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미수금에 산지 돈줄 막혀…정부 300억원 긴급 지원

입력 2026-06-2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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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자금 만기 산지조직 25곳 중 20곳서 269억원 미수금
원금 상환 1년 유예·신규 자금 배정…농가 원물 매입 차질 차단

▲폐점이 확정된 홈플러스 시흥점 전경 (이투데이DB)
▲폐점이 확정된 홈플러스 시흥점 전경 (이투데이DB)

대형 유통사의 미수금이 산지 농산물의 다음 매입 자금까지 흔들고 있다. 홈플러스에 농산물을 납품하고도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한 산지 유통조직들이 기존 정책자금 상환 시점까지 맞닥뜨리면서다. 이에 정부는 농가와의 계약재배와 원물 매입 차질을 막기 위해 약 300억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홈플러스 회생절차 장기화의 부담이 납품업체를 넘어 산지와 출하 농가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데 따른 조치다.

2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원물 확보 목적의 정책자금 만기가 도래하는 홈플러스 납품 산지 유통조직은 25곳이다. 이 가운데 홈플러스 관련 미수금이 발생한 조직은 20곳으로, 미수금 규모는 269억원 수준으로 파악됐다.

정부가 긴급 지원에 나선 것은 미수금과 정책자금 만기가 동시에 겹쳤기 때문이다. 산지 유통조직은 농가로부터 농산물을 사들여 선별·저장·포장한 뒤 대형마트 등에 공급한다. 납품대금 회수가 늦어지는 상황에서 기존 대출 원금까지 갚아야 하면 다음 물량을 확보할 자금이 부족해질 수 있다. 이 경우 개별 유통조직의 자금난이 계약재배 농가의 출하 대금 지연이나 원물 매입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지원은 홈플러스에 농산물 등을 납품한 뒤 대금을 받지 못해 원물 확보와 사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산지 유통조직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농식품부는 미수금 규모와 올해 상환 예정액 등을 따져 기존 정책자금 원금 상환을 1년 유예하거나 신규 자금을 추가 배정한다.

이번 대책은 미수금을 대신 갚아주는 직접 보전이나 손실 보상은 아니다. 산지 유통조직이 당장 갚아야 할 원금 부담을 늦추고, 저리 자금을 추가로 공급해 숨통을 틔우는 방식이다. 대상 정책자금은 원예농산물 산지 조직이 이용하는 산지유통활성화지원자금과 양곡 유통조직 대상 RPC벼매입지원자금이다. 농가로부터 원물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낮은 금리로 빌려주는 자금으로, 금리는 0.5~3% 수준이다.

홈플러스 사태가 길어지는 점도 산지 조직에는 부담이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3월4일 회생절차가 개시됐고, 회생계획안 가결 시한은 올해 7월3일까지 다시 연장됐다. 회생 절차가 이어지는 동안 납품대금 회수 시점과 규모가 불확실해지면 산지 유통조직은 매입자금 확보와 정책자금 상환을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

다만 이번 지원 규모는 농식품부가 파악한 정책자금 만기 산지 유통조직 기준이다. 일부 협력업체들이 주장하는 전체 식품 납품 미정산 규모와는 범위가 다르다. 정부 지원도 전체 미수금 해소보다는 농산물 산지 유통망의 자금 경색을 막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유통업체 정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규모 유통업체의 대금 지급기한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직매입 거래의 경우 상품 수령일부터 60일 이내였던 법정 지급기한을 30일 이내로, 특약매입·위수탁·임대을(乙) 거래는 판매 마감일부터 40일 이내였던 기한을 20일 이내로 줄이는 내용이다. 유통업체가 대금을 오래 쥐고 있을수록 자금난이 납품업체와 산지로 옮겨붙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준한 농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은 “산지 유통조직의 유동성 문제는 조직 차원의 사업 운영 뿐만 아니라 최종적으로 출하 농가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라며 “정부 차원의 금융 지원을 통해 원물 확보 등 정상적인 사업 운영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책자금 만기가 도래하는 산지 유통조직은 개별 안내되는 절차에 따라 대출 실행기관인 농협은행을 방문해 신청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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