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방산·반도체 호재 맞은 반면 석유화학·자동차는 회복 제한

미국과 이란이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물류 차질과 비용 상승 충격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에너지 가격 급등만으로도 국내 제조업 생산비가 약 4.7% 상승한 가운데 향후 국내 산업계의 회복세는 비용 전가력과 신규 수요 확보 여부에 따라 뚜렷한 'K자형' 양극화를 보일 것이란 진단이다.
산업연구원은 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미국-이란 종전 이후 호르무즈 리스크와 한국 산업 영향 및 대응 방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 기간 동안 발생한 에너지 가격 충격만으로 한국 제조업 생산비는 약 4.7%, 전 산업 기준으로는 3.7% 상승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번 사태는 단일 해협 봉쇄로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뿐만 아니라 나프타, 요소, 황산 등 산업 원자재 물류가 동시에 제약된 '복합 공급망 충격'으로 분석됐다.
산업연구원은 미·이란의 MOU 체결로 종전 국면에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단기간 내에 전쟁 이전의 통항 및 비용 구조로 복귀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핵 프로그램 처리나 제재 종료 일정 등 핵심 쟁점이 60일 내 후속 협상으로 미뤄졌으며, 기뢰 제거와 대기 선박 적체 해소 등으로 인해 실제 평시 물동량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특히 급등한 전쟁위험보험료와 운임, 통항 비용 등은 하방 경직성이 커 종전 이후에도 새로운 비용 기준으로 고착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종전 이후 국내 산업별 회복세는 비용 전가력과 수요 경로에 따라 'K자형'으로 분화될 것으로 관측됐다.
우선 조선업은 LNG 공급선 다변화로 고부가 LNG 운반선 및 대체 노선 투입이 용이한 중소형 탱커 발주 확대가 예상되며, 방산업은 걸프 지역의 조달 다변화 흐름 속에서 중간층 방공체계 수출 기회가 열릴 것으로 분석됐다.
반도체 역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 걸프 국가들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서버용 메모리 및 고대역폭메모리(HBM)수요 확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건설업은 약 340억~580억달러 규모의 전후 복구 수요가 선별적 수주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석유화학은 공급 차질 완화 이후 글로벌 공급 과잉이 재표면화되면서 설비 감축 등 구조조정 압력에 노출될 수 있으며, 자동차는 미·유럽연합(EU) 등 선진 시장의 소비심리 둔화와 고유가·고금리 여파로 수요 회복이 제한될 리스크가 상존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빙현지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비용 및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복원력 중심의 전략이 시급하다"며 "통항 및 물류 리스크를 일시적 요인이 아닌 '구조적 안보 비용'으로 인식해 상시 반영하고, 특정 지역에 얽매이지 않도록 전략 비축 대상을 확대하는 등 공급망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해 부문에는 비용 보전을, 기회 부문에는 금융·보증을 결합한 현지화 수주 역량 강화를 돕는 맞춤형 산업 차등 지원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