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족 공동생산자 표기도 허용…29일부터 시행

친환경 농사를 짓는 농가가 스스로 쓰지 않은 농약 때문에 인증 취소 위기에 놓이는 일이 줄어들 전망이다. 인근 농지에서 드론이나 항공방제로 뿌린 농약이 바람을 타고 날아오거나 농업용수를 통해 유입되면, 농산물 폐기에 그치지 않고 친환경 인증 취소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농민이 농약을 쓰지 않았는데도 판로와 가격 프리미엄의 근거인 인증 자체가 흔들리는 셈이다. 정부는 이 같은 ‘비의도적 오염’에 따른 친환경농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처분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친환경농어업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29일부터 시행한다고 28일 밝혔다.
핵심은 농가 잘못이 아닌 외부 농약 유입에 대한 처분 기준을 완화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친환경 인증 농산물에서 기준치 이상 농약이 검출되면 해당 농산물 폐기와 함께 인증 취소까지 이뤄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으로 의도적 사용이 아닌 오염으로 확인될 경우 농산물만 폐기하고, 2회까지는 친환경 인증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농식품부는 농가가 농약 유입 원인을 찾고 문제를 해결할 시간을 주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인증 취소가 곧바로 판로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친환경 인증은 소비자 신뢰뿐 아니라 농가 소득과 직결되는 만큼 한 번 취소되면 기존 거래처 납품과 판로 유지에도 부담이 크다.
특히 최근 농촌 현장에서는 드론 방제 등 항공방제가 늘면서 비의도적 오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방제 작업은 고령화와 인력난을 덜어주는 수단이지만, 바람 방향과 농지 간 거리, 물길 등에 따라 친환경 재배지로 약제가 흘러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농지가 인접한 현장에서는 친환경농가가 주변 농가의 방제 방식까지 통제하기 쉽지 않다.
이번 개정에는 부부나 가족이 함께 농사짓는 현실을 반영한 공동생산자 표기 허용도 담겼다. 그동안 친환경 인증 농산물 포장지나 용기에는 인증을 받은 대표자 1명만 표시할 수 있었다. 이번 개정으로 신규 인증이나 갱신 신청 때 주민등록등본 등 증빙서류를 인증기관에 내면 함께 농사짓는 가족을 공동생산자로 병기할 수 있다.
친환경농업은 제초제와 살충제를 쓰지 않는 만큼 가족 노동 의존도가 높은 경우가 많다. 부부가 함께 영농에 참여해도 제도상 이름은 한 사람에게만 돌아갔던 셈이다. 농식품부는 실제 영농에 참여한 가족의 기여를 표시할 수 있게 돼 현장의 불편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유기농업자재 관리 방식도 종이 대장에서 전산 관리로 바뀐다. 농가가 일일이 종이에 기록하던 부담을 줄이고 기존 유기농업자재 정보시스템을 활용해 관리 이력을 남길 수 있도록 했다.
이시혜 농식품부 농산업혁신정책관은 “우리 땅과 환경을 지키기 위해 고생하는 친환경 농업인들이 더 이상 불합리한 규제 때문에 힘들어하지 않고 즐겁게 농사지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앞으로도 농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현장에 꼭 필요한 정책을 만들어 친환경 유기농업 면적 2배 확대라는 목표를 함께 이루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