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밭 갈아엎은 농가들…내년엔 마늘로 ‘재배 쏠림’

입력 2026-08-06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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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 양파값 ㎏당 548원까지 추락…농민 밭 갈아엎고 정부도 223㏊ 시장 격리
폭락 후유증에 내년 양파 재배면적 6.3%↓…평년보다 10.8% 적어
가격 오른 마늘은 재배 의향 0.6%↑…양파 농가까지 작목 전환 움직임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이 5월 1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연 '농산물값 폭락·산지폐기 중단·공정가격 보장 및 송미령 장관 해임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이 5월 1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연 '농산물값 폭락·산지폐기 중단·공정가격 보장 및 송미령 장관 해임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올봄 가격 폭락에 애써 키운 양파밭까지 갈아엎었던 농가들이 내년에는 양파 농사를 줄이고 마늘로 갈아탈 채비를 하고 있다. 산지 출하 정지와 수매·수출, 소비촉진을 거쳐 양파값이 이달 평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앞선 가격 부진과 생산비 상승으로 입은 손실을 만회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가격이 떨어진 양파는 재배면적이 줄고 가격이 오른 마늘은 재배 의향이 늘면서 양념채소 수급이 다시 출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의 ‘8월 양념채소 관측’을 보면 2027년산 양파 재배의향면적은 1만5974㏊로 2026년산보다 6.3% 감소할 것으로 조사됐다. 평년 1만7900㏊와 비교하면 10.8% 적다.

품종별로는 조생종 재배의향면적이 2801㏊로 올해보다 3.6%, 중만생종은 1만3174㏊로 6.9% 줄어들 전망이다. 전체 양파밭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만생종의 감소 폭이 더 크다.

농가들이 양파를 외면하는 배경에는 올봄 가격 폭락이 있다. 4월 양파 도매가격은 한때 ㎏당 548원까지 떨어졌다. 양파를 팔아도 수확 작업비조차 건지기 어려워지자 일부 농가는 가격 폭락에 항의해 수확을 앞둔 밭을 갈아엎었다.

중만생종 출하가 시작된 뒤에도 공급 부담은 이어졌다. 올해 양파 생산량은 104만8000톤으로 지난해보다 3% 늘었다. 정부와 주산지 지방정부는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중만생종 양파밭 223㏊를 출하 정지 대상으로 정하고 수매와 수출, 소비촉진 등을 추진했다.

이후 양파 가격은 반등했지만 강세라기보다 폭락 이전 수준을 되찾아가는 과정에 가깝다. 지난달 양파 상품 평균 도매가격은 ㎏당 104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 올랐지만 평년 1136원보다는 8.5% 낮다.

농업관측센터는 이달 양파 상품 도매가격이 ㎏당 1200원 안팎으로 지난해 1090원보다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평년 가격 1199원과 비교하면 사실상 비슷한 수준이다. 전년 대비 상승에는 지난해 가격 자체가 낮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상당 부분 반영됐다.

양파 주산지의 한 농가는 “올봄에는 양파를 팔아도 인건비와 수확 작업비를 건지기 어려웠다”며 “최근 가격이 조금 회복됐다고 내년에도 같은 위험을 감수하기는 어려워 마늘 등 다른 작물을 심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 의성군에 폭염 특보와 호우 특보가 동시에 발효된 7월 20일 단촌면 구계2리에서 마늘·양파 농사를 짓는 농민이 전날 폭우로 토사를 뒤집어쓴 마늘을 계곡물에 씻고 있다. 해당 마을은 전날 내린 비로 도로 유실과 침수, 단전·단수가 되는 피해를 봤다. (연합뉴스)
▲경북 의성군에 폭염 특보와 호우 특보가 동시에 발효된 7월 20일 단촌면 구계2리에서 마늘·양파 농사를 짓는 농민이 전날 폭우로 토사를 뒤집어쓴 마늘을 계곡물에 씻고 있다. 해당 마을은 전날 내린 비로 도로 유실과 침수, 단전·단수가 되는 피해를 봤다. (연합뉴스)

양파 농가가 대체 작목으로 택하는 마늘은 정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27년산 마늘 재배의향면적은 2만3082㏊로 올해보다 0.6% 증가할 전망이다. 최근 2년간 수확기 마늘 가격이 높게 형성되면서 영남과 일부 양파 재배지역에서는 양파 대신 마늘을 심으려는 농가가 늘었다. 호남에서는 배추와 대파, 보리, 사료용 작물 등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올해 마늘 생산량은 24만9000톤으로 지난해보다 3.5%, 평년보다 4.1% 감소했다. 저장·가공업체의 입고 계획량도 8만9800톤으로 지난해보다 6.5% 줄어들 전망이다.

공급 감소로 마늘 가격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깐마늘 상품 도매가격은 ㎏당 7860원으로 지난해보다 1%, 평년보다 5% 상승했다. 이달에는 ㎏당 8200원 안팎을 기록해 지난해 7680원보다 높을 전망이다. 지난달 마늘 수입량도 4574톤으로 지난해보다 55.9% 감소했다.

가격에 따라 농가가 한꺼번에 작목을 바꾸면 양파 공급 기반은 축소되고 마늘 재배 의향은 늘어나는 등 품목별 수급 불균형이 나타날 수 있다. 올해는 가격 폭락에 농가가 양파밭까지 갈아엎는 일이 벌어졌지만 재배면적 감소가 실제 생산 감소로 이어지면 내년에는 가격이 다시 오를 수 있다. 생산 과잉과 부족이 번갈아 나타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 농업계 전문가는 “농가의 재배 선택이 전년 가격에 따라 한쪽 품목으로 쏠리면 공급 과잉과 부족이 번갈아 나타날 수 있다”며 “파종 전에 재고와 소비·수입 전망 등 수급 정보를 농가에 촘촘히 제공하고 계약재배와 수급조절사업을 확대해 작목 전환에 따른 변동성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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