변경을 통지한 뒤 필요한 경우 협상을 진행했다. 이때 거래처와 가장 거래를 많이 하던 전분사가 앞장서서 협상을 주도했다. 나머지 전분사들은 일부러 이보다 더 비싼 가격을 제시하며 거래처를 압박했고, 결국 거래처가 미리 짜둔 목표 가격을 받아들이도록 유도했다.

B2B 전분당 시장에서 4개 업체의 점유율은 전분 95.7%, 전분당 86.4%에 달한다. 특히 이들은 국제 옥수수 가격 상승기에는 전분당 판매가격을 인상했고 옥수수 가격 하락기에는 가격 인하를 최대한 지연시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옥수수 가격이 급등하자 담합을 시작했던 2018년 5월보다 판매가격을 최대 73%까지 인상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전분사들은 옥수수 가격이 상승하는 동안에도 영업이익 하락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옥수수 가격이 하락하는 동안에는 원가 인하 폭에 비해 판매가격 인하 폭을 최소화했다. 이런 대응으로 가격은 낮춰도 오히려 영업이익은 개선됐다. 대상의 경우 영업 이익은 2023년 901억 원에서 2025년 1505억 원으로, 사조는 140억 원에서 361억 원으로 개선됐다. 이후 실수요처와 대리점을 거쳐 최종 소비자에 대한 물가 인상 요인으로 고스란히 전가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 사건은 장기간 국내 전분당 시장에서 지속한 전분사들의 가격 담합을 제재한 사건"이라며 "최근 공정위가 조치한 제당사, 제분사, 제지사 등의 담합 사건에 이어 국민이 피부로 체감하는 식품 등의 가격을 안정시키고 독과점 사업자들이 담합을 통해 부당하게 가격을 인상하는 행위에 경종을 울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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