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대한축구협회가 멈춰 세운 ’韓 축구의 심장’

입력 2026-07-07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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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석주 생활문화부 기자
▲송석주 생활문화부 기자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 탈락이라는 초라한 성적표에 전 국민이 분노 중이다. 홍명보 감독의 전술 실패와 지도력 한계를 지적하기 전에 대한축구협회의 부적정한 행정처리와 불합리한 업무 관행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2년 전 문화체육관광부 특정감사 결과 확인된 축구협회의 행정 지표는 이미 곪을 대로 곪아 있었다. 감독 선임부터 국고보조금 집행, 사면 처리에 이르기까지 협회 전반이 무수한 위법·부당 처리와 행정 비위로 얼룩져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축구협회의 의사결정 체계는 철저히 무력화되어 있었다.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 당시에는 전력강화위원회 회의가 열리기도 전에 협회 주도로 감독 후보자 명단을 짜고 이사회 선임 절차를 통째로 누락했다. 홍 전 감독 선임 때도 추천 권한이 없는 기술총괄이사가 단독으로 자택 근처 카페에서 면접을 진행하고, 내정 발표를 마친 뒤에야 이사회에 서면결의를 요구하는 촌극을 빚었다. 축구 행정의 기본이 되어야 할 정관과 국가대표팀 운영 규정은 집행부의 편의에 따라 무시되기 일쑤였다.

재정 방만은 더 심각하다. 협회 정관상 반드시 거쳐야 할 문체부 장관의 사전 승인 없이 시중 은행과 615억원 한도의 대출 계약을 무단으로 체결했고, 그중 7억7500만원을 마음대로 집행했다. 천안 축구종합센터 내 미니스타디움 건립 과정에서는 협회 전용 사무공간을 배치했으면서도 이를 숨긴 거짓 사업계획서로 국고보조금 56억원을 수령했다가 교부결정 취소와 환수 조치를 통보받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다. 무보수가 원칙인 부회장 등 비상근 임원 34명에게는 구체적인 과업 증빙도 없이 4년간 총 28억여원의 고정 급여성 자문료를 방만하게 챙겨줬다. 상위 기관인 대한체육회가 폐지한 사면 규정을 어기고 승부조작 가담자를 포함한 비리 축구인 100명을 기습 사면하려던 시도는 시스템의 타락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이 같은 구조적 비위가 쌓이는 동안 사법 통제 장치는 작동하지 않았다. 수사 과정의 불공정을 통제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서울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신속 수사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종로경찰서에 신속 처리 지시를 의결한 것이 작년 9월이다. 하지만 경찰은 이 지시마저 9개월간 방치하다 이재명 대통령의 “무능한 사람을 지휘관으로 선발한 결과”라는 공개 질책 등 악화한 여론에 떠밀려 최근 서울청 금융범죄수사대로 사건을 뒤늦게 넘겼다. 전형적인 뒷북 수사다.

이런 가운데 6일 최휘영 문체부 장관과 박지성 국제축구연맹(FIFA) 분과위 위원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K-축구 혁신위원회’가 첫걸음을 뗐다. 이영표, 박주호 등 축구협회 행정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인사들이 대거 참여해 거버넌스 쇄신과 유소년 육성, 행정 전산화 시스템 도입을 논의할 예정이다. 신뢰받는 축구인들을 전면에 내세운 한시적 기구를 띄우는 것만으로 추락한 그라운드의 신뢰가 회복되진 않을 것이다. 곪아 터진 독단적 행정의 본질을 완전히 도려내고, 무너진 선순환 구조를 복원하는 뼈아픈 성찰이 전제되어야 한다.

송석주 기자 s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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