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이 또 조선했다”…뱃고동 대신 서버 소리 울리는 해상 데이터센터

입력 2026-06-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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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메리츠증권 “AI 전력수요 폭발에 FDC 개화…조선업 영토, 인프라로 무한 확장”
육상 부지·냉각수 한계 직면한 빅테크…FSRU·선박 개조 통한 솔루션 ‘정조준’
삼성重 ‘신조선’ vs HD마린솔루션 ‘개조선’ 격돌…엔진기계사업부도 폭풍 성장 예고

(출처=메리츠증권)
(출처=메리츠증권)

글로벌 인공지능(AI) 열풍이 불러온 전력 및 인프라 대란의 해결사로 대한민국 조선업계가 급부상하고 있다. 부지 확보와 전력망 연결, 막대한 냉각수 조달 문제로 한계에 봉착한 육상 데이터센터의 대안으로, 무한한 냉각수와 독자적 발전 시스템을 갖춘 ‘해상부유식 데이터센터(FDC·Floating Data Center)’가 조명받고 있어서다. 바야흐로 AI의 시대다. 폭발적인 데이터 처리 수요에 발맞춰 글로벌 데이터센터 설비투자(CAPEX) 규모는 2024년 4550억달러에서 2030년 1조7000억달러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그러나 정작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은 ‘짓고 싶은 곳에, 짓고 싶은 때에’ 들어서지 못하는 실정이다.

27일 LS증권에 따르면 육상 데이터센터는 현재 세 가지 치명적인 병목 현상에 직면해 있다. 우선 대규모 부지 확보의 어려움과 전력을 끌어오는 계통 연결의 적체다. 둘째는 AI 서버의 높은 랙 밀도로 인한 막대한 냉각수 조달 문제이며, 셋째는 님비(NIMBY) 현상으로 불거진 인허가 및 주민 수용성 갈등이다. 미국 내 계획된 신규 데이터센터 중 60% 이상이 가뭄 지역에 위치해 있어 향후 물 확보 전쟁마저 예고된 상태다.

이재혁 LS증권 연구원은 “바다는 열린 부지이자 사실상 무한한 해수 냉각원이며, 설치와 운영 형태에 따라 인허가 절차 또한 간소화할 수 있다”면서 “FDC가 현행 육상 데이터센터 신규 공급 병목에 훌륭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FDC 시장 선점을 위한 국내 조선사들의 발걸음은 이미 분주하다. 특히 글로벌 1위의 건조 역량을 바탕으로 각 사의 강점을 살린 맞춤형 전략이 눈길을 끈다.

삼성중공업은 100% 신조(新造) 설계 방식의 FDC로 승부수를 띄웠다. 4월 글로벌 선급들로부터 50MW급 FDC 기본설계승인(AiP)을 획득했으며, 전력 인프라 거인인 ABB, 미국 데이터센터 개발사 마우스테리안 등과 기술 협력을 가속하고 있다.

배기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FDC의 상징성은 삼성중공업이 선점했다”며 “6월 신설한 미래사업본부의 핵심 목표가 FDC이며 연내 수주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삼성중공업의 FDC는 액화천연가스(LNG) 개질 기반의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를 탑재해 육상 전력망 없이도 30일간 자립 운전이 가능하며, 모듈 추가를 통한 단계적 용량 확장성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메리츠증권은 삼성중공업을 관심종목으로 꼽으며 적정주가 4만원을 유지했다.

반면, HD현대마린솔루션은 그룹사의 수직계열화된 밸류체인과 중고선 ‘개조’ 역량을 무기로 삼았다. 노후된 자동차운반선(PCTC)나 컨테이너선을 FDC로 개조할 경우, 신조선 대비 건조 및 인허가 기간을 대폭 단축해 이르면 2028년 상업 운전이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

이 연구원은 “HD현대마린솔루션은 부유식 저장·재기화 설비(FSRU) 개조 등 풍부한 트랙레코드를 보유해 중고선의 FDC 개조에 기술적 장벽이 낮다”며 “개조형 FDC를 시작으로 유지보수(AM) 부문의 지속적 수혜가 기대된다”고 진단했다. LS증권은 HD현대마린솔루션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 32만원으로 커버리지를 신규 개시했다.

FDC 시장 개화와 맞물려 데이터센터의 자체 전력(On-site) 조달을 위한 ‘4행정 중속 가스엔진’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2030년까지 AI 데이터센터의 자체 발전 초과 수요는 32GW에 달할 전망이나, 전 세계 4행정 중속 가스엔진의 생산능력(CAPA)은 12~15GW에 불과해 극심한 쇼티지(공급부족)가 예상된다.

배 연구원은 “조선주의 재상승을 이끌 첫 번째 원동력은 데이터센터향 엔진”이라며 “시장 점유율 1위인 힘센(HiMSEN) 엔진을 보유한 HD현대중공업은 물론, 글로벌 라이선서들의 캐파가 꽉 찬 상황에서 한화엔진, STX엔진 등 라이선시(면허생산) 업체들로의 수주 낙수효과가 자명하다”고 내다봤다. 메리츠증권은 데이터센터향 엔진 추가 수주 기대감을 반영해 HD현대중공업의 적정주가를 9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으며, 유휴 캐파 잠재력이 높은 한화엔진과 STX엔진 역시 적정주가를 10만원으로 높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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