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스페이스X '0주 배정', 제도상 허점 들여다봐야

입력 2026-06-1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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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가치를 알면 뭐하나요. 앞으로 앤스로픽 같은 기업이 상장하더라도 남의 잔치 구경만 해야 할 것 같아요."

미국 주식에 꾸준히 투자해온 한 개인 투자자의 푸념이다.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에 국내 개인투자자의 관심이 쏠렸지만, 국내 청약 투자자에게 돌아간 물량은 한 주도 없었다. 미래에셋증권이 국내 증권사 가운데 이례적으로 인수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최종 배정 단계에서 제외됐다.

개인 투자자의 주식 배정 기대치는 높았다. 국내 증권사가 글로벌 초대형 IPO 인수단에 참여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투자자들 관심은 컸다. 그러나 일반 개인투자자 대상 청약이 광범위하게 진행되지 못한 데 이어 미래에셋증권을 통한 청약 물량도 최종 배정에 실패하면서 투자자들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국내 개인투자자는 미국 주식시장에서 이미 '큰손'으로 자리잡았다. 예탁결제원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2000억달러 안팎까지 커졌다. 그럼에도 스페이스X IPO에서 국내 투자자의 파워가 배정 경쟁력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국내 사모 청약 규모가 약 11억달러 수준이었던 반면 일본에서는 투자자들이 62억달러 이상의 청약 의사를 보여 최종 22억달러어치를 배정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수요가 없었던 게 아니라, 그 수요를 제도권 안에서 모아 보여줄 통로가 좁았다는 데 있다. 국내에서 해외 IPO를 일반 개인투자자에게 넓게 권유하면 50인 이상 공모 규제가 적용돼 발행사 측에 증권신고서 제출과 투자자 고지 등의 공시 의무가 따라붙는다. 이미 수요가 충분한 글로벌 기업이 한국 개인 청약을 위해 별도 절차를 감수할 유인은 크지 않다. 결국 국내 판매사는 전문투자자 대상 사모로 청약을 좁힐 수밖에 없고, 환전·환불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개인의 참여 창구는 제한됐다.

투자자 모집 과정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검사는 필요하다. 판매 과정에서 설명이 부족했거나 투자자에게 오해를 줄 만한 부분이 있었다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 다만 이번 사안을 판매사 책임으로만 돌리면 우리 자본시장의 맹점이 가려진다. 국내 투자자가 아무리 미국 주식 시장의 주요 수요층으로 커졌더라도 제도권 안에서 청약 수요를 모아 보여주지 못하면 글로벌 IPO 배정 경쟁에서 계속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

개인투자자가 미국 신규 IPO 기업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춘다고 모든 해외 IPO 물량을 무조건 받아올 수 있는 건 아니다. 최종 배정은 글로벌 대표주관사의 판단과 국가별 수요 규모, 판매 구조에 좌우된다. 그럼에도 스페이스X 사태가 남긴 질문은 분명하다. 서학개미 돈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 가 있지만, 우리의 청약 제도는 아직 해외 IPO 문 앞에도 이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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