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 면책에도 남는 그린워싱 책임…법정공시 실효성 시험대 [베일 벗은 ESG 공시 로드맵]

입력 2026-07-08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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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정보 포괄 면책도 그린워싱 예외·소송 리스크엔 무력
업계 “법무 리스크 부담”…투자자 측 “면책 과도하면 실효성 약화”

(챗GPT AI 기반 편집 이미지)
(챗GPT AI 기반 편집 이미지)

지속가능성(ESG) 공시가 자본시장법상 사업보고서 체계로 편입되면서 책임 범위를 둘러싼 기업들의 법무 부담과 불확실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도입 초기 3년간 공시 정보 전체에 대해 손해배상·행정제재·형사처벌을 포괄 면책하는 특단책을 내놨지만, 기준이 모호한 '고의적 그린워싱'은 면책 대상에서 제외된 데다 이해관계자의 개별 민사 소송 제기 자체를 막을 방도가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진단이다.

8일 금융위원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 ESG 법정공시 최종안은 공시 유예와 세이프하버(면책조항) 측면에서 초안보다 진전됐다는 평가를 받는 한편, 책임 소재에 따른 잠재적 법적 리스크는 해소되지 못했다는 우려가 동시에 뒤따른다. 공시 정보 전체에 유예 장치를 두더라도 사법 리스크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8일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 최종안은 초안보다 진전됐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책임 소재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공시정보 전체에 대해 면책 장치가 있어도 법무 리스크가 완전히 사라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가장 큰 쟁점은 '고의적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을 가려낼 가이드라인의 부재다. 정부는 착오나 과실로 인한 공시 오류는 면책하되, 친환경 성과를 고의로 부풀리거나 왜곡한 행위는 엄정 조치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한 산업계 ESG 담당자는 “그린워싱을 판단할 고의성 여부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지가 불명확하다”며 “정부가 면책권을 공표했어도 판단 잣대가 자의적이라면 면책 기간에도 상시적인 법무 리스크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고의성 판단 기준에 대해 개별 공시 건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사안별(Case by Case)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다소 모호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법 위반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허위 공시를 감행했는지가 핵심인데, 이를 어느 감독기관이 어떤 절차를 거쳐 실무적으로 입증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당국은 주요 업종별 대표기업이 참여하는 파일럿테스트를 거쳐 베스트프랙티스(우수사례)를 축적하겠다는 구상이지만, 당장 공시를 준비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깜깜이 심사에 대한 공포가 크다.

개별 민사 소송 리스크가 고스란히 기업 몫으로 남는다는 점도 치명적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초기 3년간 자본시장법상 손해배상 책임은 면제되나, 일반 투자자나 환경 시민단체가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것까지 정부가 원천 차단해 줄 수는 없다.

한 ESG 공시 담당자는 “정부의 세이프하버(면책조항)와 별개로 이해관계자가 소송을 제기하는 것까지 막아주진 않는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면제하더라도 소송이 제기되는 것 자체가 기업 이미지에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특정 기업이 탄소 배출이나 기후 리스크를 실제보다 낮게 공시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할 경우, 최종 승소 여부와 무관하게 '환경 파괴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혀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게 된다. 소송 제기 자체만으로 강력한 리스크가 작동하는 셈이다.

반면 자본시장 일각에서는 과도한 면책 범위가 법정공시 제도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 사무총장은 “법정공시로 시작한 것 자체는 의미 있는 진전”이라면서도 “어느 항목에 세이프하버를 둘지, 언제까지 유지할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너무 많은 항목에 오래 면책을 두면 법정공시 도입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법정공시와 거래소 공시는 업무 범위보다 책임의 무게가 다르다”며 “기업들이 공시 준비 상황을 더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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