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서남권에 800조 규모 기업 투자로 메모리 팹 4기 구축
수도권·서남권 생산거점, 충청 패키징, 동남·대경 소부장 연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호남을 차세대 반도체 생산거점으로 육성한다. 기흥·화성·평택·용인으로 이어지는 수도권 생산벨트에 더해 서남권에 제2 메모리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구상이다. AI 확산으로 급증하는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각각 그룹 차원의 지방 반도체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두 총수는 AI 시대 반도체 수요가 기존 투자 계획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회장은 “AI로 기술 패러다임이 상상하지 못할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며 “반도체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에도 폭발적인 수요를 따라가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 시장의 시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흥·화성, 평택에 이어 용인 국가산단 투자 일정도 크게 앞당겨졌고, 새로운 생산단지를 준비해야 할 시점도 예상보다 빨라졌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신규 반도체 생산단지 후보지로 광주를 제시했다. 이 회장은 “속도전”이라며 “전력과 용수, 인력 확보는 물론 각종 인프라 지원이 가능한 광주를 유력한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도 대규모 서남권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최 회장은 “2045년 완공을 목표로 했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12년 앞당기기로 했다”며 “D램 증산을 위해 용인에 약 600조원, 낸드 증산을 위해 청주에 약 100조원을 조기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투자를 앞당기더라도 앞으로 메모리 공급 부족은 계속될 것”이라며 “새로운 생산 기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반도체 공장은 대규모 부지와 전력, 용수, 인력이 필수”라며 “이 같은 조건을 갖출 것으로 기대되는 서남권에 약 400조원을 투자해 새로운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첨단 패키징 투자를 충청권으로 확대한다. 이 회장은 “HBM 등 첨단 패키징은 기존 후공정 생산거점인 천안과 온양을 중심으로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계획을 통해 서남권에 총 800조원 규모의 민간 투자를 유치하고 메모리 팹 4기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수도권 중심이던 국내 반도체 생산체계를 다핵 구조로 전환해 AI 시대 생산능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는 이번 발표가 현실화되면 국내 반도체 지도가 용인·평택 중심에서 서남권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전공정 팹이 들어서면 장비·소재·부품·가스·케미컬·패키징·테스트 기업이 함께 이전하거나 신규 투자를 진행하면서 지역 산업 생태계도 빠르게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관건은 속도다. 최 회장은 “용인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데만 9년이 걸렸다”며 “새로운 공장을 제때 가동하려면 지금부터 부지 선정과 인프라 구축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AI 시대 반도체 경쟁이 기술 경쟁을 넘어 생산능력 경쟁으로 확대되는 만큼 정부의 신속한 인프라 지원과 기업의 투자 집행이 사업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