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의 성장은 일부 산업에 집중돼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하는 성장세가 전력기기·조선 등 다른 업종으로 넓어지고 있지만 경제 전반으로 온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욱이 미국의 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중국 견제에 따른 공급망 재편 등 외부 환경의 영향도 크다. 외부 조건이 흔들리면 성장세 역시 약해질 수 있다.
반면 내수 경제는 다른 세상이다. 자영업 폐업률은 9%대 중반에 머물고 있으며, 소매업과 음식업은 평균을 크게 웃도는 폐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기업 실적 개선과 가계의 체감경기 사이에 괴리가 벌어지고 있고, 자산 보유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 간 격차도 확대되고 있다. 가계신용은 2000조원에 육박했고,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로 고착화되면서 물가 부담을 높여 서민 생활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청년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올해 5월 기준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7.2%로 전체 실업률(2.9%)보다 2배 이상 높다. 취업도 구직도 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은 38만 명을 넘어섰으며 이에 따라 확장실업률은 16.6%에 달한다. 성장의 열매가 미래 세대에게 닿지 않고 있는 셈이다.
왜 이런 현상이 반복될까. 대기업의 성과가 협력 중소기업과 내수 서비스업으로 충분히 확산되지 못하고, 경직된 노동시장과 단기 성과에 치중한 정부 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약점은 성장의 성과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부양책이 아니라 구조를 바꾸려는 의지다. 현재의 주도 업종을 넘어 미래 산업 기반을 지금 다져야 한다. 바이오, 콘텐츠, 그린에너지, 고부가 서비스 수출 등 미래 산업을 육성하고, 중소기업이 대기업 생태계와 연결될 수 있는 기술 사다리를 강화해야 한다. 산업 다양성 없이는 지속 가능한 성장도 없다.
재정 정책도 달라져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첨단산업 투자는 필요하지만, 그 혜택이 대기업에만 집중되지 않고 중견·중소기업과 스타트업으로 확산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노동시장 개혁도 시급하다. 성과는 나누고 고통도 함께 분담하는 유연한 노동시장 없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없다. 무엇보다 청년이 성장의 혜택을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단기 일자리 확대보다 AI·반도체·바이오·디지털 서비스 등 미래 산업과 연계된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고, 산업 수요에 맞는 교육·직업훈련 체계를 구축해 청년과 미래 일자리를 연결해야 한다. 청년이 희망을 잃는 경제에는 미래가 없다.
자영업자에게도 단순 폐업 지원을 넘어 디지털 전환, 플랫폼 경제 편입, 재취업 연계 등 현실적인 전환 경로를 제공해야 한다. 지원이 퇴출 완충에 그쳐서는 안 된다.
역설적이게도 지금이 구조개혁의 적기일 수 있다. 호황은 안도를 주지만 안도는 개혁을 멈추게 한다. 진정한 경제 강국은 소수의 산업에 의존하지 않으며 성장의 과실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는 구조를 갖춘 나라다. 순풍이 불 때 돛을 고쳐야 한다.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의 전환은 결국 미래 세대에게 다시 기회의 사다리를 놓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