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그쳤는데 왜?"⋯KBO 우천취소, 알고 보니 [이슈크래커]

입력 2026-07-06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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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그쳤는데 왜 취소?"⋯KBO 우천취소, 알고 보니. (사진=챗GPT AI 생성)
▲"비 그쳤는데 왜 취소?"⋯KBO 우천취소, 알고 보니. (사진=챗GPT AI 생성)
프로야구(KBO) 팬들에게 달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바로 장마입니다. 이번 주에도 비 소식이 이어질 것으로 예보되면서 ‘날씨와의 싸움’이 계속될 전망입니다.

장마철에는 비로 인한 경기 개최 여부가 순위 경쟁 못지않게 중요한 화두인데요. 비가 내리는 날이면 경기 시작 전부터 우천취소 가능성이 커지고, 경기 도중에는 중단과 재개 여부까지 여러 변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경기가 정상적으로 열릴지, 또 우천취소 여부가 언제 결정될지 쉽게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어떤 날은 경기 시작 직전까지 오랜 시간 기다리다가 취소되고, 어떤 날은 경기 도중 갑작스럽게 쏟아진 폭우로 노게임이 선언되기도 합니다. 같은 장마철인데도 매번 다른 결정이 내려지면서 “도대체 기준이 무엇이냐”는 의문도 반복되고 있죠.

▲비 때문에 승리를 놓친 한화 이글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비 때문에 승리를 놓친 한화 이글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달 30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kt 위즈의 경기입니다.

이날 한화는 1회말에만 5점을 뽑아내며 기선을 제압했습니다. 이어 2회말 강백호(한화)의 홈런까지 터지면서 한화는 7-0까지 달아났습니다. 하지만 4회초 갑작스럽게 많은 비가 쏟아졌고, 결국 경기는 중단됐습니다.

KBO 규정상 5회 이전 우천으로 노게임이 선언되면 그전까지의 기록은 모두 무효가 됩니다. 한화는 대량 득점으로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지만 정식 경기가 성립되지 않으면서 7-0 리드도, 강백호의 시즌 20호 홈런도 모두 무효가 됐습니다.

당시 기상청 레이더에는 대전 지역에만 국지성 강한 비가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판진은 1시간 26분 동안 경기 재개를 기다리다가 비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끝내 노게임을 선언했죠.

그런데 노게임이 선언된 지 약 10분 만에 빗줄기가 잦아들기 시작했습니다. 관중들이 경기장을 빠져나가기 전에는 비가 완전히 그친 건데요. 이미 노게임 결정은 번복할 수 없었지만, 한화 팬들 입장에서는 허탈함이 남을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습니다.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2026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우천 및 그라운드 사정으로 취소됐다. 경기장 전광판에 우천취소 안내가 나오고 있다. (뉴시스)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2026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우천 및 그라운드 사정으로 취소됐다. 경기장 전광판에 우천취소 안내가 나오고 있다. (뉴시스)
우천취소를 둘러싼 논란은 불과 닷새 만에 또다시 불거졌습니다. 5일에도 서울 잠실구장에서 한화와 LG 트윈스 경기,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NC 다이노스와 KIA 타이거즈 경기 모두 우천으로 취소된 건데요.

특히 잠실 한화-LG전은 경기 시작 직전 갑작스러운 폭우가 쏟아지면서 열리지 못했습니다. 경기 전부터 빗방울이 간간이 떨어지긴 했으나 오후 5시 25분께 비가 그치면서 내야에 설치했던 방수포도 걷힌 상태였죠. 그러나 경기 개시 직전 갑작스럽게 또다시 굵은 비가 쏟아졌고 불과 5분 만에 내야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길 정도로 그라운드 상태가 악화됐습니다.

오후 6시 10분께부터 빗줄기는 잦아들었지만, 그라운드 곳곳에는 물이 고였습니다. KBO는 오후 6시 40분 “그라운드 정비에만 2시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선수단의 부상 위험을 고려했다”며 우천취소를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팬들은 비가 그친 뒤에도 그라운드 정비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과거에는 잠실 구단 직원들이 스펀지까지 동원해 1시간 28분 동안 그라운드를 정비한 끝에 경기를 진행했던 사례가 있었던 만큼, 우천취소 결정에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이어졌습니다.

특히 원정 팬들의 부담은 더욱 큽니다. 지방 원정을 위해 KTX나 고속버스를 예매하고 숙박까지 예약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요. 경기장에 도착한 뒤 몇 시간을 기다리다 취소 소식을 접하거나, 취소 발표가 늦어 이동 계획까지 변경해야 하는 상황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팬들 사이에서는 “경기를 취소하지 않더라도 우천취소 가능성과 결정 시점만이라도 조금 더 일찍 안내해 달라”는 목소리도 커지는 상황입니다.

