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농가 10곳 중 7곳 후계자 없다…가장 큰 벽은 노동환경

입력 2026-06-2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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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501개 농가 조사…69.7% 후계자 없어, 전체 67.9%는 발굴 계획도 없음
후계자 없는 이유 1위 노동환경 65.9%…승계 때는 증여·상속세 부담 63.8%

▲충북 제천시 금성면 한 축사에서 농민이 자신이 기르는 소를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충북 제천시 금성면 한 축사에서 농민이 자신이 기르는 소를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축산농가의 승계 단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국 축산농가 10곳 중 7곳은 농장을 물려받을 후계자가 없었고, 상당수는 앞으로 후계자를 찾거나 키울 계획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계자가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세금보다 먼저 열악한 노동환경이었다. 악취와 장시간 노동, 고강도 업무, 민원과 규제 부담이 겹치면서 자녀 세대가 축산업 승계를 꺼리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인력구조 변화에 대응한 축산업의 성장기반 연구’ 보고서를 보면 전국 축산농가 501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농장 경영 후계자가 없다는 응답은 69.7%에 달했다. 전체 응답 기준으로 후계자는 없지만 발굴·육성 계획이 있다는 농가는 1.8%에 그쳤고, 후계 계획도 없다는 응답은 67.9%였다.

축종별로는 한우와 오리 농가의 후계 공백이 컸다. 한우 농가의 72.1%, 오리 농가의 72.0%가 후계자가 없다고 답했다. 젖소 농가는 70.0%, 육계 농가는 68.0%, 돼지 농가는 64.0%, 산란계 농가는 62.0%가 후계자가 없었다. 특히 한우 농가 중 71.7%는 후계자 발굴·육성 계획도 없다고 응답했다.

농장 규모가 작을수록 후계자 공백은 더 뚜렷했다. 축종별 사육 규모 기준 상위 25%인 1분위 농가에서도 후계자가 없다는 응답이 60.1%였지만, 하위 25%인 4분위 농가는 90.7%에 달했다. 규모가 작은 농가일수록 수익성과 노동 여건이 취약해 자녀나 외부 인력이 농장을 이어받을 유인이 약한 셈이다.

▲축산 농장 경영 후계자가 없는 이유 (자료제공=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축산 농장 경영 후계자가 없는 이유 (자료제공=한국농촌경제연구원)

후계자가 없는 이유로는 열악한 노동환경이 65.9%로 가장 많았다. 축사는 매일 먹이와 건강 상태를 챙기고 분뇨 처리, 질병 방역이 필요한 업종이다. 주말과 휴일 구분이 약하고, 폭염·한파 등 날씨에 따라 노동 강도도 커진다. 여기에 악취 민원과 환경 규제까지 겹치면서 다음 세대가 농장 승계를 부담으로 받아들이는 구조가 됐다.

후계자가 있는 농가도 승계가 순조로운 것은 아니었다. 확정된 후계자가 있는 152개 농가를 대상으로 농장 승계가 어려운 이유를 물은 결과, 증여·상속 관련 세금 부담이 63.8%로 가장 높았다. 후계자를 위한 운영자금과 시설 투자자금 확보가 20.4%, 환경·방역·사육제한 등 각종 규제가 9.2%로 뒤를 이었다. 후계자가 없는 농가는 노동환경에서 막히고, 후계자가 있는 농가는 세금과 투자비, 규제에서 다시 막히는 셈이다.

축산농가 고령화는 이미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축산농가 경영주 중 65세 이상 비중은 54.1%로 2010년 29.6%에서 13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노동 강도가 높고 시설 투자 부담이 큰 업종 특성상, 후계자가 없으면 고령 농가의 폐업은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후계 단절이 단순히 한 농가의 폐업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령 농가가 농장을 접으면 축사와 부지는 유휴 자산으로 남고, 새로 축산업에 들어오려는 청년농은 기존 축사를 넘겨받지 못한 채 새 부지와 시설을 찾아야 한다. 보고서는 후계 인력 부재가 투자 위축과 생산 기반 약화, 폐축사 증가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농경연 관계자는 “후계자 부족 문제는 단순히 청년농을 늘리는 방식만으로는 풀기 어렵다”며 “고령 농가의 은퇴 자산인 축사와 새로 진입하려는 청년농을 연결하는 축사은행 같은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환경 개선, 승계 비용 완화, 스마트축산 전환이 함께 가야 축산업의 세대교체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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