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 승부차기의 심리학 “너는 혼자가 아니야”

입력 2026-07-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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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자중지란으로 일찌감치 48강 리그에서 탈락해 김이 샜지만, 경기 자체만 보면 이번 월드컵은 꽤 재미있다. 무엇보다도 스타 선수들이 이름값을 하며 선전하기 때문이다. ‘축구의 신’으로 불리는 메시는 경기마다 월드컵 최다골과 연속골 기록을 경신하며 32강전까지 4경기에서 7골로 득점 선두다(16강에서 각각 한 골과 두 골을 넣은 음바페와 홀란도 공동선두). 케인도 6골로 뒤를 잇고 있다. 앞으로 최대 4경기가 남았으므로 월드컵 한 대회 최다골 기록인 13골이 깨질지도 관심사다.

그런데 필자는 월드컵뿐 아니라 축구 경기에서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이 있다. 매 경기 승패를 가르는 게 불가피한 토너먼트에서 연장까지도 비겼을 때 이어지는 승부차기다. 키커에게 승부차기는 말 그대로 ‘잘해야 본전’으로, 넣으면 기쁨보다는 안도의 표정이고 못 넣을 때 절망하는 표정은 차마 보기 어렵다. 정말 가혹한 승부의 세계다.

이번 32강 토너먼트 16경기가 시작하기 전 필자는 승부차기가 몇 경기나 나올까 대충 추측해봤는데(전후반 무승부일 확률 3분의 1, 연장전에서도 무승부일 확률 2분의 1로), 3경기 정도 될 것 같았다.

실제 3경기가 승부차기까지 갔다. 이 가운데 독일 대 파라과이 전이 특히 안타까웠는데, 피파 순위 10위인 독일은 41위인 파라과이에 예상대로 우세한 경기를 펼쳤지만 골 운이 없어 1 대 1로 마치고 승부차기 연장전(!) 끝에 3 대 4로 졌다. 각각 두 명씩 실축해 3 대 3에서 여섯 번째 키커가 실축했으니 반타작이다. 이처럼 잘 뛴 팀이 승부차기에서 지면 왠지 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페널티킥은 경기 중 박스 안에서 상대가 파울을 했을 때도 차게 되는데, 종료 직전 긴박한 상황을 빼면 시청할 때 긴장도가 승부차기 때보다는 훨씬 덜하고 차는 선수들도 그런 것 같다. 설사 실축하더라도 바로 승부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일까.

경기 중 페널티킥의 기대득점은 0.75~0.8이다. 기대득점이란 슛을 할 때 주변 상황을 토대로 산출한 골이 될 확률이다. 페널티킥은 5번 차면 4번 성공하는 셈이다. 그런데 승부차기에서 득점할 확률은 경기 중 페널티킥의 기대득점보다 낮다. 이번 32강을 봐도 세 경기에서 키커로 나선 30명 가운데 18명만 득점해 성공률이 0.6에 불과했다(5번에 3번).

최근 학술지 ‘네이처’에는 노르웨이스포츠과학대의 스포츠 심리학자 게르 요겟 교수의 기고문이 실렸다. 2004년부터 승부차기의 심리학을 연구해온 요겟은 ‘승부차기의 과학은 스트레스에 대해 무엇을 말하는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승부차기에 대해 일반인들이 잘 몰랐던 얘기를 들려준다.

먼저 최근까지도 감독 대다수가 ‘어차피 승부차기는 복권(운)’이라며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다고 한다. 감독이 키커를 미리 정해놓지도 않아 서로 눈치를 보다 차게 된 선수는 주심 호각이 불면 그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려고 서둘러 차다 실축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종의 집단 회피인 셈이다.

사람들의 기질에 따라 극단적인 스트레스에 대한 취약성이 다른 결과인지는 몰라도 잉글랜드는 1990년부터 2012년까지 7번의 승부차기에서 한 번만 이겼고 월드컵에서는 세 번 다 졌다. 2018년 잉글랜드축구협회는 ‘페널티 프로젝트’를 진행해 승부차기를 준비했고 그해 월드컵 16강을 비롯해 4번 가운데 3번 이겼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요겟은 “마치 백신처럼 스트레스 상황을 반복해 체험하면 실전에서 효과가 있다”며 “이는 시험이나 면접 등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승부차기 상황에서 더 중요한 건 키커가 혼자라고 느끼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상대가 찰 때 골문을 지켰던 골키퍼가 공을 직접 건네주고 동료들이 둘러서서 응원하는 것이 키커가 제 실력을 발휘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연장전이 끝나고 3분 정도의 시간 동안 감독이 선수들의 마음을 추스르고 확신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 최고의 감독은 시합 전 최대한 계획을 공유해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는 준비와 지지가 결정적이라는 얘기다. 이게 안 될 때 어떻게 되는지는 이번에 우리나라 축구팀이 잘 보여줬다.

문득 비겼을 때는 경기력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인 기대득점으로 판정승을 내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AI)이 슛 장면을 분석해 기대득점을 산출한다면 공정성 시비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승부차기도 축구의 재미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일축할 테지만. 부디 이번 결승에서 승부차기로 우승이 가려지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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