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할인은 빠르고 개선은 늦다

입력 2026-06-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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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부 전아현 기자 @cahyun
▲금융부 전아현 기자 @cahyun

“자동차보험료를 쉽게 올릴 수 없다는 건 압니다. 문제는 손해율을 낮출 제도적 장치 마련은 지지부진한데 업계의 부담만 계속 늘고 있다는 겁니다.”

최근 자동차보험 시장을 바라보는 손해보험업계의 고민은 이 한마디로 압축된다. 올해 자동차보험료는 5년 만에 인상됐다. 운전자 입장에서 보험료 인상은 달가울 리 없다. 의무보험이라는 특성상 정부와 금융당국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보험사들의 속사정도 편치 않다. 올해 4월 기준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대형 4개사의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은 85.8%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5%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통상 손보업계는 자동차보험의 적정 손해율을 80%대 초반으로 보며, 이를 넘어서면 적자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한다.

실제로 지난해 자동차보험의 영업손익 역시 7080억 원 적자를 냈다. 지난 4년간 이어진 보험료 인하 여파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정비수가와 부품비는 올랐고 경상환자의 과잉진료 논란은 진행 중이다. 결국 보험료가 올랐음에도 손해율을 끌어올리는 구조적 요인들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손보업계가 학수고대했던 제도가 이른바 ‘8주룰’이다. 교통사고 경상환자가 8주를 초과해 치료를 받을 경우 추가 진단서 제출 등 심사를 거치도록 해 불필요한 장기 치료를 막자는 취지다. 그러나 한의학계와 소비자단체 등의 반발에 부딪혀 시행이 미뤄지고 있다. 환자의 치료권 침해 우려도 가볍게 볼 순 없지만, 비용 누수를 막을 제도 개선이 지연되는 동안 그로 인한 보험금 부담은 온전히 업계의 몫으로 남게 됐다.

반대로 보험료 할인 정책의 속도는 상당히 빠르다. 차량 5부제에 참여하는 개인용 자동차보험 가입자에게 연간 2%의 보험료를 깎아주는 특약은 이달부터 시행된다. 고유가 시대에 에너지 절감을 유도하고 소비자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명분에서다.

취지 자체에 이견을 달긴 어렵다. 문제는 그에 수반되는 비용을 누가,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당장 보험사들은 할인 재원 마련은 물론, 관련 상품 개발, 전산망 구축, 운행 여부 확인 등 막대한 관리 비용을 떠안아야 할 처지다.

자동차보험은 국민 대다수가 가입하는 '생활 인프라'에 가깝다. 보험료 인상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모두가 공감한다. 다만 당국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보험료 억제나 정책성 할인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비용을 줄일 제도 개선도 균형 있게 병행돼야 한다. '할인은 빠르고 제도 개선은 늦은' 엇박자 속에서 손보업계의 적자 시름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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