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 공식이 바뀌었다...청약 대신 ‘미국주식’

입력 2026-05-15 13:55

기사 듣기
00:00 /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줄어드는 청약통장 가입자. (사진=챗GPT AI 생성)
▲줄어드는 청약통장 가입자. (사진=챗GPT AI 생성)
청약통장, 꼭 만들어야 하나요?

한때 청약통장은 ‘내 집 마련’ 필수템으로 통했다. 사회초년생이 되면 가장 먼저 만들고, 매달 돈을 넣어두면 언젠가는 새 아파트 당첨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2030세대 사이에서는 이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15년 넣어도 당첨이 어렵다”, “당첨돼도 현금이 없으면 계약을 못 한다”, “차라리 미국주식이나 ETF에 넣겠다”는 반응이 확산되면서 청약통장을 깨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청약통장 가입자는 빠르게 줄고 있다. 13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605만1929명으로, 지난해 12월(2618만4107명)보다 13만2178명 감소했다. 가입자 수는 2022년 약 2850만명 수준까지 늘었지만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고, 현재는 정점 대비 200만명 이상 줄었다.

“15년 넣어도 안 된다”...멀어진 청약 당첨

▲서울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 드 서초' 조감도. (사진제공=DL이앤씨)
▲서울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 드 서초' 조감도. (사진제공=DL이앤씨)
청약통장 이탈의 배경에는 낮아진 당첨 가능성이 있다. 4월 청약을 받은 서울 서초구 ‘아크로 드 서초’는 평균 경쟁률 1099.1대 1을 기록했다. 특히 전용면적 59㎡C형에서는 청약 가점 만점인 84점 당첨자가 나오기도 했다.

84점을 받으려면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 청약통장 가입 기간 15년 이상, 부양가족 6명 이상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사실상 장기간 무주택 상태를 유지한 다인 가구여야 가능한 점수다. 미혼 청년층과 1인 가구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어렵게 당첨돼도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크로 드 서초 전용 59㎡ 분양가는 최고 17억9000만원 수준이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대출 규제와 자금 부담까지 고려하면 실제 계약 단계에서 수억원대 현금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청약 시장은 ’당첨될 수 있는 사람’과 ‘당첨돼도 살 수 있는 사람’이 따로 존재하는 구조가 됐다는 평가다. 청약이 더 이상 청년층의 현실적인 내 집 마련 수단이 아니라는 인식이 커지는 배경이다.

1인 가구 늘었는데...청약 제도는 여전히 ‘가족 중심’

▲서울 시중은행에 부착돼 있는 청약 관련 안내문. (연합뉴스)
▲서울 시중은행에 부착돼 있는 청약 관련 안내문.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현재 청약 제도가 급격히 변한 인구 구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행 청약 가점제는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수, 청약통장 가입 기간을 중심으로 점수를 산정한다. 이 가운데 부양가족 수 배점이 가장 커 다자녀 가구나 신혼부부에게 유리한 구조다.

반면 미혼 청년층과 1인 가구는 장기간 청약통장을 유지해도 가점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6.1%인 804만5000가구로 집계됐다. 이미 1인 가구가 가장 흔한 가구 형태가 됐지만, 청약 제도는 여전히 다인 가구 중심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청약통장 장기 가입자에 대한 보상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가입 기간 점수는 최대 17점으로 제한돼 있어 15년 이상 납입해도 추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장기 가입자 우대 폭을 확대하거나, 민간분양에서도 납입 총액 비중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청약 대신 미국주식…2030의 돈이 움직인다

▲유튜브 ‘미국주식’ 검색화면 갈무리. 2030세대 유튜버들이 재테크 방법으로 미국주식을 소개하고 있다. (출처=유튜브 ‘미국주식’ 검색화면 캡처)
▲유튜브 ‘미국주식’ 검색화면 갈무리. 2030세대 유튜버들이 재테크 방법으로 미국주식을 소개하고 있다. (출처=유튜브 ‘미국주식’ 검색화면 캡처)
청약통장 이탈 현상과 함께 젊은층 자금 흐름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청약통장에 돈을 넣어두는 것이 안정적인 미래 준비로 여겨졌다면, 최근에는 미국주식과 ETF 투자에 관심을 두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실제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26년 1월 15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주식 보관금액은 1705억달러(약 251조원)로 집계됐다. 2025년 말 1636억달러(약 241조원)보다 약 10조원 늘어난 규모다. 엔비디아·테슬라 등 미국 기술주와 ETF 투자 열풍이 이어지면서 ‘서학개미’ 자금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주식과 ETF는 청약통장과 달리 소액 투자도 가능하고, 실시간으로 수익률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2030세대의 관심을 끌고 있다. 반면 청약통장은 당첨 가능성은 낮은데 자금은 장기간 묶이는 구조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청약보다 미국 ETF가 낫다”, “15년 기다릴 바엔 엔비디아를 산다”는 반응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청약통장 해지 증가가 단순한 투자 유행이 아니라 제도 신뢰 변화의 신호라고 본다. 과거 청약통장이 ‘내 집 마련 사다리’ 역할을 했다면, 지금은 높은 집값과 치열한 청약 경쟁 속에서 효용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청약 제도가 현재 세대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면, 청약통장 이탈 흐름은 앞으로 더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탈모 1000만명 시대 해법 논의…이투데이, ‘K-제약바이오포럼 2026’ 개최[자라나라 머리머리]
  • "AI와 나눈 대화 싹 다 지워진다"…'자동 삭제' 기능 내놓은 메타
  • 성시경, 1인 기획사 '미등록 운영' 처벌 피했다⋯기소유예 처분
  • 서울한강 울트라마라톤 사태, 모두가 민감한 이유
  • 팔천피 일등공신은 개미⋯외인이 던진 ‘18조 삼전닉스’ 받아냈다 [꿈의 8000피 시대]
  • 코픽스 한 달 만에 반등⋯주담대 금리 다시 오르나 [종합]
  • 이정후 MLB 새기록…'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이란?
  • 피부 레이저를 두피에 쐈더니…숨었던 모발이 돌아왔다[자라나라 머리머리]
  • 오늘의 상승종목

  • 05.15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19,658,000
    • +1.36%
    • 이더리움
    • 3,354,000
    • -0.06%
    • 비트코인 캐시
    • 640,500
    • -0.39%
    • 리플
    • 2,186
    • +2.73%
    • 솔라나
    • 135,600
    • +0.37%
    • 에이다
    • 398
    • +1.53%
    • 트론
    • 522
    • -0.95%
    • 스텔라루멘
    • 238
    • +0.85%
    • 비트코인에스브이
    • 24,210
    • -1.94%
    • 체인링크
    • 15,340
    • +1.05%
    • 샌드박스
    • 115
    • +0%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