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국가 책임 인정했지만…구조적 한계 여전”

입력 2026-04-28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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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재난 첫 인정” 의미에도 집행·실효성 과제 남아
전세가율·집값 변동성 속 재발 우려⋯예방 대책 요구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28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의 의미와 남은 과제’를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28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의 의미와 남은 과제’를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사회적 재난으로서 국가 책임을 처음 명시한 점은 의미가 크다”면서도 여전히 사각지대와 구조적 한계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28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의 의미와 남은 과제’를 주제로 좌담회를 열고 개정안 평가와 향후 과제를 논의했다. 이날 좌담회에서는 이번 개정안의 핵심인 ‘최소보장제’와 ‘선지급·후정산’ 도입이 피해자 보호의 전환점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안상미 전세사기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2022년 하반기부터 피해가 본격화됐지만 초기에는 공론화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2023년 들어 피해자들이 드러나면서 희생자까지 발생했다”며 “지금까지도 피해 규모를 온전히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광범위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개정의 가장 큰 의미는 전세사기를 국가가 사회적 재난으로 인정했다는 점”이라며 “그동안 피해가 개인의 선택이나 책임으로 치부됐는데 제도 문제라는 점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강훈 주택세입자법률지원센터 세입자114 센터장도 “전세사기특별법은 개인 문제가 아닌 정부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사회적 재난에 대한 구제 체계를 마련한 이례적인 입법”이라며 “경·공매 유예, 공공 매입, 조세채권보다 피해자 배당을 우선한 점 등은 기존 법체계에서 보기 어려운 전향적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번 개정안은 피해자가 경매 차익이나 우선변제권 행사 등으로 회수한 금액이 임차보증금의 3분의 1에 못 미칠 경우 부족분을 지원하는 ‘최소보장제’를 도입했다. 신탁사기 등 무권계약 피해자에 대해서는 최소보장금을 먼저 지급하고 사후 정산하는 ‘선지급·후정산’ 방식도 포함됐다.

다만 제도 실효성을 두고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 센터장은 “기존 특별법도 초기에는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한계를 드러냈다”며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제도는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 구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전세사기 발생 원인에 대한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위원장은 “전세사기 누적 피해자가 3만6950명(3월 기준)을 넘었지만 여전히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사례가 많고 제도 사각지대도 남아 있다”며 “전세사기 피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행정 집행 과정에서도 변수와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한다”며 “지방에서는 피해자 인정조차 받지 못한 사례도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시장 구조 측면에서는 전세가율과 주택가격 변동성이 핵심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전세사기는 매매가격 하락 국면에서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며 “전세가율 등 위험 지표를 사전에 진단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2022년에는 전국 전세가율이 100%를 넘는 비정상적 상황이 나타났고 현재도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가율 80% 이상 단지 비중이 높은 등 국지적 위험이 남아 있다”며 “실거래가 기반의 선제적 위험 진단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전세 부족이나 가격 상승을 과도하게 부각할 경우 ‘노룩(No Look) 계약’ 같은 위험한 거래를 부추길 수 있다”며 “시장 불안을 자극하기보다 데이터 기반의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는 피해 구제와 함께 전세제도 전반의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임재만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은 “전세는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자금을 빌려주는 금융적 성격과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적 성격이 결합된 구조”라며 “이 같은 구조를 그대로 둔 채 피해 구제만 반복하면 전세사기는 재발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세가율 규제와 임대사업자 관리 강화, 공공임대 확대 등을 통해 시장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보증금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임대주택 공급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개정안은 피해 구제의 출발점에 불과하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구조 개혁과 임대차 시장 안정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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