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부 잘못인데도 수백억 손해배상부터…한화오션·강남 등 방산업체 잇단 승소 [소송늪 빠진 K방산 ①]

입력 2026-06-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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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 이범석함 납기지연 소송서 377억 환수...법원 "관급품 결함 인정"
강남, 소해함 5번함(홍성함) 소송서도 '관급품 결함', '입고지연' 인정받아 일부 승소

▲방산기업 지체상금 소송 현황 (이투데이)
▲방산기업 지체상금 소송 현황 (이투데이)

방위산업체들이 정부가 공급하는 관급 부품의 결함이나 납기 지연으로 계약 일정을 맞추지 못했음에도 거액의 지체상금(납기 지연에 대한 일종의 손해배상금)을 먼저 부과받고, 수년간의 소송 끝에 이를 돌려받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 책임으로 발생한 지연까지 업체가 입증해야 하는 구조 탓에 행정·법무 비용만 키우는 불합리한 관행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2019년 국가에 납품한 ‘장보고-Ⅱ’(1800t급) 잠수함 이범석함에 대해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약 600억원의 지체상금을 부과받자, 이를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해 최근 일부 승소하면서 절반 이상인 377억원을 환수받게 됐다.

해당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제28민사부(신용무 재판장)는 방위사업청이 지체일수로 산정한 330일 중 237일만 합당한 이유가 존재한다고 봤고, 나머지 93일에 대해서 부과한 지체상금은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그에 따른 반환금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정부가 시운전 단계에서 사고 대비 인명 구조용으로 의무 제공해야 하는 안전지원함을 미지원한 점(16일), 관급 재료에 결함이 있어 해외 본사에 부품 수리를 요청해야 했던 점(42일) 등의 이유를 인정해 지체상금을 대폭 감액했다.

국내 방위산업의 핵심 장비 중 하나인 소해함(기뢰 탐색·제거함)을 만들어온 중견 방산업체 강남 역시 2022년 납품한 ‘양양’(900t급) 소해함 홍성함에 대해 340억원대 지체상금을 부과받자 정부를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해 일부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제20민사부(김민철 재판장)은 최근 ‘95억원만 지체상금으로 인정하고 나머지 약 250억원의 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기뢰제거함 공정이 전반적으로 지연된 주요 원인은 관급장비 결함과 입고지연에 있다”면서 “관급장비는 납품계약 해제, 신규 공급업체 물색, 신규 납품계약 체결, 반복적인 결함 발생과 반출·수리작업 수행 등으로 당초 예정보다 상당 기간이 경과한 시점에서야 비로소 강남에 입고됐다”는 점을 들어 정부 과실에 무게를 실었다. 현재 강남은 또 다른 소해함 2척에 대해서도 유사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한화오션, 강남 모두 정부가 책임지고 수급하기로 한 부품에서 부실이 발견되거나 수급이 지연되는 등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정부 귀책 사유로 함정 납기가 늦어졌음에도 ‘일단 지체상금을 부과할 테니 소송으로 되찾아가라’는 관행이 지속되면서 막대한 행정·법무 비용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산업계에서는 문제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업계 측의 지체상금 감면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소송에 돌입하면 정부 귀책에 대해서도 기업이 입증하도록 책임 부담이 전가되는 구조라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소송은 최소 수억원대 수임료와 인적·행정적 비용을 야기한다. 한화오션 사건은 1심 판결 선고까지 3년 9개월이 소요됐는데, 정부가 곧장 항소하면서 사건은 서울고법에 배당된 상태다. 유사 사건이 대법원 판단까지 구하는 경향을 띠는 만큼 부당 납부한 지체상금을 돌려받기까지는 수 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 사이 정부 과실을 입증하기 위해 납기 지연 사유와 책임을 증빙할 수 있는 문서와 증인을 확보하는 등 법무 절차에 들여야 할 품도 적지 않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지체상금 부과를 두고 업체와 의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내부 위원과 외부 법률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방위사업 계약심의 위원회의 결과를 참고해 부과 여부를 결정한다”면서 “심의·결정 과정에서 계약업체와 계약 담당자 양측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고 업체에도 소명 기회를 부여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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