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는 20년 넘게 수많은 대책을 쏟아냈다. 바닥 두께 기준을 높이고 완충재 사용을 의무화하고 성능인증 제도를 도입했다. 건설사들은 저마다 특허 기술을 내세우며 소음을 잡겠다고 광고한다. 그런데 층간소음 분쟁은 줄기는커녕 늘어나기만 한다. 왜 그럴까?
2023년 12월 정부는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준공 직전 단계에서 실시하던 성능 검사를 시공 중간 단계까지 확대하고 세대 수의 2%를 무작위 선정해 검사하던 것을 5%까지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방향은 맞다. 하지만 2%에서 5%로 늘린다고 해서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진 않는다. 98%의 세대가 검사를 받지 못하고 기준을 어겨도 준공이 되고 통과해도 조용하지 않다면 제도가 있다는 위안만 줄 뿐 실제 삶은 달라지지 않는다.
현행 법적 기준은 중량충격음을 49dB 이하로 정하고 있다. 경량충격음은 이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3등급(보통 수준)에 머물고 중량충격음의 경우 49dB은 최하위인 4등급에 해당된다. 즉 법적으로 합격한 아파트도 소음 차단 성능 기준으로 보면 최하등급이라는 것이다. 합격이 곧 쾌적함을 보장하지 않는 이상한 구조다.
중량충격음이란 아이가 뛰거나 무거운 물건이 떨어질 때 발생하는 묵직하고 둔탁한 소음을 말한다. 그런데 실제 입주민이 체감하는 수준은 52~55dB이다. 환경부는 일찌감치 45dB가 적정하다고 제안했지만 국토부는 경제성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적 기준을 통과한 아파트에 살면서도 소음이 여전히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또 다른 이유는 두껍게 해도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바닥 슬라브를 두껍게 하면 되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 150mm에서 210mm로 60mm 늘리면 소음이 약 5dB 줄어든다. 그런데 이미 210mm인 상태에서 300mm로 90mm나 더 늘려야 같은 5dB밖에 줄지 않는다.
비용은 선형으로 늘지만 효과는 점점 줄어드는 것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나라 아파트 대부분이 벽식 구조로 지어졌다는 데 있다. 벽식 구조는 진동이 벽 전체를 타고 아래층으로 곧장 전달된다. 반면 기둥이 충격을 분산시키는 기둥식 구조는 층간소음이 훨씬 적다. 기둥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층간소음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다. 그러나 공사비가 더 들기 때문에 건설업계는 외면해왔고 정부는 이를 강제하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기존 아파트는 손댈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이 모든 기술적 대책은 새로 짓는 아파트에만 적용된다. 이미 수백만 세대가 살고 있는 기존 아파트에서 층간소음이 심해도 슬라브를 두껍게 하거나 완충재를 교체하는 것은 입주한 상태에서 사실상 불가능하다. 방음 매트를 깔거나 천장에 흡음재를 붙이는 방법이 있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특히 아이가 뛰는 소리 같은 중량충격음에는 거의 효과가 없다.
층간소음 문제가 20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는 이유는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다. 기준은 건설 비용을 의식해 낮게 설정했으며 소음을 근본적으로 잡는 구조 전환은 비용의 벽에 막혔다. 층간소음은 이제 개인 간의 예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해결해야 할 주거 안전의 문제다. 기준을 현실에 맞게 높이고 지은 뒤 제대로 확인하고 기존 주택에도 쓸 수 있는 보완 기술을 개발하는 것. 그것이 ‘조용히 살 권리’를 되찾는 첫걸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