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中 마약 원료 공급 업체, 회색시장 펩타이드 판매 정황 확인돼
글로벌 GLP-1 열풍, 소셜 미디어 ‘룩스맥싱’ 문화 확산 등 원인 분석

글로벌 블록체인 데이터 플랫폼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는 5일 온체인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과거 펜타닐 및 암페타민 전구체를 공급하던 일부 중국 화학 제조업체가 ‘회색시장(Gray Market) 펩타이드’ 판매로 사업 방향을 전환한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체이널리시스 분석에 따르면 해당 생태계의 암호화폐 거래 규모는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2024년 분기당 약 100만 달러 내∙외 수준에 그쳤으나, 2026년 1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159% 증가한 32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연간 거래 규모는 1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회색시장 펩타이드’는 해외 공급업체가 원료 형태의 비브랜드 펩타이드를 최종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비공식 유통 시장이다. 최근 전 세계적인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열풍 속에서 높은 가격과 처방 필요성, 공급 부족 등의 영향으로 관련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이 시장에서는 암호화폐를 핵심 결제 인프라로 활용하고 있다. 체이널리시스 분석 결과, 과거 펜타닐 전구체를 공급하던 일부 중국 제조업체들이 암호화폐를 활용해 직접 펩타이드를 판매한 사례도 확인됐다.
대표적인 사례는 ‘상하이 시그마 오들리 뉴 머티리얼 테크놀로지’와 ‘빅리트 테크놀로지’다.
시그마 오들리는 2023년 체이널리시스가 펜타닐 전구체 공급업체로 식별한 기업이다. 이들은 지난해 초부터 기존에 사용하던 연락처를 그대로 활용해 체중 감량 및 미용용 펩타이드 판매를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빅리트 테크놀로지 역시 펜타닐 및 암페타민 관련 시약 공급 활동이 확인된 이후 별도 법인명을 통해 펩타이드 시장에 진입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번 결과는 체이널리시스가 지속적으로 추적해온 글로벌 합성마약 공급망의 변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체이널리시스는 앞선 연구를 통해 중국이 펜타닐 전구체와 관련 화학물질의 주요 공급지 가운데 하나인 데다 일부 중국 화학 제조업체가 암호화폐를 활용해 관련 물질을 판매한 사례를 확인한 바 있다. 특히 이번 분석은 국제적인 단속 강화 이후 일부 사업자들이 기존 전구체 공급에서 체중 감량 및 미용용 펩타이드 시장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한 흐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한편 체이널리시스는 회색시장 펩타이드 시장 성장의 배경으로 틱톡 등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확산된 ‘룩스맥싱’ 문화를 지목했다. 룩스맥싱은 외모 개선 극대화에 집중하는 인터넷 하위문화로, 일부 인플루언서가 체중 감량 및 신체 개선 목적의 펩타이드를 소개하면서 시장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해당 문화 확산 이후 회색시장 펩타이드의 월평균 온체인 거래 규모는 약 770만 달러 수준으로 증가했으며, 최근에는 월 1000만 달러를 넘기도 했다.
이밖에도 체이널리시스는 시장 규모 확대와 함께 독립적인 안전성 검사가 감소하는 추세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초기 구매자는 제품을 별도로 재검사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판매업체가 제공하는 순도 검사 보고서에 의존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체이널리시스 측은 “순도 검사와 멸균 검사는 별개의 문제”라며 “검증되지 않은 주사제 사용은 건강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분석은 규제 환경 변화에 따라 공급망이 새로운 시장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며 “온체인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러한 변화 과정을 추적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수사기관과 규제기관이 새로운 위험을 보다 빠르게 식별하는 데 활용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