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투자만으론 한계⋯인프라·교육·생태계 갖춰야”…서남권 초대형 클러스터 성공 조건

입력 2026-06-29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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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정주여건·소부장 생태계 구축 등
투자만으로 끝나지 않아…정부 역할론 부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서남권을 중심으로 한 초대형 반도체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산업계와 학계에서는 이번 프로젝트의 성공 조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백조원 규모의 메가프로젝트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기업 투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전력과 용수 등 필수 인프라를 비롯해 교육, 정주여건, 소부장 생태계까지 함께 구축하는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29일 재계는 정부에 적극적인 지원을 주문했다. 한국경제인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6단체는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반도체와 피지컬 AI, 데이터센터 간 시너지가 극대화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과감한 투자와 함께 정부의 적극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계획된 기업 투자가 차질 없이 집행될 수 있도록 전력·용수·부지 등 필수 인프라와 제도적 기반을 적기에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학계에서는 경제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반도체 팹 입지는 경제적 논리에 따라 결정돼야지 정치적 목적이 개입돼서는 안 된다"며 "실패했을 때 책임질 수 없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중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을 사례로 들었다. 중국은 철강과 조선 산업에는 대규모 투자로 일정 수준의 성과를 거뒀지만, 반도체 분야에서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도 기대했던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도 2015년 '반도체 굴기'를 내세우며 2025년 세계 최고 수준을 목표로 했지만 결국 실패를 인정했다"며 "우리 역시 이런 실패를 답습하지 않으려면 철저한 경제성과 산업 논리에 기반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는 특정 분야에 치우친 클러스터보다 반도체 전 분야를 포괄하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반도체 장비업체 대표는 "현재는 메모리 반도체 투자에 관심이 집중돼 있지만 앞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어떻게 재편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며 "메모리뿐 아니라 파운드리와 팹리스, 소부장 기업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종합 반도체 클러스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 신주 반도체 클러스터를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았다. 생산시설뿐 아니라 설계기업과 장비·소재 기업, 연구기관, 대학이 한 지역에서 긴밀하게 협력하며 산업 경쟁력을 키워왔다는 설명이다. 특정 기업의 공장만 들어서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산업 주체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정주 여건 역시 성공 여부를 좌우할 핵심 요소로 꼽힌다. 반도체 공장이 들어선다고 산업 생태계가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협력업체와 연구인력, 가족들이 장기간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역시 이날 청와대가 진행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협력업체와 젊은 인재들이 함께 서남권으로 이동하게 될 텐데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교육 문제"라며 "좋은 초·중·고교가 갖춰진다면 굳이 수도권으로 가지 않고도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어 지역 정착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도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반도체 제조시설 구축에는 부지와 전력, 용수 같은 인프라는 물론 인재들의 정주여건과 소부장 생태계까지 함께 갖춰져야 한다"며 "지방 반도체 클러스터 역시 이러한 기반이 충분히 준비돼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 대통령, 최태원 SK그룹 회장.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 대통령, 최태원 SK그룹 회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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