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정보 활용 선제 수급관리 필요

폭염이 농산물·수산물 가격을 끌어올리는 ‘히트플레이션’(Heat +Inflation)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고온으로 생산·출하가 줄면서 산지 가격이 오르고 도·소매가격과 외식물가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폭염이 해마다 강해지고 잦아지면서 히트플레이션이 ‘뉴노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할인·비축 등 사후 대응을 넘어 기상·작황·재고·출하 정보를 활용한 선제적 수급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5일 한국물가협회의 ‘7월 5주 주간 생활물가 동향’을 보면 조사 대상 102개 품목 가운데 전주보다 가격이 오른 품목은 35개로 하락 품목(19개)의 두 배에 가까웠다. 상승 품목 가운데 농산물은 20개였다. 브로콜리와 시금치, 참외, 오이 가격이 일주일 새 20% 이상 오르는 등 고온에 민감한 과채·엽채류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나타났다.
가격 상승의 출발점은 산지의 생산·출하 감소다. 개화·수정기의 고온은 착과율을 낮추고, 생육기에는 성장 지연과 병해충·생리장해를 일으킨다. 수확기에는 상품성이 떨어지는 물량이 늘어 전체 생산량보다 상품으로 출하할 수 있는 물량이 더 큰 폭으로 줄 수 있다.
저장성이 낮은 채소는 출하량 감소가 도매가격에 빠르게 반영되고 소매가격과 음식점 식재료비로 번진다. 계약 물량과 재고를 활용하는 식품업체에는 상대적으로 늦게 반영되지만 폭염이 길어지면 가공용 원료 수급과 생산비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농산물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2.2% 하락했다. 반면 전월과 비교하면 시금치는 42.8%, 열무는 27.6%, 상추는 17.3%, 오이는 9.8% 올랐다. 7월 소비자물가는 한 달의 전반적인 가격 수준을 나타내는 만큼 하순부터 이어진 폭염의 영향은 제한적으로 담겼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은 기온이 일시적으로 1도 오르면 농산물 가격상승률이 0.4~0.5%포인트(p),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07%p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공급 위험은 수산·축산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물가협회 조사에서 고수온 여파로 국내산 건미역 가격은 전주보다 8.4%,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9% 올랐다. 폭염으로 가축 폐사도 이어지고 있지만 7월 축산물 물가가 4.4% 오른 주된 원인은 가축전염병에 따른 공급 감소여서 구분할 필요가 있다.
농산물 공급 불안은 기존 원가 상승과 겹칠 때 소비자 부담을 더 키운다. 7월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각각 1.0%, 2.6% 올랐다. 최근 가공식품 가격 인상은 국제 원재료·포장재 가격과 유류비, 환율 상승이 직접적인 배경이지만 신선 농산물 공급까지 흔들리면 원가 압력이 중첩될 수 있다.
정부는 할인과 비축 물량 방출 등으로 단기 가격 변동에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대책만으로 폭염 탓에 줄어든 생산량을 되돌릴 수는 없다. 가격이 오른 뒤 대응하기보다 산지의 작황 악화와 출하량 감소를 미리 포착해 비축과 출하 조절에 반영해야 하는 이유다.
지난달 발사된 농림위성은 이러한 수급 예측을 뒷받침할 핵심 기반 중 하나다. 약 4개월의 초기 운영을 거쳐 2027년 상반기부터 작황 예측 등 본격적인 임무를 시작한다. 앞으로 위성 관측 정보를 산지 재고와 출하계획, 도매시장 반입량과 연결해 실제 수급 조절에 활용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노호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 원예관측실장은 “폭염이 빈번해지면서 농산물 수급에 미치는 영향도 품목별 생육 단계와 주산지 여건에 따라 해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며 “품목별 작황과 산지 공급 상황을 면밀히 관측해 수급 위험을 조기에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