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삼성·SK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공식화…정치와 산업 논쟁 격화

입력 2026-06-28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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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G7 참석·유럽 순방 결과 브리핑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G7 참석·유럽 순방 결과 브리핑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 계획을 공식 발표한다.

공식 발표를 하루 앞두고 이 대통령은 SNS에만 6건의 메시지를 쏟아냈다.

"전무후무한 초대규모 지역 투자"이자 "역사적 성과"라는 표현까지 동원하며 사실상 국정 어젠다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논쟁의 본질이 투자 규모에 있지 않다는 시각이 나온다.

이재명의 강한 드라이브…야당은 "정치 논리" 반발

이번 사업은 이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이 대통령은 SNS를 통해 호남의 재생에너지와 용수, 부지 경쟁력을 직접 설명하며 반대론에 정면 대응했다. 야권 비판을 겨냥해 "부처 눈에는 부처가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가 보인다"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강한 추진 의사를 드러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국민의힘 대구·경북 의원들은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명분만으로 산업 경쟁력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고동진 의원 역시 전력·용수 공급과 부지 조성, 공급망 구축 가능성 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의 충돌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가 산업적 필연성에 의해 추진되는 것인가, 아니면 정치적 상징성이 앞선 프로젝트인가.

구마모토의 성공은 보조금만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논쟁의 답을 찾기 위해 가장 많이 소환되는 사례가 일본 구마모토다.

일본 정부는 TSMC 유치를 위해 공장 건설비 절반에 가까운 4750억 엔(약 4조2500억 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구마모토 성공의 핵심은 보조금이 아니었다.

규슈는 이미 '실리콘 아일랜드'로 불릴 만큼 반도체 산업이 집적된 지역이었다. 소니를 비롯한 주요 기업과 협력업체, 연구기관, 전문 인력이 오랜 기간 축적돼 있었다.

TSMC는 빈 땅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이미 형성된 산업 생태계 위에 생산거점을 세운 것이다.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는 "TSMC 구마모토 공장은 보조금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며 "미국·일본·대만의 공급망 재편 전략과 기존 산업 기반이 함께 작동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물론 호남이 가진 경쟁력 역시 적지 않다.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하고 넓은 산업용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강점이다.

RE100이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기준으로 자리 잡는 상황에서 이는 수도권이 쉽게 따라오기 어려운 조건이다.

실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역시 전력 수급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호남을 차세대 반도체 생산 거점으로 검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생태계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반도체 산업은 공장 하나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연구개발과 설계, 소재·부품·장비 기업, 대학과 연구소, 전문 인력, 물류망이 동시에 움직여야 경쟁력이 형성된다.

재계에서는 특히 인재 확보 문제를 가장 큰 과제로 꼽는다. 고급 연구인력의 수도권 선호 현상은 여전히 강하다.

재계 관계자는 "IT·반도체 업계에서 우수 인력 유치 가능한 지리적 마지노선을 '기흥·평택 라인'으로 보고 있다"며 "호남으로 내려보내려면 기업과 정부가 상당한 수준의 당근을 제시해야 하는데 이는 곧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항공 물류 접근성도 변수다. 반도체는 항공 수출만 가능한 특성상 인천국제공항과의 거리가 곧 물류비로 직결된다.

결국 호남은 전력과 부지라는 강점을 갖고 있지만 산업 생태계는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진짜 승부는 착공식 이후다

정부는 이번 프로젝트를 용인 반도체 벨트의 대체재가 아닌 새로운 성장축으로 설명한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수도권 시설 이전이 아니라 새로운 벨트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종 평가는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시간이 내릴 것이다.

TSMC가 구마모토에 생산시설을 세우는 동시에 연구개발 기능을 수도권 츠쿠바에 배치했던 것처럼 생산과 연구, 지방과 수도권을 연결하는 산업 전략이 뒤따라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승부수를 던졌고, 국민의힘은 산업 경쟁력 훼손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10년 뒤 평가 기준은 여야의 정치 공방이 아닐 것이다. 호남에 반도체 공장이 몇 개 들어섰는가가 아니라, 연구소와 대학, 협력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졌는가가 진짜 성적표가 될 것이다.

호남이 '반도체 공장 부지'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구마모토처럼 새로운 '반도체 산업권'으로 자리 잡을 것인가.

"공장을 넘어, 산업권을 만들 수 있느냐가 진짜 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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