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 낮은 사람이 더 받는다"… 2030의 호봉제 분노 [T 같은 F]

입력 2026-06-10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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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속 연수가 길수록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를 두고 2030 세대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성과나 실무 능력보다 오래 다닌 사람이 더 많은 임금을 가져가는 구조가 노동 시장의 유연성을 떨어뜨리고, 청년층의 박탈감을 키운다는 분석이 나왔다.

본지 김지영 기자와 손윤희 박사는 유튜브 채널 이투데이TV 'T 같은 F'(연출 김성현)에 출연해 임금 체계를 둘러싼 세대 간 갈등과 구조적 문제를 짚었다. 이들은 IMF 이전과 지금의 취업 환경이 극명하게 달라진 점을 출발점으로 삼았다.

김 기자는 "예전엔 대학만 졸업하면 기업들이 줄을 서서 데려갔고, 골라서 갈 정도였다"며 "지금 2030은 훨씬 높은 스펙을 갖추고도 갈 곳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보다 노력도 덜 하고 스펙도 떨어져 보이는 사람이 위에서 더 많은 연봉을 받는 현실에 청년들이 큰 불합리함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손 박사는 이런 불만의 구조적 배경으로 호봉제를 지목했다. 손 박사는 "유연성이 떨어지는 구조가 결국 호봉제 때문"이라며 "능력치가 낮아도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이 임금의 상당 부분을 가져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경직성 탓에 아래 직원들에게 더 줄 여력이 없고, 더 많은 가치를 만들어낼 기회 자체가 막히면서 노동 시장의 선순환이 끊긴다"고 진단했다.

다만 두 사람은 이 문제가 한쪽의 잘못으로 풀리지 않는 딜레마라는 데 공감했다. 김 기자는 "지금 고연봉을 받는 사람들도 젊을 때는 박봉을 견뎠다"며 "그들에게 월급을 줄이자고 하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손 박사도 "낮은 초봉을 견디고 이제 좀 받으려는데, 아래에서 문제를 삼으면 우리만 손해를 보라는 거냐는 반발이 나온다"고 거들었다.

세대 간 인식 차이의 핵심은 '평생직장' 개념의 소멸이었다. 김 기자는 "이제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졌다"며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청년들은 20년 뒤의 호봉보다 당장 많이 받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손 박사는 "20년 뒤 호봉을 바라보며 회사를 다니기에는 지금 청년들이 느끼는 위기감이 너무 크다"고 짚었다.

신입의 생산성을 둘러싼 시각차도 거론됐다. 김 기자는 "신입은 처음엔 생산성이 오히려 마이너스인 경우가 많고, 교육에도 비용이 든다"며 "스펙이 좋은 것과 실제 생산성이 좋은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도 주요하게 다뤄졌다. 손 박사가 두 집단의 임금 구조 차이가 크다고 운을 떼자, 김 기자는 그 원인을 하청 구조에서 찾았다. 김 기자는 "대기업은 노조와 협상해 연봉을 정하지만, 상당수 중소기업은 하청이라 원청이 주는 납품 단가 안에서 인건비를 다시 정한다"며 "그러다 보니 격차가 계속 벌어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손 박사는 "임금이 고정적이고 안정적인 대기업으로 사람이 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대치 자체가 높아진 점도 불만을 키운다. 손 박사는 "누리고 싶은 것은 늘어나는데 임금 수준이 따라가지 못한다"며 "아끼고 저축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삶을 사람들이 기대하게 됐다"고 말했다.

해법으로는 단계적 전환이 제시됐다. 김 기자는 "지금 당장 호봉제를 바꾸기는 어렵다"며 "기존 직원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으려면, 앞으로 들어오는 신입부터 직무와 성과 중심으로 임금 체계를 조금씩 바꿔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영상에서는 약 30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전환하는 장기 대안도 함께 거론됐다.

두 사람은 이 문제를 개인의 월급 불만이 아니라 사회적 의제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손 박사는 "사람들의 생각과 삶의 형태는 다 바뀌었는데 임금 제도는 수십 년째 고정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 기자는 "입직하는 시점에 평생 소득이 결정되는 구조가 과연 합당한지 한 번쯤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영상을 마무리했다.

▲'T 같은 F' 화면 갈무리. (이투데이TV)
▲'T 같은 F' 화면 갈무리. (이투데이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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