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독주에 요동치는 아시아 통화…AI 수출 호황에도 속수무책 [아시아 환율 비상]

입력 2026-06-30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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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매파 기조에 달러 강세
중동 전쟁에 에너지 수입 부담
美 AI주 투자ㆍ차익실현 등에 달러 유출

▲엔·달러 환율. 단위 엔. 현지시간 기준. ※일본 엔화 가치 1986년 이후 최저. 6월 30일 고점 162.40엔. (출처 블룸버그)
▲엔·달러 환율. 단위 엔. 현지시간 기준. ※일본 엔화 가치 1986년 이후 최저. 6월 30일 고점 162.40엔. (출처 블룸버그)
미국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아시아 주요 통화가 일제히 흔들리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에 달러 자산 선호가 강해진 영향이다. 특히 AI 수출 호황에도 아시아 통화들이 속수무책으로 밀려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시아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속절없이 가치가 하락하는 자국 통화 방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자본 유출과 루피아화 급락을 막기 위해 한 달 새 세 차례나 금리를 올려 총 1%포인트(p) 인상했다. 일본은 올해 들어 엔화 방어를 위해 이미 700억달러(108조원) 이상을 쏟아부었으며 한국 역시 원화에 대한 과도한 투기성 거래를 억제하기 위해 외환 거래 감시를 강화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올 들어 약 7.1%, 엔화는 3.5%, 인도 루피화는 5.2%.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7.3% 각각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상 전망이 다시 강화된 점을 아시아 통화 약세의 가장 큰 배경으로 꼽았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취임 후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예상보다 매파적인 기조를 드러냈고, 연준 내부에서도 연내 추가 금리 인상에 무게가 실렸다. 미라 찬단 JP모건 글로벌 외환 전략 공동 책임자는 블룸버그에 “연준이 달러 강세 전망에 다시 불을 붙였다”며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이를 따라잡아 달러와의 금리 격차를 좁히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ICE달러인덱스는 현재 13개월 만의 최고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스카일러 몽고메리 코닝 블룸버그 전략가는 “워시 의장이 연준의 초점을 다시 인플레이션 대응에 맞추면서 정책당국은 수요가 전방위적으로 위축됐다는 명확한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는 비둘기파적 기조로 선회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달러는 몇 안 되는 안전자산으로 남게 됐다”며 “미국 경제의 상대적 견실함과 높은 원자재 가격, 연준의 매파 기조가 맞물리면서 달러의 펀더멘털과 상승 모멘텀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동 전쟁도 아시아 통화 약세 배경이 됐다. 한국과 일본처럼 에너지 수요의 80~90%를 수입에 의존하는 아시아 국가들은 원유를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만큼 에너지 수입 비용이 늘어나 달러 수요가 증가하고, 이는 자국 통화 약세 압력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에는 AI 호황이 자국 통화 강세로 이어지지 않는 이례적인 현상도 나타났다. 한국, 일본, 대만 등은 미국의 메모리 반도체와 광케이블 등 AI 인프라 수요에 힘입어 수출 호조를 이어갔다. 통상 수출이 늘면 외화가 유입되면서 통화 가치도 상승한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개인투자자들의 미국 AI 관련 주식 투자 확대와 외국인의 차익실현에 따른 자금 유출이 맞물리면서 원화 강세 효과가 아예 나타나지 않았다. 프리데릭 노이만 HSBC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제학자로 일하면서 이런 현상은 거의 본 적이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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