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광장-임성호의 정치원론] ‘사당화 함정’에 빠진 국민의힘

입력 2026-07-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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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적 단합에 의존해 공공성 잃어
당권 욕심에 수권정당 책무도 포기
대변혁 통한 공당다움 회복 시급해

최근 국민 ‘공적(公敵)’으로 전락한 선거관리위원회와 축구협회보다도 못한 조직이 있다. 국민의힘이다. 선관위와 축구협회는 국민적 비판에 잘못을 인정하고 적어도 표면상 인적 쇄신 등 개혁에 응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방선거에서 참패당해도, 장동혁 대표가 선거 현장 곳곳에서 자당 후보들의 기피 대상이 돼도, 대안적 국정 담론은 형성조차 못 해 국민 여론의 질타를 받아도, 정치 원로들과 중립적 전문가들이 고언(苦言)을 쏟아내도 변화의 움직임이 없다. 책임 자세나 반성 기미도 없다. 장 대표와 지도부는 사퇴하기는커녕 도리어 당내 비판 세력을 징계하겠다며 역공을 가하고 있다.

공당(公黨)답지 않은 모습이다. 헌법기관인 선관위가 배타적 담을 쌓고 외부 비판을 일축하며 국민을 무시하면 되겠는가. 국고 지원으로 국가대표팀을 키우는 축구협회가 특정 인맥에 포획돼 밀실 운영되며 국민과 거리를 두면 되겠는가. 마찬가지로, 정당이 헌법에 공적 존재로 규정되고 헌법의 보호 아래 국비 지원을 받음에도 폐쇄성을 지키며 국민을 외면하고 민심을 경시하면 되겠는가. 정당들의 지향점과 방식은 각기 달라 지지하는 유권자도 다를 수밖에 없지만, 공당으로서 국민을 바라보며 공공성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원칙은 부정할 수 없다.

이 당연한 원칙이 현실에선 버려져 있다. 특히 제1야당으로서 수권정당의 면모를 갖춰야 할 국민의힘은 사당(私黨)으로 둔갑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장 대표는 지도부에 대한 비판을 용납하지 않고 경직된 단합과 기율만 외치는 모습이 ‘큰 우산’ 정당보단 좁은 사익 결사체를 연상시킨다. 동원된 당원을 방패 삼아 당권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모습은 회원제 노조나 민간단체에나 어울리지, 민심의 폭넓은 지지를 얻어야 할 공당엔 맞지 않는다.

더욱이, 그가 기대는 소위 당원 중에 당의 공적 가치관과 조직 정체성을 고민하는 진성당원은 얼마나 될까? 개인 팬덤을 따르는 ‘윤 어게인’ 세력, 강성 유튜버 추종자, 특정 종파 신도로 급조된 무늬만 당원을 빼면 얼마나 남을까? 더불어민주당도 공당답게 다양한 의견을 허용하고 편협한 개인 팬덤을 배격하고 있는지 의문 들게 하지만 국정 책임을 진 여당이라 최소한의 공적 모습을 보이지 않을 수 없다. 반면에 야당인 국민의힘은 국정 부담을 안 느껴도 된다는 안이함에 거리낌없이 사당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

당 지도부가 징계라는 무리수를 마다하지 않으며 사당화에 매진하는 건 큰 특권이 수반되는 당권을 독식하겠다는 욕심 탓이다. 당내 인사들의 정치생명을 좌우하는 공천권이 그 특권의 핵심이다. 얼마 전 6·3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양대 거대 정당은 지도부의 중앙집중식 권한을 더 확대했다. 당 지도부에 이견을 보인 후보들에 대한 자의적 ‘공천 학살’, 그에 따른 당내 분규, 그로 인한 유권자의 분노와 표심의 심판은 익히 알려진 일이었다. 당 대표와 지도부가 누리는 이런 과도한 권한과 사당화 상황이 계속된다면 2년 후 국회의원선거에서 이번보다 더 심한 내분이 일어나고 더 큰 좌절을 겪을 거란 점은 명약관화하다.

국민의힘은 이념적 극단으로 치우친 주변부 군소정당으로 전락할지, 중도를 포용하는 수권형 국민정당으로 거듭날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집권을 꿈꾸는 거대 정당이 공당으로서의 책무를 잊은 채 인위적·편향적 알량한 당심을 핑계로 민심을 무시하고 사당화를 지속한다면 어느 길로 갈지는 뻔하다. 사기업도 사회적 책무와 국민 정서에 신경 쓰는 오늘날, 국민의힘이 사당으로 전락한다면 당뿐 아니라 국가 전체가 타격을 입는다. 정당 간 견제와 균형 속에 민주적 조화가 이뤄지는 국정 운영을 위해 제1야당은 지도부 교체 등 대변혁을 통해 공당다운 모습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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