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예상보다 장기화하면서 중소기업계의 피해가 여전히 늘고 있다. 원자재 가격 급등과 수급난, 이로 인한 생산 차질과 자금난 등으로 기업들의 어려움이 커지면서 수출 구조 안정성과 납품대금 연동제 개선 등 정교한 정책 지원의 필요성이 한층 더 커졌다.
4일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낮 12시) 기준 중기부 및 수출지원센터 누리집 등에 접수된 '중동전쟁 관련 중소기업 피해·애로 발생(우려 포함)' 건수는 총 866건으로 집계됐다. 전쟁 시작 한 달 시점인 3월 27일 422건에 이어, 4월 29일 733건을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매월 증가폭은 줄고 있지만 피해는 수개월째 누적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원자재 수급, 물류비 상승 및 운송 차질, 주문 보류 및 감소, 결제 지연, 출장 취소 등 전방위적으로 피해를 입었다. 오만으로 제품을 수출하는 한 중소기업은 3월 초 수출 선적분이 도착지가 두 번 변경되는 등 운송 차질을 겪었고, 이 와중에 선사가 전쟁 할증료를 2000달러까지 추가 부과하면서 물류비 부담이 급증했다. 또 다른 기업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주요 바이어사들이 구매 물량을 줄여 해외 매출이 30%가량 감소했다.
특히 원자재 수급난 가격 급등의 피해가 컸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15~31일 원부자재 수급 중소기업 41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동 관련 중소기업 원부자재 수급 애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 10곳 중 7곳(71.9%)은 올해 2월 말 대비 주요 원부자재의 평균 매입단가가 20% 이상 뛰었다고 답했다. ‘포장재·필름·종이’를 사용하는 기업군에선 80% 이상 폭등했다는 응답이 30%를 넘었다.

특히 공급 지연으로 재고 확보가 더뎌지면서 현재 보유 중인 재고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이 ‘1개월 미만’이라고 답한 기업이 36%를 넘었다. 중소기업들은 비닐 포장재뿐 아니라 본드, 테이프 등 패키징용 기초 부자재 단가가 일제히 오른 탓에 원가 절감을 위해 중국산 부자재를 찾아왔지만 이마저도 가격이 급등하면서 채산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납품대금 연동제의 한계도 드러났다. 국제유가와 합성수지원료 가격 폭등으로 생산단가가 커지는 데도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거래처들이 판매가 인하를 요구하거나 연동제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경영비용 부담이 커지기도 했다.
화장품과 함께 중소기업 수출을 견인해온 자동차 수출(14억7000만달러)은 6분기 만에 감소세로 전환하며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다. 현장에선 전쟁으로 관련 현지 출장이 취소되거나 중동 바이어의 방한 일정이 틀어지면서 수출 계약이 전면 연기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업계는 공급망 쇼크와 관련해 중소기업 모니터링, 납품대금 연동제 개선, 공급망·수출국 다변화 등 촘촘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희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대기업 원료사나 대리점의 가격 결정과 공급상황을 점검하고, 원료사에 대한 지원이 중소기업 공급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신민이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중소기업의 대(對) 중동 주요 수입품목을 중심으로 수입 원부자재 수급 지원방안 마련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수출 대응책에선) 중동 시장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우스 등 신규 시장 진출을 지원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현재 중기부는 중동전쟁으로 경영난을 겪는 위기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추경으로 확보한 5500억원을 투입하고 수출국 다변화를 위해 신시장진출자금 규모를 3164억원에서 4164억원으로 늘렸다. 납품대금 연동제 시행을 점검하기 위한 현장조사도 내달까지 진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