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권 클러스터의 과제…‘전력·용수·행정’ 3대 인프라 속도전이 성패 가른다

입력 2026-06-30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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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전력·용수 100% 지원” 약속…송전망·초순수·산단 조성은 과제
재생에너지·풍부한 부지 강점…행정 속도가 투자 현실화 좌우

정부가 서남권을 제2 반도체 생산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으면서 삼성전자와 SK의 825조원 규모 투자 계획도 현실화 단계에 들어섰다. 다만 기업의 투자 선언만으로 반도체 클러스터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전력과 용수, 산업단지 조성 속도 등 핵심 인프라가 계획대로 구축될 수 있을지가 사업 성패를 좌우할 최대 변수라고 분석한다.

정부와 삼성전자, SK는 30일 광주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전남·광주 일대에 첨단 메모리 생산시설 4기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전력과 용수, 산업단지 조성, 정주여건을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공언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기업들이 투자를 결정한 만큼 이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응답할 차례”라며 “전력과 용수, 산업단지 기반시설을 100% 책임지고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직속 반도체특별위원회와 산업부 내 반도체혁신성장지원단도 신설하기로 했다.

가장 큰 과제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다. 정부는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전력을 6.3GW로 추산했다. 대형 원전 4.5기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를 위해 서남권의 풍부한 태양광·해상풍력과 한빛원전, 향후 소형모듈원전(SMR),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결합한 전력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광주·전남은 국내 최대 재생에너지 생산지역이라는 강점이 있다. 하지만 반도체 공장은 순간적인 전압 변동도 허용하지 않는 대표적인 ‘전력 품질 산업’이다. 발전량 자체보다 초고압 송전망과 계통 안정성 확보가 더 중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가 남는 지역과 반도체 팹을 안정적으로 돌릴 수 있는 전력 시스템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송전망과 변전소, 계통 보강이 적기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용수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정부는 반도체 공장 운영에 하루 65만t(톤)의 물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목적댐 수계 조정과 하수 재이용 등을 통해 최대 140만t까지 공급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당장 63만~65만t은 확보 가능하고 추가 조정을 통해 130만t 수준까지 공급할 수 있다는 판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반도체 산업에서는 물의 양보다 품질이 더 중요하다. 웨이퍼 세정 공정에는 초순수(UPW)가 사용되기 때문에 원수를 확보하는 것과 이를 초순수로 정제해 24시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대규모 정수시설과 도수관로 구축, 폐수처리 시스템까지 함께 갖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행정 속도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산업단지 조성 기간을 기존 10년 이상에서 대폭 단축하기 위해 계획·보상·설계를 동시에 추진하는 패스트트랙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기업 일정에 맞춰 부지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인허가와 환경영향평가, 용수 문제 등으로 첫 삽을 뜨기까지 장기간이 걸렸던 경험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도 “기업이 투자하기로 결정하면 정부가 재정 지원과 인프라 구축을 직접 챙기겠다”며 “실제로 얼마나 빠르게 실행되는지 제가 직접 체크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력과 용수 못지않게 인재 확보도 장기 과제로 꼽힌다. 반도체 생산시설은 수천 명의 고급 엔지니어와 협력업체 인력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정부는 광주·전남 통합과 연계해 주거·교육·의료·교통을 포함한 기업형 첨단도시를 조성하고 지역 대학과 연계한 인재 양성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전남대를 비롯한 지역 대학들도 반도체학과 신설과 장학금 확대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정부와 기업의 MOU체결식이 끝난 뒤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정부와 기업의 MOU체결식이 끝난 뒤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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