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 볼 시간에 환자 본다’…병원 AI 전환 본격화

입력 2026-05-3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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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개최된 보건복지부 ‘진료정보연계를 위한 AX 정책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 중이다. (사진제공=보건복지부)
▲29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개최된 보건복지부 ‘진료정보연계를 위한 AX 정책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 중이다. (사진제공=보건복지부)

국내 병원들이 진료정보를 교류하는 인공지능 전환(AX)을 본격화한다. 지역 의료기관과 상급 병원 사이에 정보 교류가 수월해져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고 비수도권 의료원의 기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29일 보건복지부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진료정보연계를 위한 AX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공공·지방 의료 전문가들과 AI 기반 환자 의뢰·회송 체계 기술 시연을 참관하고, AX 확산 방안을 논의했다.

정경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의료기관의 AX는 개별 병원의 변화가 아니라, 각 기관 사이의 연결과 의료전달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며 “의료전달체계 문제가 오랫동안 누적된 만큼, 수가 개선이나 하나의 조치로는 개선할 수 없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최근 새로운 기술 도입으로 병원 현장이 빠르게 바뀌고 있으며, AI와 디지털 전환이 큰 기여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스마트 의료 인프라 구축에 대해선 정 실장은 “AI를 병원 전자의무기록(EMR)과 의료영상 저장 전송시스템(PACS)에 신속하게 연동해 환자들에게 끊김이 없는 진료를 제공하고, 중복 검사로 인한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 있는 스마트 의료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병원 데이터 인프라 비용, 정부 지원 필요…지방 의료원 인력난 보완 기대감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의료정책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이 29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개최된 보건복지부 ‘진료정보연계를 위한 AX 정책간담회’에서 발표 중이다. (사진제공=보건복지부)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의료정책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이 29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개최된 보건복지부 ‘진료정보연계를 위한 AX 정책간담회’에서 발표 중이다. (사진제공=보건복지부)

그간 의료기관들은 진료정보를 적극적으로 교류할 이유가 없었다. 병원은 데이터 관리 인프라에 큰 비용을 투입하는데, 진료정보를 교류해서 편익을 얻는 이들은 환자, 다른 병원, 외부 연구 기관 등이기 때문이다. 또한 AI 시대에 주요한 학습자산인 진료정보를 다른 병원과 공유하면 경쟁 우위를 잃게 된다는 인식도 강하다.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의료정책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데이터 표준 체계를 정교화하는 작업과 디지털 진료 교육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투자해야 하고, 의료기관들의 초기 투자 비용에 대해서는 정부가 지원한 후 활용 성과에 대해 건강보험 수가를 지원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제시했다. 이어 그는 “지방 국립대병원과 의료원들이 AI 기술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서울 및 수도권과 매칭 가능한 기술에 정부가 투자하는 방법으로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AX 기반 진료정보 교류의 핵심은 기존의 기록과 문서, 이미지들을 구조화해 전원과 회송부터 퇴원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업무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AX로 별도의 추가 업무가 발생하지 않는다. 실시간 음성 인식으로 진료 기록 초안을 생성하고, 전원 시 AI가 기록을 요약해 근거와 함께 동봉한다. 이때 스캔 문서 및 이미지 데이터는 다시 광학 문자 인식(OCR)으로 구조화한다. 수신 병원에서는 이를 활용해 수술 일정부터 마취 전 상태 평가지까지 신속히 준비하고 업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곽수헌 서울대병원 기술연구센터장은 “AI 에이전트가 초안을 만든 뒤 의료진 확인을 통해 근거를 검토 및 확정하고, 원문의 근거를 유지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라며 “의료진의 최종 확인과 핵심 의견 및 판단이 필수이며, 보안상 안전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라고 피력했다.

지방 의료기관들은 AX를 통해 인력 부족을 해소하고 공공병원 네트워크를 확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EMR 체계와 진료정보 교류를 위한 전산 통합 등에 소요되는 비용은 AX에 걸림돌로 꼽힌다.

조승연 강원특별자치도 영월의료원 외과 과장은 “공공병원들은 전산을 통합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전산 유지비 부담이 크다”라며 “AX로 전산 유지에 더 큰 비용이 들어가게 되면 일부 의료원들은 아예 종이를 사용하겠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 과장은 “비용 부담을 정부가 전적으로 담당해야 하며, 공공병원들이 행위별 수가와 독립 채산제에 의존해서 환자를 보는 환경을 개선하도록 이익 공유 시스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안했다.

의사·환자 대화 자동 기록…전원부터 수술·퇴원까지 돕는 AI 에이전트

▲김태훈 인프메딕 최고기술책임자(CTO)가 29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개최된 보건복지부 ‘진료정보연계를 위한 AX 정책간담회’에서 임상 워크플로우 AI 에이전트 플랫폼 ‘스누하이(SNUH.AI)’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제공=보건복지부)
▲김태훈 인프메딕 최고기술책임자(CTO)가 29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개최된 보건복지부 ‘진료정보연계를 위한 AX 정책간담회’에서 임상 워크플로우 AI 에이전트 플랫폼 ‘스누하이(SNUH.AI)’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제공=보건복지부)

간담회에 이어 서울대병원의 진료정보교류 AX 사례 시연이 진행됐다. 서울대병원은 임상 워크플로우 AI 에이전트 플랫폼 ‘스누하이(SNUH.AI)’를 인프메딕스와 함께 개발했다.

김태훈 인프메딕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보라매병원에 내원한 환자를 상급병원인 서울대병원으로 보내는 과정을 소개했다. 먼저 외래진료에서 환자와 의사가 나눈 대화를 AI가 자동으로 기록해 EMR에 저장한다. 잡음이나 불명확한 발음이 걸러지는 것은 물론, 발화자 구분도 명확하다. 해당 환자가 이전에 보라매병원에서 진료받은 기록이 의사의 모니터에 함께 나타난다. 대화 기록이 누적될수록 AI가 환자의 증상을 판단해 ‘PLAN’ 칸에 의심되는 질환을 띄워준다.

전원 의뢰를 받은 서울대병원은 전원 환자에 대한 임상 요약과 영상 자료, 관련 문서를 모두 확인할 수 있다. 수술일정 관리와 마취 전 상태평가지, 퇴원 기록지, 회송소견서까지 함께 관리할 수 있다. 의사가 업무를 자연어로 요청하면 AI가 답변을 제공해 판단에 참고할 수 있다.

김태훈 CTO는 “지역 공공병원은 서울대병원과 환경과 필요가 다를 수 있으므로 모든 경우를 커버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라며 “병리 판독을 리뷰하는 기능도 실증이 가능한 수준으로 개발 중이고, 전적으로 문서를 생성하는 방식이 아니라, 프로세스나 문서의 오류를 잡아주는 방식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에서 스누하이를 도입한 결과, 임상 현장의 반응은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이형철 서울대병원 헬스케어AI연구원 부원장은 “의사가 반복적으로 100명의 환자 차트를 리뷰하면 정신적으로 매우 지치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데, AI는 신속히 작업을 마치면서 오류도 잡아낸다”라며 “의사가 AI를 투명하게 사용하고 결과에 책임도 진다는 것이 전제된다면 AI는 진료에 큰 도움이 되며, 임상 현장의 수요도 굉장히 높다”라고 진단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하반기 서울, 강원, 전남의 권역별 책임의료기관에서 스누하이와 같은 솔루션을 시범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공공의료 AI 고속도로 사업’과 연계해 국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공공 AX 전용망 등도 선정된 공공병원에 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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