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안전보다 중요한 가치는 없다

입력 2026-06-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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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끝나는 거야!"

집 근처에서 진행 중인 고속도로 지하화 공사 현장을 지날 때마다 무심코 내뱉는 말이다. 수년째 이어지는 공사 탓에 차로는 수시로 바뀌고 정체는 일상이 됐다.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불편이 반복되다 보니 공사가 조금이라도 빨리 마무리되기를 바라게 된다.

아마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도로 공사든 철도 건설이든, 재개발·재건축이든 공사가 길어질수록 불편은 커진다. 사업이 지연되면 비용도 늘어난다. 주변에선 불만을 제기하고 사업 주체는 부담을 안는다. 그래서 대부분의 공사는 '더 빨리'라는 압박 속에서 진행되기 마련이다.

최근 서소문고가차도 철거공사 사고는 빠른 준공보다 안전이 중요하다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 깨닫게 했다. 서소문고가차도 철거공사는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계획된 일정 안에 공사를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다. 공사의 출발은 시민의 안전이었다. 서소문고가차도는 노후화가 심해지면서 보수·보강이 이어졌으나 장기적으로 안전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시민 불편과 막대한 비용에도 철거를 선택한 이유다.

하지만 사고는 모든 것을 바꿔놨다. 인명 피해가 발생했고 철도 운행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사고 수습과 원인 조사, 안전 점검이 이어지면서 사회적 비용도 커졌다. 사고가 발생한 순간 사업 일정 관리와 비용 절감 등 중요하게 여겨졌던 모든 목표는 의미를 잃었다. 다른 대형 공사 현장도 마찬가지다. 사고와 논란의 성격이 다를 수 있으나 안전이 흔들리는 순간 사업 전체가 흔들린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우리는 안전을 지킬 역량이 부족하지 않다. 건설사들이 국내는 물론 세계 곳곳에서 쌓은 경험과 기술, 시스템, 제도적 기반을 고려하면 충분하다는 평가가 어울린다. 그런데도 비슷한 일이 반복되는 것은 판단의 문제다.

사업이 진행되면 누구나 일정에 쫓긴다. 공사기간이 늘어나면 비용과 불만이 커진다. 추가 예산 투입은 사업 주체에게 부담이다. 이 과정에서 안전 점검과 추가 보강, 공사 중단 같은 결정은 쉽지 않은 선택이 된다.

결정권자들은 늘 압박을 받는다. 하루라도 빨리 공사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요구와 사업비를 관리해야 한다는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 이런 처지를 고려하더라도 안전은 결코 놓치면 안 된다는 인식을 분명히 해야 한다.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공사 기간을 늘리는 것은 실패가 아니다. 추가 비용을 투입하는 것도 실패가 아니다. 위험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준공 시기를 늦추는 것 역시 책임 있는 결정이다.

일정을 맞추는 데만 집중하면 결국 아끼려 했던 시간과 비용보다 훨씬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 사업은 다시 추진할 수 있지만 사람의 생명은 되돌릴 수 없다. 예산은 추가로 확보할 수 있어도 사고로 남은 상처는 회복할 수 없다.

안전은 선택지가 아니라 전제조건이다. 비용을 늘리는 요인이 아니라 더 큰 비용을 막는 장치이기도 하다. 안전이 확보된 이후에야 속도와 비용을 논할 수 있다. 준공이 늦어질 수는 있어도 사고 이후의 복구와 보상, 사회적 혼란에 비하면 그 대가는 결코 크지 않다.

우리는 안전을 지킬 수 있다. 필요한 것은 위험 앞에서 멈출 줄 아는 판단과 책임이다. 안전보다 중요한 가치는 없다. 모든 사업이 가장 먼저 확보해야 할 원칙이자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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