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IP·패키징까지 묶어 AI 고객 확보 승부

삼성전자가 ‘세이프 포럼 2026’을 통해 AI 반도체 생태계 확장을 강조한 것은 파운드리 반등을 위한 현실적 승부수로 해석된다. AI 반도체 시장이 커지면서 파운드리 경쟁의 무게중심이 단순 미세공정에서 설계자산(IP), 전자설계자동화(EDA), 첨단패키징까지 묶는 생태계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AI 그래픽처리장치(GPU)와 AI 주문형반도체(ASIC) 수요 확대에 힘입어 올해 1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2.0'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23% 성장한 860억달러를 기록했다. 웨이퍼 생산뿐 아니라 첨단 패키징과 후공정까지 포함하는 파운드리 2.0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AI 투자의 수혜가 반도체 공급망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평가다.
최대 수혜자는 단연 TSMC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TSMC의 올해 1분기 매출이 AI GPU와 AI ASIC 수요 증가에 힘입어 전년 대비 41%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첨단 공정과 첨단 패키징을 동시에 확보한 점이 AI 고객사를 끌어들이는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아직 반등 과제를 안고 있다. 시장에서는 2나노 공정 안정화와 수율 개선뿐 아니라 대형 AI 고객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실제 삼성전자는 최근 엔비디아의 AI 추론용 칩 '그록3 LPU'를 4나노 공정으로 생산하며 AI 칩 제조 역량을 입증했지만 이를 지속적인 대형 수주로 연결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앞으로의 승부처가 '공정 경쟁'보다 '생태계 경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AI 칩은 설계부터 검증, 생산, 첨단 패키징까지 복잡한 협업이 필요하다. 공정 기술이 뛰어나더라도 EDA, IP, 디자인하우스, 패키징 기업과의 협력 체계가 갖춰지지 않으면 고객 확보가 쉽지 않다. 삼성전자가 SAFE 포럼에서 EDA, IP, 디자인솔루션(DSP), 가상설계(VDP), 첨단 패키징(MDI) 등 21개 파트너사를 한자리에 모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확대도 중요한 과제다. 삼성전자는 다중 프로젝트 웨이퍼(MPW) 프로그램과 제조 AI 전환(M.AX) 얼라이언스, K-CHIPS 사업 등을 통해 국내 팹리스의 시제품 제작과 양산 진입을 지원하고 있다. AI 반도체 시장이 커질수록 다양한 팹리스와의 협력이 장기적으로 파운드리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SAFE 포럼의 의미는 기술 발표 자체보다 '플랫폼 전략'에 있다. AI 시대에는 미세공정 하나만으로 고객을 확보하기 어렵다. 설계와 생산, 패키징을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해 고객의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여주는 기업이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AI 반도체는 단순히 좋은 공정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누가 더 강한 설계 생태계와 패키징 역량을 구축하느냐가 차세대 파운드리 경쟁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