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술만으론 안 된다”…고려대의료원, 바이오벤처 글로벌 진출 플랫폼 자처[바이오USA]

입력 2026-06-2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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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준 산학협력단장 “병원이 기술사업화 넘어 BD·투자 연결까지 지원해야”

▲김학준 고려대의료원산학협력단장이 바이오USA 내 고려대학교 부스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김학준 고려대의료원산학협력단장이 바이오USA 내 고려대학교 부스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 2026(바이오USA)’ 현장에서 국내 바이오벤처 대표들이 기술을 설명하는 동안 김학준 고려대학교의료원 산학협력단장은 글로벌 투자기관과 병원, 기술사업화 조직을 찾아다녔다. 유망 기술을 소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미국 임상과 투자, 사업화까지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김 단장은 24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바이오USA 현장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좋은 기술만으로는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없다”며 “이제 병원도 기술을 만드는 곳을 넘어 글로벌 사업화를 책임지는 플랫폼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번 행사에서 기술 파트너링 미팅만 20여 건을 진행했다. 이와 별도로 존스홉킨스 테크놀로지 벤처스, 텍사스 메디컬 센터(TMC), UC데이비스 벤처스, 바이오컴 캘리포니아 등 미국 주요 바이오메디컬 기관들과도 연이어 만났다. 고려대의료원 창업기업들이 미국에서 임상을 진행하고 투자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김 단장은 “기업 대표가 자기 기술을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작은 바이오벤처가 단독으로 글로벌 투자자에게 신뢰를 얻기는 쉽지 않다”며 “고려대의료원이 검증한 기술이고 우리가 일정 단계까지 지원하겠다고 설명하면 상대방의 신뢰도가 크게 높아진다”고 말했다.

고려대의료원의 경쟁력은 ‘발굴부터 사업화까지 이어지는 원스톱 생태계’다. 의과대학과 안암·구로·안산 3개 연구중심병원, 메디사이언스파크, 산학협력단, 의료기술지주회사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돼 있다. 임상 현장의 미충족 수요가 연구와 특허, 기술이전, 창업으로 이어지고 필요하면 투자까지 연결되는 구조다.

김 단장은 “병원은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무엇이 부족한지 가장 먼저 알 수 있는 곳”이라며 “그 문제를 기술로 만들고, 특허와 임상, 투자까지 연결해야 비로소 논문이 제품이 되고 환자에게 닿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려대의료원은 기술사업화 기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고려대학교 메디사이언스 기술지주회사’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기존 의료기술지주회사가 초기 투자 중심이었다면 새 기술지주회사는 교육부 인가를 받아 운용사(GP) 역할을 수행하고 직접 펀드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김 단장은 “프리시드 단계의 유망 창업기업이 데스밸리를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메디사이언스 기술지주회사를 통해 초기 기업을 지원하고 시리즈A, B 단계까지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리 역할은 기업 혼자 해외에 나가는 것이 아니라 고려대학교의료원이라는 브랜드를 바탕으로 글로벌 투자자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보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병원발 기술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김 단장은 “해외 투자자와 기업들은 한국 병원의 기술 수준뿐 아니라 임상 데이터의 신뢰도를 매우 높게 평가한다”며 “대부분의 임상 데이터가 전자의무기록 기반으로 축적돼 있고, 국제 표준에 맞춰 관리되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술력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짚었다. 국내 바이오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보완해야 할 부분은 사업개발(BD) 역량과 네트워크라고 강조했다. 김 단장은 “좋은 기술을 개발한 뒤 파트너를 찾는 시대는 끝났다”며 “개발 초기부터 글로벌 전문가, 투자자, 임상의가 함께 참여해 미국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지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려대의료원은 이를 위해 미국 현지 로펌과 특허 전문가, 벤처기관과 협력해 기술의 특허성과 사업성을 사전에 점검하고 있다. 글로벌 전문가들을 자문위원으로 참여시켜 미국 임상과 투자 유치 전략도 함께 설계한다.

그는 정부 지원 체계도 보다 전략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단장은 “해외 진출 지원 사업이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어 작은 바이오벤처들이 활용하기 쉽지 않다”며 “국가 차원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해외 임상·투자 연결 지원이 강화된다면 국내 우수 기술의 세계 진출 속도는 훨씬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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