비가 오면 야구가 멈추는 이유

▲KIA 투수 제임스 네일이 우천취소에 아쉬워하고 있다. (뉴시스)
▲KIA 투수 제임스 네일이 우천취소에 아쉬워하고 있다. (뉴시스)
사실 야구는 날씨에 가장 민감한 스포츠 중 하나입니다. 대부분 야외에서 경기를 치르는 데다, 비가 왔을 때의 젖은 그라운드가 경기 자체를 어렵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곳이 투수 마운드입니다. 투수는 작은 흙 마운드 위에서 한쪽 발을 강하게 디디며 공을 던집니다. 마운드가 조금만 젖어도 중심을 잃기 쉽고, 투구 동작이 흔들리면 경기력 저하는 물론 부상 위험도 크게 높아집니다.

야수들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흙으로 된 내야는 비가 내리면 금세 질어지고, 타구의 바운드도 평소와 달라집니다. 급하게 방향을 바꾸거나 슬라이딩하는 과정에서 발이 미끄러질 위험도 커집니다. 외야 역시 잔디가 물을 머금으면 공의 속도와 구름 방향이 달라져 정상적인 수비가 쉽지 않습니다.

공 하나에도 차이가 생깁니다. 공이 젖으면 투수는 평소처럼 제구하기 어려워지고, 타자 역시 배트 그립이 미끄러질 수 있습니다. 수비수들도 포구와 송구 과정에서 실수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우천취소도 '구장 차이'

▲대전한화생명볼파크(오른쪽)ㆍ한화생명이글스파크(왼쪽). (뉴시스)
▲대전한화생명볼파크(오른쪽)ㆍ한화생명이글스파크(왼쪽). (뉴시스)
구장마다 상황도 다릅니다. 같은 양의 비가 내리더라도 배수시설과 그라운드 환경, 비가 내리는 방식에 따라 경기 재개까지 걸리는 시간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전한화생명볼파크입니다. 2025년 새로 문을 연 한화생명볼파크는 강화된 배수시설을 갖춰 경기 도중 폭우가 쏟아진 뒤에도 약 20분 만에 그라운드 정비를 마치고 경기를 재개한 바 있습니다.

반면 잠실구장은 ‘잠실 캐리비안베이’로도 불릴 정도로 비에 취약한데요. 5일에도 경기 시작 직전 국지성 폭우가 짧은 시간에 집중되면서 불과 5분 만에 내야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길 정도였습니다.

같은 비라도 구장 환경과 강우 형태에 따라 경기 운영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비가 몇 ㎜ 오면 무조건 취소’ 같은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기 어려운 거죠.

이 때문에 돔구장이 우천취소를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실제로 KBO 유일의 돔구장인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는 우천으로 경기가 취소되는 일이 없는데요. 잠실구장 역시 2026시즌 종료 이후 3만5000석 규모의 신축 돔구장으로 탈바꿈할 예정입니다.

다만 모든 구장을 돔으로 바꾸기에는 막대한 비용과 유지ㆍ관리 부담이 따르는 만큼 대부분의 프로야구는 앞으로도 야외에서 치러질 가능성이 큽니다.

▲2일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2026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vs 두산 베어스 경기가 우천으로 인해 지연되고 있다. (뉴시스)
▲2일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2026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vs 두산 베어스 경기가 우천으로 인해 지연되고 있다. (뉴시스)

"비가 얼마나 와야 우천취소 되나요?"

의외로 KBO에는 우천취소를 결정하는 공식적인 강수량 기준이 없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우천취소는 현재 내리는 비의 양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강한 비가 내리더라도 20~30분 뒤 그친다면 경기를 정상적으로 치를 수 있지만, 반대로 약한 비가 내리더라도 기상레이더상 곧 집중호우가 예보된다면 경기 시작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현재 내리는 비보다 앞으로의 기상 변화가 더 중요한 변수인 셈입니다.

이 때문에 우천취소는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됩니다. 경기 시작 전에는 경기운영위원(경기감독관)이 기상청 예보와 기상레이더, 그라운드 상태 등을 확인해 경기 개최 여부를 결정합니다. 반면 경기가 시작된 이후에는 심판원이 기상 상황과 선수 안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경기 중단과 재개 여부를 판단하죠.

이 같은 운영 방식은 KBO만의 특징도 아닙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와 일본 프로야구(NPB) 역시 우천취소에 있어 공식적인 강수량 기준은 두고 있지 않습니다. 또한 KBO와 마찬가지로 기상 예보와 현장 상황, 그라운드 상태, 선수 안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경기 개최 여부를 판단합니다.

팬들이 원하는 것도 명확한 강수량 기준 자체는 아닙니다. 경기장으로 출발하기 전 우천취소 가능성을 미리 알 수 있고, 언제쯤 최종 결정이 내려지는지만 알 수 있어도 훨씬 덜 혼란스러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은데요. 예를 들어 “현재 취소 가능성이 높다”, “오후 6시에 최종 결정한다”처럼 진행 상황을 단계적으로 안내한다면 팬들도 이동 계획을 세우기가 훨씬 수월해질 수 있습니다.

결국 우천취소마다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는 비 자체보다도 팬들이 그 판단 과정을 쉽게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비는 막을 수 없지만, 우천취소 판단 근거를 더욱 투명하게 설명하고 우천취소 가능성과 결정 시점을 충분히 안내하려는 노력은 앞으로 KBO가 계속 고민해야 할 과제입니다.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관계자들이 방수포를 덮고 있다. (뉴시스)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관계자들이 방수포를 덮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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